스토리1

민주당이 '규모 없는 정당'이란 말 듣지 않으려면

루지에나 2011. 1. 20. 04:31
돈 쓸 생각만 하고 그 돈 마련할 궁리를 하지 않으면 '규모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규모 없는 사람은 주위의 신용을 잃고, 규모 없는 기업은 언젠가는 도산(倒産)의 위기에 몰린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동쪽 끝 그리스에서 서쪽 끝 스페인까지 번져가는 국가재정 파탄의 전염병은 규모 없는 정치가 빚은 인재(人災)다. 마치 무슨 시합 벌이듯 복지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 정치권도 규모 없는 정당으로 매김돼 집권 능력을 불신받지 않으려면 내부의 제동(制動)장치가 작동돼야 할 때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민주당 내 복지 논쟁에서 '적정(適正)복지' '재정 건전성'의 화두(話頭)가 제기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민주당이 지난주 의원총회에 올린 무상보육과 반값 대학 등록금이 당론으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는 과거 정부의 경제부처 장관이나 교수 출신 정책통 의원들이 재원 조달의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2012년의 시대정신은 복지가 아니라 재정건전성이다. 재정적자를 늘리는 무상복지를 들고 나가면 민주당이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가만 있어도 복지 지출이 느는데 새로운 복지를 많이 쏟아내는 게 다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18일 당 정책위 산하에 출범시킨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 방안' 기획단은 당이 무상 복지정책을 내놓기 전에 꾸려 당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먼저 모았어야 옳다. 그랬다면 당이 무대책(無對策) 정당이란 비판을 받고 '규모가 없는 당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일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17일에도 손학규 대표가 "재정의 세입세출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 (재원 마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정동영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는 (부유세 등) 부자(富者) 증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는 중구난방(衆口難防)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유세(富裕稅)를 매기는 유럽 나라들의 전체 세수(稅收) 가운데 부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 0.5% 미만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모르는 이야기다.

민주당이 '규모 없는 정당' '정권 맡기기 걱정되는 정당'이란 말을 듣지 않으려면 복지 정책을 뒷받침할 재원조달 방법 논의에 당 안팎의 전문가들을 두루 참여시켜 정답 찾기에 고심(苦心)하는 모습부터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