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에 관하여

원자력 르네상스가 다가온다

루지에나 2011. 1. 25. 01:48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환경론자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정권에서 책정한 원자력 단계적 폐지(2021년까지) 결정을 번복하며 운전 중인 원전 17기에 대해 평균 12년간 운전연장을 결정했다. 물론 원전연료세라는 명목으로 업계에 세금을 연간 23억유로 부과하는 조건이 있다. 이 같은 메르켈 총리 결정에 대해 세계 원전업계는 원자력 부흥에 견주어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원자로(용량은 17만㎿) 150기 건설계획이 수립되어 있고, 2020년까지 20기가 건설될 예정이며 이 중에서 적어도 8기는 운전이 될 전망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과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도 화석연료 의존도 감소와 CO₂ 감축, 에너지 안보 등 측면에서 원자력을 추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최근에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원전 출력 향상(총 5600㎿) 126건을 승인했다. 출력 향상 외에 노후 발전소 수명을 20년간 연장해 주는 등 원전에 대한 일반인의 우호적 인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원전 추진 움직임에 탄력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오바마 정부의 미국 경기 회복과 재투자법 2009에 따른 신형 원자로 건설 시 총 83억달러 규모 재정보증도 한몫을 하고 있다. 미국 원전 비율은 프랑스 75%, 독일 27%에는 못 미치는 20% 수준이지만 앞으로 10~20년 안에 원자로 100여 기가 교체주기에 들어갈 상황이어서 신규시장 전망은 어느 곳보다 밝다.

물론 풍력, 지열, 바이오 에너지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일부 연구보고서는 2009년을 기점으로 태양광발전 가격도 원자력발전 가격보다 더 낮아져 원전은 더 이상 가격 메리트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연구 결과는 태양광, 풍력 등이 CO₂ 감축에는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유로는 풍력 등 간헐적 전원이 계통에 들어와도 이들 간헐 전원을 대신해 가스나 석탄발전이 계속해서 조절되면서 운전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CO₂가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자동차도 정속운전 시 연비가 좋은 원리와 유사). 동시에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계통에 투입되면 먼저 가격이 비싼 가스발전기가 정지되고, 석탄발전소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CO₂ 감축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어떤 전원을 채택하느냐는 국가적 상황, 지형적 차이, 기술 수준, 가격 변수, 에너지 안보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어느 특정 연구 결과에 따라 좌우될 만한 것은 아니나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 전력수요 급증 추세, 에너지 안보 등을 고려하면 대용량 원자력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임에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에 원자력 르네상스는 기대할 만하고,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이 기술력과 안전 운영을 바탕으로 세계를 무대로 활동할 기회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