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지금 살아있다면 경영은 죽었다고 말할 것이다.
니체가 지금 살아있다면 경영은 죽었다고 말할 것이다.
by 닐수 플래깅
경영은 죽었다.(Management is dead)
닐스 플래깅의 다소 도발적인 주장이다. 상업 혁명이 일어나고 대량생산체제 아래 효율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경영이 탄생한 이후 100여 년이 지났다. 극단적 분업과 컨베어 벨트 시스템을 완성한 헨리 포드, 초기 경영이론을 환성한 GM의 앨프레드 슬론, 미래 경영의 대가 GE의 잭 웰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등 전설적인 경영자가 나타났는데 경영이 죽었다고?
기존의 경영 이론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그의 주장을 접한 교수들과 컨설턴트들은 그 방향성은 인정하면서도 당장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닐스 플래깅은 그가 최근 쓴 책 언 리더십 (Unleadership)에서 구글, 도요타, 고어, 셈코 등의 기업 사례를 들어가며 설득력 있게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현대 경영 이론에서는 대부분 경영자는 생각을 하고 노동자는 그것을 행동에 옮기는 구조를 떠올리고 여기에 익숙하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빠르게 변하는 모바일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언 리더십의 저자인 닐스 프래깅은 프로세스가 아닌 사람이 성공의 추진력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경영이 사라진 기업에서 모두를 한데 묶는 은밀한 마법의 재료는 바로 사람이고 이제 경영은 그 역할을 다하고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영이 바뀌고 있다가 아니라 경영은 죽었다라고 표현했다.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구루들은 스파이더맨이나 슈퍼맨과 같은 영웅적인 최고경영자가 기업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오래된 모델에 근거한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CEO가 아니라 더 나은 조직 시스템이다. 기존의 낡은 비즈니스 모델은 버려야 한다. 관료조직, 구조, 문화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리더십도 변해야 한다.
스마트워크 사례는 그동안 주로 구글이나 페이스 북과 같은 IT 기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 외 분야에서도 그러한 사례가 있는가?
우선 독일의 잡화 매장 데엠(DM)을 들 수 있다. 5만 명이 일하는 이 회사는 어떤 제품을 어떤 가격에 팔 것인지, 누구를 고용하며 매장을 어떻게 디자인할지 등 모든 결정을 각 지점이 직접 내린다. 각 지점은 독립된 작은 화사와 같다. 데임의 리더십은 기존 기업과 완전히 다르다. 직원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게 끔 해주는 리더십이다.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는데, 이들 기업은 직원 모두가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다른 기업보다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도요타자동차도 50년 전부터 새로운 경영을 도입했다. 모든 직원들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결정들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브라질 기업 셈코, 스웨덴의 스벤타한델스 은행, 미국항공사 사우스 웨스트, 화학회사 고어도 이와 유사하다.
다임러와 같은 독일이 자동차 회사는 어떠한가? 이들 기업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다임러는 큰 은행과 같다. 자동차가 아니라 돈으로 돈을 번다. 다임러는 도요타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도요타는 분권화된 의사결정을 자동차산업에 처음 도입한 선구자다. 나는 독일 자동차를 사랑하지만 독일 자동차기업은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독일의 많은 기업들이 도요타 방식을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성공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당신의 스마트워크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기업의 가장 큰 혁신은 제품이 아니라 분권화된 문화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CEO들은 너무 많은 의사결정을 내리면 안 된다. CEO는 어떤 직원들보다도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러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CEO가 최고의 전문가여야 한다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분권화 모델은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나?
분권화는 모든 영역에서 관료조직을 대체할 수 있다. ㅣ제조업, 서비스업, 금융업 등 모두가 해당한다. 분권화를 위해서는 우선 사람들을 신뢰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에게 능동적으로 일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구글은 최근 사악해지지 말자라는 신조와 달리 사악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신은 구글을 단기 수익에 연연하지 않는 베타기업의 예로 꼽았는데 아직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나?
구글은 정보를 체계화하는 영역에서 혁신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 영역에서 제대로 된 혁신을 하다 모면 한계에 직면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영역을 파괴하게 된다. 사회는 이러한 기존 영역 파괴가 선한지 악한지를 판단하게 된다. 구글은 우리 모두에게 이런 종류의 의문을 제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나는 구글이 일하는 방식이 여전히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한계를 시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이다. 구글의 가장 훌륭한 제품은 구글 TV, 검색엔진,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구글 조직 자체라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들은 구글이 혁신적인 이유가 돈이 많고 독점이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벤치마킹하려 하지 않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구글로 부터 더 많이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은 최근 CEO가 에릭 슈밋에서 래리 페이지로 바뀌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슈밋,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은 단지 역할을 바꿨을 뿐이다. 가끔씩 역할을 서로 변경하는 것은 건강하고 현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영원히 CEO 자리에 머물러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가끔씩 역할을 바꿔가며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구글의 조직 개편은 다른 기업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이다.
에릭 슈밋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를 평가할 수 없고 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낡은 사고방식에서는 매니저, 개별 직원, 그리고 정상에 있는 영웅적인 CEO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CEO가 기업을 위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더욱 합리적인 방법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협력이 촉진되고 개인에 대한 비난 대신 시스템개선에 초점을 둘 수 있게 된다.
한국 기업의 시스템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의 시스템은 지금까지 아름다울 정도로 잘 작동해 왔다. 덕분에 아주 빠르게 성장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려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체질 개선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경쟁사들이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도 이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들에게 스마트워크는 핫 토픽이다. 그러데 삼성, LG, 현대 등은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이 부족한 기업은 어쩔 수 없이 CEO가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
분권화를 가로막는 문제는 직원의 부족한 역량이 아니다. 학습과 역량 개선을 가로막게 만드는 기업 조직이 문제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이다. 명령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서 인재의 잠재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기업이 성장하다 보면 초기에 가졌던 훌륭한 기어 문화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관료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페이스 북처럼 급성장한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다. 한국 기업이 미래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변화를 원한다면 기존의 관념을 버리는 브레인 워싱(Washing)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