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조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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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21세기가 요구하는 것은 생태계적인 접근이다. 글로벌화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국제 사회에서도 주도 국가로 나설 수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하나의 커다란 세상에서 국가나 지역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크고 복잡다단한 21세기에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려면 어떤 것을 알아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해 보자.
미. 중 복합 시대의 생존 번영 전략
올해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각국의 리더들이 바뀌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바뀌었고 한국과 일본도 이달 바뀔 예정이다. 이러한 외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설계해야 할까. 특히 G2로 불리는 미. 중 복합시대의 생존 번영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하나의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미국 중국 신형대국 관계라는 표현이다. 이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의 리더가 된 시진핑 국가 부주석이 처음 사용했다. 18차 당대표대회를 앞두고 미국에 예비 방문차 갔을 때 시진핑 부주석은 미국, 중국 관계는 신형 대국 관계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신형 대국이란 말의 탄생 배경은 1차적으로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예상 밖의 엄청난 지속적 경제성장을 한 것에서 출발한다. 지난 1990년부터 2015년까지 세계 10대 경제 국가를 살펴보면 1위인 미국은 한 번도 지위가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0년부터 2인자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굉장히 빠른 속도로 중국이 상승하고 있다. 명목상 GDP로만 보면 2020년에는 미국, 중국이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다. 중국 경제가 1인당 GDP 1만 달러 경제에 접어들면 GDP는 17조~20조 달러 선에서 미국과 대등하게 만날 것이다. 대단히 가파른 변화가 30여 년 사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21세기 세계 질서의 변환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문제는 국제 정치에서 힘이라는 것은 경제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은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이 생겨났다.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올라서려면 그 부작용부터 우선 해결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는 부패와 소득 분배의 문제다. 결코 쉽지 않은 난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즉 중국 형 미주주의의 앞날과 관련된 문제다. 역사적으로나 이론적으로나 대체로 1만 달러 경제가 되면 국민의 정치적 욕구가 강화 또는 폭발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1980년대 초 1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며 민주화 요구가 거세졌다. 중국도 이러한 변화를 겪을 것이다. 현재의 1당 체제에서 어떻게 그러한 욕구를 흡수할 것인지가 중요한 해결 과제다.
세 번째, 중국이 명실상부한 대국으로 등장하려면 따라서는 양상이어선 안 된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경제뿐 아니라 환경, 인권 등을 모두 흡수해야 한다.
중국 지도자들 스스로는 2049년, 마오쩌둥의 신 중국 통일 100주년을 명실상부한 문명 대국이 되는 시기로 잡고 있다. 이것이 중국이 갖고 있는 21세기의 거대한 꿈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세력 분포도가 바뀌는 국제정세 속에서 왜 미국, 중국을 신형 대국 관계로 보는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곡을 찌르지 못하는 핵심적 이유는 양국의 향후 5년(오바마 대통령 집권2기) 또는 10년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기간)의 리더십을 전망하며 미중 관계의 심중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G2의 개념 속에서 논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이 패권 경쟁을 벌일 것인가. 아니면 동아시아 협력 관계로 갈 것인가. 이런 정도의 단순한 정망만으로는 안 된다. 리더이 기준에 따라 함대는 방향을 틀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새로운 리더가 탄생한 미국, 중국의 향후 관계를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미국, 중국 신형 대국 관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3월 7일 워싱턴 평화 연구소에서 굉장히 중요한 발언을 하나 했다. 기본적으로 미국, 중국은 기성대국과 신흥대국의 관계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성대국에 신흥대국이 도전하면 반드시 전쟁이 일어났다. 그로나 클린턴 장관은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처음으로 적대 관계나 전쟁이 되지 않는 역사를 써야 하고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달 후인 5월 4일,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제 4차 중국 미국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발전 국가이고 미국은 세계 최대의 발달 국가라고 표현했다. 신흥대국과 수성 대국의 관계라는 것이다. 현재의 미국과 중국을 대등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클린턴 국무장과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바로 신형 대국 관계라는 말이다. 단순히 싸우자. 아니면 전면적으로 잘 지내자라고 양분하는 것이 아니다. 두 대국 간에 과거 역사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대국 관계를 맺자는 것이다.
동아시아 질서의 재건축
미국, 중국 양국은 새로운 동아시아의 질서를 건축하기 위한 설계도를 내놓고 있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국제 정치라는 거대한 설계도는 보지도 못한 채 모델하우스가 지어진 다음 마지막 분양 단계에서나 참여해 왔다. 그러나 설계가 이루어질 때 설계 변경을 적절히 한다면 우리 몫을 요구하거나 집어넣는다면 나중에 모델하우스가 나오고 분양될 때 그런 대로 편안한 스위트홈을 차지할 수 있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은 어떤 집을 지으려고 하는 것인가. 동아시아를 어떻게 재건축할 것인가. 양쪽의 요구가 약간 다르다. 우선 미국의 입장을 보자.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해 10월 11일 왜 미국이 태평양 시대를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6가지 핵심 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첫째, 기존의 동맹 시스템을 강화하고 둘째,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셋째, 동아사아의 다자기구나 네트워크 비중을 강화하며 넷째, 무역과 투자를 확대한다. 다섯째, 광범위한 군사력을 행사하며 여섯째, 민주주의와 인권을 진보시킨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동아시아 문제와 관련해 다섯 번째 사항을 두고 일각에서는 냉전시대의 피벗 투 아시아 즉 아시아 리밸런싱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것과는 다른 문제다. 6가지의 복합적인 라인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사실 미국은 중국이 부상하는 만큼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쇠퇴하는 것은 아니라며 펄펄 뛴다. 하지만 이처럼 6가지나 되는 상당히 복잡한 시스템을 짜서 관리하려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그러한 부분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어떤 입장일까? 시진핑 10년을 내다보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미국을 전망하는 것보다는 쉽다. 1당 체제이므로 당대표대회가 굉장히 중요하다. 우선 18차 당 대회의 핵심 내용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물러나면서 그동안의 자신의 과업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10년 동안 중국이 가야할 길에 대해 12가지로 요약했다. 그 중 유심히 봐야할 것은 두 가지다. 먼저 2020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 건설이다. 샤오캉 사회라는 말은 이미 지난 16차 당 대회 때 나온 것이다. 당시인 2000년대 전 후반에는 1인당 GDP 1000달러가 목표이다. 그러나 이제 전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목표는 물론 1만 달러다. 결국 중국은 향후 10년도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경제를 위해 중국이 희생을 한다면 미국과도 모든 관계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군사 부분에 관한 사항을 보면 알 수 있다. 후진타오 주석은 국가 건설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안보, 국제 안보, 경제와 관련된 군사력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단 방어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중국은 1차적으로는 선 경제, 2차 핵심 이익에서는 신흥국가로서 지분을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 양쪽이 다 2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 중 관계는 2곱하기 2, 즉 4가지 국면이 가능하다. 화평과 화평이 만나면 동아시아는 풍파 없는 태평양이 될 것이다. 반대로 추한 얼굴 2개가 만나면 격풍이 일수도 있다. 일단 중국이 경제 우선이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면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후진타오 주석이 밝힌 3대 안보를 위해서는 미국과 적대하지 않는 선에서 군사력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티베트의 분리 독립 문제나 국내 소요에서는 군사력을 과감히 쓸 것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해상 영토 분쟁 부분이다. 이미 중국은 일본과 댜오위다오 분쟁을 겪고 있다. 1차적으로는 중 일 충돌이므로 군사력을 제한적 의미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본은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개입하기 직전까지 가서는 결국 유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생존 번영 전략
이러한 미 중 신형 대국 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미국을 선택할 것인가. 중국을 선택할 것인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거기서 한 단 계 더 나아가 양쪽 다 섭섭하지 않은 방식으로 모두를 품어야 한다. 이중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미, 중이 상호의존적인 부분, 즉 경제 요소에서는 마음 놓고 양쪽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미, 중이 서로 대립하는 부분에서는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5중 그물망 짜기다. 동아시아, 남북, 세계, 사이버, 국내 관계에서 5중의 그물망, 즉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미, 중 관계뿐 아니라 우리는 일본과의 관계에서도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번 달 치러질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은 자민당의 집권이 유력시된다. 아마 그렇게 되면 독도, 위안부, 역사교과서의 3대 한, 일 쟁점이 원점으로 돌아가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한, 일 관계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양국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의 국제 정치를 하는 관계다. 단 연민의 정으로 일본을 바라봐선 안 된다. 동아시아의 패권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해도 일본을 더욱 냉철하게 보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자민당의 선택은 과거 19세기의 전통적 통치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 정세가 미, 중 중심으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일본은 미국을 확실히 잡고 전통적 힘, 즉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선택이다. 21세기의 파워는 더 이상 19세기적인 부국강병, 부강국가, 강성대국 건설만으로 장악하기 힘들다. 국경선, 영토라는 것은 특정 시기에 해당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힘의 외부적 표상일 뿐 실체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3대 문제를 단기적으로 국내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 대신 군사력, 경제력이 아닌 21세기의 복합력을 발휘해야 한다. 환경력, 문화력, 정보지식력 등이 총체적으로 엮인 복합력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국력의 표출이고 자기 세력으로 구획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21세기의 영토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힘인 작기 때문에 더 복합적이어야 한다. 미, 중보다 훨씬 더 치밀한 복합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누구보다 먼저 환경력, 문화력, 정보지식력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전혀 새로운 미, 중의 대형 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굉장히 예쁜 단독주택의 설계도를 그려서 잘 투영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