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활동은 나를 발전시키는 최고의 스승이다.
제안활동은 나를 발전시키는 최고의 스승이다.
하루에 하나씩, 아니 일주일에 하나씩만이라도 내 주변에서 개선거리를 찾아 제안을 한다면, 1년이면 최소 50개, 10년이면 500개, 20년이면 1000개가 넘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렇게 제안활동을 꾸준히 실천한다면 누구나 대한민국 최고의 기술자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명장 김기하 주임이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아주 간결했다. 현장에서 꾸준히 제안활동을 해온 것이 그 비결이었다. 다만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다면 목표가 명확했다는 것, 그리고 꾸준히 실천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제안활동은 나를 성장, 발전시켜 주는 스승이다. 라고 지난 35년간 제안활동을 통한 축적된 노하우로 대한민국 최고의 열처리기술자가 된 김기하 준임을 자난 3월 19일 현대위아 창원본사에서 만났다.
기술이 뛰어나 이름난 장인을 우리는 명장이라 부른다. 이들에게는 그 분야에서 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특별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민국명장 김기하 주인이 보유한 특별한 노하우는 금속재료 열처리기술이다. 이 열처리기술의 핵심은 고체상태의 금속을 가영 또는 냉각의 방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바라고자 하는 금속을 얻는 것이다. 금속이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강도 등 요구조건이 모두 다른데, 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열처리기술이다. 쇠도 사람과 똑같습니다. 사람이 피곤하면 사우나에 가서 몸을 풀고오잖아요. 그것처럼 쇠도 피로함을 느낍니다. 피로파괴라는 말도 있는데 자동차 엔진을 예로 들면 엔진을 계속 돌리면 주변의 쇠들이 마모가 되게 됩니다. 피로함을 느껴 쇠를 구성하는 조직 결정체가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지요. 이렇게 피곤해진 쇠를 특정 온도에서 가열과 냉각을 통해 원상태의 결정체로 돌려놓는 것, 이런 것이 바로 열처리기술이에요. 쇠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지요. 역시 명장답게 쇠에 대한 그의 철학에는 생산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쇠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 원하는 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열처리에 대한 그의 철학이다. 쇠에 대한 그의 남다른 철학은 현재 현대위아 기계 산업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특수공정에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특수공정을 통해 주로 방위 산업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헬기에 장착되는 랜딩기어를 비롯해 육상 자주포, 해상 함포 등 방위산업품의 가장 핵심 부품을 독보적인 열처리 기술로 생산하고 있다. 이들 방위 산업품은 일반 금속가공제품보다 훨씬 정교하고 특수한 열처리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국산 기술로 완제품을 생산한다는 자체가 국가의 열처리 기술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로 통한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현대위아가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김기하 주임이 있다.
쇠와의 첫 만남에서 35년 한 우물을 판 명장
김기하 주임과 쇠와의 첫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그는 반 대표로 서울에 있는 대한중기공업(현 현대위아) 주조부에서 6개월 간 실습생으로 활동하면서 기술자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졸업 후 정식사원으로 입사하여 금속 분야의 주조, 제강, 조형, 열처리공정을 접한 것이 쇠와의 운명적인 만남의 시작이었다. 처음 쇠를 접하고 꿈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노력하면 최고의 기술자가 될 수 있다는 좌우명을 항상 머릿속에 되새기며 정말 열심히 배웠습니다. 그 배움이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시간가는 줄도 몰랐죠. 그때의 열정이 지금의 열처리 기술자로 성장하는데 큰 기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쇠와의 만남은 1976년 국가의 방위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창원에 열처리 신공장이 건설되면서 지금의 창원으로 내려와 열처리 기술자로의 꿈을 키워가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열처리 관련 서적을 구하기도 힘들었어요. 어렵게 한 권이라도 구할 때면 단숨에 재산목록 1호가 되었죠. 그렇게 현장 실습과 이론을 익히면서 열처리 산업기사, 금속재료산업기사를 취득했고, 더 전문적인 공부를 위해 창원기능대학 야간에 입학해 주경야독으로 정말 모질게 공부를 했습니다. 쇠와의 첫 만남에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그가 이처럼 열정적으로 열처리기술과 씨름한 데는 당시 국내 기술력의 한계도 자극제가 됐다. 당시 국내 열처리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체적으로 열처리를 하지 못하고 선진국에서 역설계 해온 것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전부였죠. 그런 현실이 정말 마음 아팠습니다. 왜 우리는 못할까, 언제까지 선진국에 의존해서 열처리를 해야 하는지 그 현실이 용납이 안 되더라고요. 그게 자극제가 되었는지 열처리기술에 대해 더 오기가 생겼고 더욱 열심히 연구해 결국 방위 산업품과 항공기 부품에 대해 국내 최초로 NADCAP(항공우주산업 및 방위산업관련 이정 프로그램) 인증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열정으로 빚어낸 국내 열처리기술은 이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 35년 간 한 우물을 판 진념이 이제 세계무대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자로서 신이 된 비결은 제안활동
김기하 주임은 대한민국명장 외에도 기능한국인 ,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품질명장, 한국제안명인 등 국내 최고 기술자에게 주어지는 모든 타이틀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우수 숙련기술인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 기술자로서 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등극했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다고 해서 모두가 명장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산업계에서 평생 일을 해도 최고 기술자 타이틀을 획득하기는 정말 하늘에서 별 따기 만큼 어렵다. 그렇게 어려운 타이틀을 하나도 아니고 모조리 획득할 수 있었던 그만의 비결이 궁금했다. 그런데 그가 제시한 비결은 의외로 간결했다. 다름 아닌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대부분의 현장 직원들이 하고 있는 제안활동이 그 비결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도 제안이고 둘째도 제안입니다. 내 주위에서 작업방법이든, 원가절감이든, 품질이든 뭐라도 좋습니다. 그 제안의 크기가 크든 작든 하루에 한가지씩만 제안을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이 1년이 쌓이고 10년이 쌓이고 30년이 쌓인다면 아마 그 누구라도 명장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는 제안활동에 대해 제안은 나를 성장, 발전시켜 주는 스승이다. 라고 정의한다. 그가 지난 35년 간 해온 수많은 제안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안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제안에 임할 것, 둘째는 제안활동을 즐겁게 접근하고 그 관정에서 보람을 느낄 것, 셋째는 기술에 대해 항상 겸손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말 것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제안하고 또 제안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대한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쌓여 있을 것입니다. 지금 현대위아가 방위 산업품과 항공기 부품에서 국산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작은 제안들이 모여 가능했습니다. 개인에게 또 회사에 제안활동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활동입니다.
긴 안목을 갖고 꾸준히 혁신하라.
이제 정년을 4년 여 남겨놓은 김기하 주임은 그동안 열처리분야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담은 교재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교재를 통해 많은 후배들이 열처리기술도 배우고, 전문기술자로 성공할 수 있는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싶어 계획한 일이다. 후배들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적성과 능력을 발견해서 키워내고 준비하는 자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생의 선배로서 알려주고 싶어요. 지금 당장은 미진하더라도 긴 안목에서 목표를 갖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것입니다.
또 그는 정년퇴임 후에는 기술지원 컨설팅을 설립해 중소기업 및 미래 기술 꿈나무들에게 기술을 전수해 자신보다 더 훌륭한 최고의 숙련기술인을 육성하는데 앞장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최고 기술자 자리에 올랐지만 그의 열정은 여전히 뜨거운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고 있다. 기술에 대해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에게 열처리기술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