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스크랩] 욘족

루지에나 2014. 8. 21. 02:31

[천자칼럼]

부자지만 평범한 삶‥`욘族` 뜬다 
 
1980년대 여피족(yuppies),1990년대 보보스족(bobos)에 이어 2000년대에는 욘족(yawns)이라는 새로운 엘리트가 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욘족은 '젊고 부자이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yawn: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이라는 말의 앞글자를 따온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전문직 고소득층을 대변하는 여피족과 정신적으로 히피의 자유 성향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에서는 실리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인 보보스족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계층이다.

여피란 '젊은(young)''도시 거주(urban)''전문직(professional)'이라는 단어의 머리 글자를 딴 'yup'에서 나온 말이며 보보스는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의 합성어다.

욘족은 증시 호황과 기업 인수·합병(M&A),정보기술(IT) 붐 등을 통해 30~40대에 이미 수천만 달러 또는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거부들을 뜻한다.

아버지 덕에 호사를 누리는 부자들과 달리 자신이 직접 부를 일궈냈으며 재산 규모도 기존의 백만장자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들은 자신의 부를 요트나 제트기 등을 사는 데 쓰지 않는다.

대신 자선 사업 등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용하며 가족을 중시하는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표적인 욘족으로 사이버콥이라는 온라인 거래회사를 찰스슈왑에 4억달러를 받고 넘긴 필립 버버(47)를 꼽았다.

그는 천문학적인 돈을 번 뒤에도 여전히 텍사스 오스틴 외곽의 평범한 집에 살고 있으며 그의 두 아들은 오래된 중고차를 몰고 다닌다.

버버는 또 그의 부인과 함께 에티오피아의 빈곤 퇴치를 위한 자선재단 활동에 열심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51)도 욘족의 대표 주자로 지목됐다.

대저택을 갖고 있긴 하지만 자선 활동에 많은 돈을 쓰고 있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

옷차림도 세계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수수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밖에 야후의 창업자인 제리 양과 이베이의 공동 창업자인 피에르 오미드야르,그리고 젊은 시절의 워런 버핏 등도 욘족으로 분류했다.

 

소박한 부자
 
 
"나는 대다수 사람들보다 더 많은 부와 권력과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다 가져도 공허감은 어쩔 수 없다. 미국 사회 심장부엔 영적 진공이 자리잡고 있다. 영혼의 종양이다."

198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선거전략가로 유명했던 리 애트워터가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했다는 고백이다.

이혼의 90%가 돈을 둘러싼 분란 때문이라는 미국에서 돈은 물론 막강한 권세까지 손에 넣었는데도 그것만으로 행복해질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한창 승승장구하던 서른아홉살에 그같은 한탄을 남기고 이승을 등진 애트워터의 얘기는 미국사회의 심각한 소비병을 고발한 책 '어플루엔자(Affluenza)'에 나온다.

어플루엔자의 사전적 풀이는 '부자병'이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사람에게 생기는 것으로 권태감 무력증 죄책감 등을 수반한다고 돼 있다.

책에서는 '과다한 소비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확인하려는 탐욕증 내지 소비중독증'이라고 정의했다.

이 병에 걸리면 끊임없이 더 많은 걸 추구하느라 과중한 업무와 걱정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어플루엔자의 위험에 대한 경고가 효력을 발휘한 걸까.

애트워터의 말처럼 온갖 걸 가져도 영혼의 허전함을 어쩌지 못한 걸까.

영국과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신흥 갑부들이 자가용 비행기와 요트 등으로 부(富)를 과시하는 대신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 자선사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인생의 무게중심을 더불어 사는 삶 쪽으로 바꿨다는 얘기다.

'젊고 부자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이라는 뜻에서 '욘족(Yawns)'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성공을 넘어 가치있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인 셈인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대표주자로 꼽혔다.

'소유는 근심이요,소박한 삶은 은총'이다.

미국의 경우 어플루엔자에서 벗어나 물질적 하향이동을 택한 사람의 86%가 더 행복해졌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름을 밝히지 않고 수백억원을 병원에 기증한 이가 있다. 모쪼록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소박한 부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출처 : 블루우
글쓴이 : 음악처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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