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리더십은 휴머니즘이다.

루지에나 2015. 10. 10. 04:35

리더십은 휴머니즘이다.

 

 

과연 정치 지도자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그의 리더십이란 누구를 향한 것인가. 1980년대 아사지가 속출하던 한 농촌 마을은 협동농장을 중지해 기아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이를 주도한 마을 지도자들은 당명 불복으로 처형당하게 되었고 이 상황을 접한 덩샤오핑은 고민에 빠졌다. 리더십의 본질은 인간관계이며 인본주의, 즉 휴머니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이것은 동서고금과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대명제이다.

 

몇 년 전 베이징대를 방문했을 때 한 경제학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1980년대 중국의 개혁개방과 경제 도약을 위한 물꼬를 튼 지도자 덩샤오핑이 젊은 시절 지방 관리로 있을 때 관내에는 해마다 큰 흉년이 들어 아사자가 끊이지 않는 지역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어떤 이유에선지 그곳에서 아사자가 생겼다는 보고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으며 반대로 살기 좋은 고장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데 어느 날 당에서 파견된 감찰반이 그 지방에서 엄청난 당명 불복 사건을 적발해 낸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해마다 흉년이 들어 상당수의 가족과 이웃들이 굶어 죽는 참담한 현실을 보다 못한 지역의 책임 지도자는 마을의 어른들과 심각한 논의를 한 결과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매우 위험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기근의 원인이 사회주의 농촌경제의 근간인 협동농장 제도의 비효율성임을 지적하고 한시적으로 농지를 분배해 개인이 직접 농사를 짓게 한 것이다.

이에 동조한 마을 사람들은 자신에게 분배된 농토를 최대한 활용해 창의력과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지었다. 소출은 협동농장 시절보다 두 배 가깝게 증가했고 쌀농사뿐 아니라 다양한 잡공도 생산해 각 가정마다 곡식이 가득하게 되었다.

 

 

리더십은 누구를 향한 것인가?

이 같은 반동적 영농 방식은 매년 계속되었다. 그러나 살기 좋은 고장으로 변모하는데 성공했지만 당명을 어긴 것이 감찰반에 적발되어 책임 지도자를 비롯한 마을 지도자들 모두가 반동 죄로 처형을 앞두게 되었다.

보고를 접한 덩샤오핑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사건은 그로 하여금 협동농장을 주축으로 하는 사회주의식 경제체제의 심각한 문제점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고뇌 끝에 젊은 정치 지도자 덩샤오핑이 내린 결론은 인민을 잘 살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되어야 한다. 는 것이었다. 그는 중앙당 내 간부들에게 선처를 호소해 농지 불법 분배 사건 관련자들의 처벌을 경감하고 사면될 수 있도록 힘썼다. 결국 그 지역의 지도자들은 큰 처벌을 면하게 되었다.

덩샤오핑은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미래 경제발전에 대한 시사점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가 권좌에 올라 중국의 개혁개방이라는 대전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이 사건 경험은 일조를 했다는 후일담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인간관계이다. 최고경영자가 아무리 뛰어난 업적을 달성했다고 해도 부하 직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어 그들 대부분이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인정하기 않거나 행복하지 않다면 그 리더십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L 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형제간의 다툼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못해 분노가 쌓여 가고 있다. 형제와 부자간의 험담과 갈등을 보면서 과연 경영 리더십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

재벌의 원조 일본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이 오늘날 거의 없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른바 미츠이, 미쓰비시, 스미토모 같은 대표적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창업자 일가가 기업을 지배하거나 직접 경영을 담당하는 구조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전에는 이른바 자이바츠(재벌)가 있어서 기업의 소유 경영자가 직계 자식에게 회사를 승계하는 관행이 정착되어 있었으나 전후에는 전쟁의 책임을 지고 일본의 자이바츠들이 모두 해체되었다.

 

그리고 195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과거 자이바츠의 일부 계열사들이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뭉치는 이른바 대합동 관정을 거쳐 기업을 재결집하면서 과거의 상호만 차용한 게이레츠(계열)로 거듭 태어났다.

예를 들어오늘날 일본의 대표적 대기업 미쓰비시는 과거와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와사키 가문이 독점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해 오던 자이바츠가 아니며 과거 오너들과 단절되어 있다.

현재 대부분 게이레츠는 기업 지배구조에 있어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으며 전문경영인들에 의해 경영권이 승계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경영 능력과는 별 상관없이 창업자의 직계 혈육이라는 이유로 거대 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는 일은 일본에서는 보기 어렵다.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이 인기인 이유

최근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간 사기업의 비정상적 지배구조와 오너의 특성, 판단에 따라 경영 성과가 좌지우지되는 폐단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기 때문에 모든 기업 구성원이 주인이 되고 공동으로 수익을 나누는 기업 형태를 선호하는 풍토가 조성된 것이다.

독일에서 협동조합이 처음 탄생하게 된 계기는 1847년 겨울 혹독한 식량난을 겪고 있던 농촌 지역 바이어부귀의 라이파이젠 시장이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형편이 비교적 나은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두어 마을 기금을 조성한 것이었다. 기금으로 곡식을 사서 굶주린 주민들에게 외상으로 나누어 줌으로써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라이파이젠 시장은 마을 기금으로 공동 빵집을 운영하며 가난한 주민들에게 외상 채권을 받고 빵을 나누어 주었다. 또 주민들이 나중에 수입이 생길 때 갚을 수 있도록 해 줌으로써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빵 조합이 나중에 금융과 유통 협동조합 조직으로 발전했고 외국에까지 전파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협동조합이 탄생한 출발점에는 주민들이 굶어 죽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마을 지도자들의 휴머니즘 리더십이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닥친 크고 작은 재난과 불행한 일을 겪으면서 이웃 사랑이라는 휴머니즘의 동기에서 출발한 진정한 리더십의 출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