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팅

온갖 리스크가 현실화된 시대

루지에나 2016. 12. 21. 01:34

온갖 리스크가 현실화된 시대

 

 

 

올해 우리는 또 하나의 격동의 세월을 살아냈다. 초대형 경제위기가 터지지 않았을 뿐이지 상상 가능한 온갖 종류의 리스크가 현실화된 한 해였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리스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리스크가 지배하는 세상의 경영 전략 트렌드는 경영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마이클 포터 류의 5포스 모델(5 Force Model) 같은 전략 기법은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된 지 오래고 적응력과 민첩성을 갖춘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리스크의 시대, 미래를 만들어 갈 수는 없다. 다만 민첩하게 적응 할 수 있을 뿐

 

어느 해가 그리 쉽게 넘어가랴마는 올 한 해도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세계 곳곳에서 터졌다. 한 마디로 격동의 세월이다. 그 스타트는 영국이 끊었다. 브렉 시트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마지막 순간에 벌어진 노동당 조 콕스 하원의원의 피살로 영국의 EU 잔류는 확실시되는 듯했다. 그러나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결과가 나온 순간 세계 금융 시장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브렉 시트,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결과

혹자는 브렉 시트의 원인으로 과도한 EU 분담금과 이민자 유입의 문제를 지목한다. 그러나 그 본질은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양극화이다. 고소득자 저 소득자 그리고 북유럽 남유럽 간 양극화로 사회적 신분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

경제발전을 통한 중산층 확대라는 신자유주의의 주장은 허구로 드러났고 세계에서는 미국이, 유럽에서는 독일이, 남유럽에 비해 북유럽이 그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을 예견한 마르크스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로서는 브랙 시트 자체도 문제지만 그것이 전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더 우려스러운 시점이다.

사실 EU 탈퇴에 대한 정서는 마르크스의 유령처럼 유럽 전역을 배회하고 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직을 걸고 하는 개헌 투표가 관건이 될 것이다. 개헌 투표가 부결될 경우 총리는 사퇴를 할 것이고 이때 극우정당인 오성운동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오성운동은 EU 탈퇴를 대표 정책으로 내걸고 잇는 집단이다.

이탈리아가 탈퇴를 선언하면 스페인은 자동으로 따라간다. 그리스, 포르투갈까지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 전선이 도미노처럼 함락될 것이다. 과연 EU의 단일 국가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EU를 지키기 위해서 독일은 영국 보고 떠나려면 빨리 떠나라는 주문이다. EU 탈퇴이슈가 계속 뉴스로 다뤄지면서 다른 나라들이 영향을 받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EU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지켜 내기 위해선 가장 많은 혜택을 받아 온 독일이 좀 더 많은 것을 내놔야만 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리스크 ON

마르크스의 유령은 미국도 비켜 가지 못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민운동이 그 시작이었다. 미국 반전운동의 선봉에 섰던 조안 바에즈가 등에 기타를 메고 나타났을 때 월가에 모였던 시민들은 환호했다. 그의 전 남편이자 동료 반전가수였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해야 할까.

미국 대선도 브렉 시트 못지않은 반전이었다. 반 양극화 정서는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옹립했다. 양극화 피해자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사실 보호무역주의나 주한 미군 철수와 같이 그가 제시하는 정책들은 공화당 신자유주의의 기본 이념에도 어긋날뿐더러 그 자체로도 말이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학력 앵그리 하이트가 그에게 열광한 것은 그가 이들과 감정이입을 하면서 사회적 배설 기능을 대신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나라가 신고립주의를 선택하다니 참으로 역설적인 결과가 나왔다.

생각지도 않았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당선되었으니 세계 질서, 경제 및 금융의 측면에서는 리스크 온의 상황이 되었다. 원래 민주당은 정책노선이 보호무역주의 환경규제 등 우리나라의 경제 환경에 그다지 유리하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트럼프는 민주당보다 오히려 더 진보적인 소위 좌 빨 정책들을 쏟아냈다. 더구나 그의 신고립주의는 한국의 방위 무임승차 론이나 보호무역주의로 연결되면서 우리나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의 연속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예측 가능한 클린턴이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보다 훨씬 유리하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사임하겠노라고 공언한 바 있는데 향후 통화전책 기조가 금리 인상 가속화로 전환될 경우 글로벌 도미노 외환위기도 가능한 상황이다. 세계 경제가 더블 딥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트럼프가 대통령 선거 캠페인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주장한 바대로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의 발언대로 국정이 운영될 경우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화당의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 맞게 운영될 것이다.

이미 트럼프도 당선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말하는 끝에 다른 나라들에게도 공정하게 하겠다고 첨언하면서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다만 정권 초기에는 보여주기 식 공약 추진이 가능 할 텐데 그때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은 없지 않아있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나 이때만 조심하면 될 것이다. 이래저래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든 미국 대선이었다.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이

신자유주의는 글로벌 자유무역 확대가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에 기반 한다. 국제 분업을 하면 즉 감 농사에 자신이 있는 나라는 감만 생산하고 쌀농사에 경쟁력이 있는 나라는 쌀 생산에만 전념해 가을 추수 때 서로 바꿔 먹으면 양측 모두에 훨씬 더 이익인 것은 영원한 진리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또 다른 속성이 하나 있다. 그렇게 해서 추가로 생산된 부가가치의 분배 역시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한다는 점이다. 부의 분배방식이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방식이다. 보다 힘이 센 일방이 부가가치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양극화는 필연적 결과이다. 국가 간 양극화도 포함된다.

국가 차원에서의 자유주의는 그 자체가 패권국의 승자독식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기 위한 이론적 도구에 불과하다. 자유주의는 영국을 위해 존재했고 신자유주의는 미국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3조 달러를 넘는다. 중국이 미국에 대해서 3조 달러 만큼 장사를 잘한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중국이 이익을 봤다고 할 수 없다. 3조 달러어치의 물건을 가져다 소비한 미국과 3조 달러의 종이 쪼가리를 들고 있는 중국, 어느 쪽이 장사를 잘한 것일까?

문제는 국가 내 개인 간의 양극화도 너무 심해졌다는 점이다. 굳이 파레토 법칙을 말하지 않아도 한 나라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80%를 상위 20%가 가져가는 경제구조가 고착화 되면서 서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더 이상 해소되기 어려운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양극화의 불만은 대체로 커다란 경제위기에 터져 나온다. 이번에도 서브프라임 위기가 도화선이 되었다. 서민들은 집을 다 날리고 길거리로 나앉게 생겼는데 서브 프라임 증권을 만들어 낸 사람은 몇 년 동안 수억 달러의 연봉을 받았으니 사람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월가를 점령하라 라는 구호가 터져 나올 수밖에,

양극화는 공산주의의 유령을 다시 소환해 낼까. 공산주의는 아니더라도 신자유주의의 퇴조와 케인즈 주의의 부활로 넘어가는 계기는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좀 더 진보적인 체제로 이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커다란 위기는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경제지도가 크게 출렁거리면서 새롭게 정립되는 것도 이때다.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이 고전파 자유주의의 몰락과 케인즈 주의의 출현을 초래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40여 년 후 1973년 제 1차 오일쇼크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고 1974년 신자유주의의 아이콘이자 사회주의의 비판가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케인즈 주의의 쇠퇴와 자유주의의 부활을 예고했다.

또 다시 4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대공황급 서브 프라임 경제위기가 발생했고 세계는 이제 새로운 사회. 경제 지도를 그려 내고 있다. 그것이 공산주의는 아니겠지만 신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서 제 3의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그 실험은 스위스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65일 스위스는 기본 소득()을 놓고 국민투표를 치렀다. 스위스의 기본소득()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매월 2500스위스 프랑(300만 원), 청소년과 어린이에게 650 스위스 프랑(78만 원)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 기본소득()은 결국 부결되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76.9%의 반대를 들어 압도적으로 부결되었다고 여론몰이를 했지만, 스위스에서는 거의 혁명적인 일이었다. 원래의 스위스 국민성으로는 100%의 반대가 나왔어야 맞는 것이다. 이 국민투표는 사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던 것이었다. 투표 결과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바로미터이기도 했고 또한 기본소득이 해결 방안으로 채택될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비록 스위스의 실험은 부결로 끝났지만 이번 정책을 발휘했던 지식인모임단체의 말처럼 기본소득이란 중요한 이슈가 전 세계적으로 논의되기 시작된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2년 동안 기본소득 정책 실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고 네덜란드도 이 방안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막 시작된 복지와 법인세율 논쟁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저 부담 저 복지 사회로서 복지수준 제고에 대한 요구가 팽배해 있는 상태다. 중간층 붕괴, 실업률 증가 등 신자유주의의 저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중 부담 중 복지와 법인세율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의 발달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에도 대처해야 한다. 반면에 세계 최악의 저 출산 고령화는 복지 증대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복지 수준만으로도 2050년 국민 부담률이 40%까지 상승한다.

100원 벌면 40원을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다. 또한 일하지 않는 소득을 죄악시하는 국민의식도 걸림돌이 될 것이다. 리 사회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성장 정체에 돌발 리스크까지 가중

자연스레 시선을 국내로 돌려 보자. 올 한 해 시작은 별다른 이슈가 없었다. 경제도 상대적으로 좋게 시작했다. 2014년에는 세월 호, 지난해에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돌발 변수도 없었다.

상반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를 기록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은 있었다. 기저효과가 잇었던 점을 인정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근래에 가장 좋은 성장률이었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억지로 만들어 낸 성장률이었다. 소비나 설비투자 모두가 불 합격점이었다. 오로지 건설투자와 정부 지출에 의존한 성장이었다. 건설투자는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2014년부터 민간 아파트 분양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올해 건설 기성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도 한몫을 거들었다. 정부의 상반기 예산 집행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예산을 조기 집행했다. 상반기에 써 버린 예산 부족 현상을 메꾸기 위해 추경을 포함해 28조 원의 재정금융 보강을 단행했다.

금융 지원 포함 20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도 편성했다. 그리고 4분기에도 10조 원의 재정금융 보강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훨씬 밑도는 2.5% 수준에나 그칠 것 같다. 특히 4분기는 그 중에 최악이다.

사실 하반기가 좋을 이유는 원래 없었다. 구조조정이 장기 표류하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상도 하지 못하던 각종 리스크가 동시 다발적으로 현실화되었다. 먼저 시이클 산업 리스크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해운, 조선 산업이다. 지지부진하던 해운, 조선 산업 구조조정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라는 비운의 결말을 내고 말했다. 우리 수출 기업들의 화물이 항구에서 뭍으로 내리지 못하고 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한진해운 자체의 도산으로 입게 되는 충격은 빙산의 일각이다. 수출 기업의 상품 운송 차질이나 환적 항으로서 부산항의 지위 위협 등 부차적인 타격이 훨씬 더 크다.

해운업은 국가 기간산업 아니던가 해운업 없이는 전기를 켤 수 없다. 철강을 생산할 수 없고 또 자동차를 멈춰 서야 하고 가정에서 조리나 난방도 안 된다. 정부 당국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관리감독을 잘못한 결과로 세계 8위의 해운사가 공중 분해되었다. 우리나라 국가 경제의 소중한 자산 하나가 사라졌다. 그 결과로 신바람이 나는 것은 경쟁국 경쟁 기업들이다.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을 죽여 줘서 자국 해운사가 살아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업 리스크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노사 갈등은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커다란 분규 없이 순항해 왔다.

사실 분규가 터질 이유도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경제위기는 항상 문제를 야기한다. 양극화도 경제위기 때 문제가 불거진다. 파업 사태도 결국 경제위기로부터 발원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조선업 파업은 심정적으로 이해가 간다. 구조조정 위기에서 일자리를 잃게 생긴 사람들이 무엇인들 못하랴. 자동차 파업은 명분도 서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도 얻지 못했다. 노측만 비난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사측도 뭔가 잘못이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훼손이다.

지금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전기 차, 수소차 등 미래 에너지원의 변화라는 커다란 숙제를 마주하고 있다. 우인 자동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도 빨리 적응해야 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세계 1등 리스크도 터졌다. 우리나라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배터리의 문제다.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인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 삼성전자에서 이미 문제 원인을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에 고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있다. 바로 1등 리스크다. 삼성전자는 이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등으로 등극한 지 오래 되었다. 전자 산업은 2등은 살아남지 못하는 산업이다. 1등을 놓치면 시들어 가다가 죽는다.

미국의 IT 제조 기업들은 대부분 경쟁력을 잃었다. 애플이 경쟁력을 갖는 것은 제조 기업이 아니라 콘텐츠 기업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니도 세계 1등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들거리고 있다. 재기의 기회를 잡으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한번 놓친 승기를 다시 찾아오는 것은 전자 산업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한때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천하의 소니가 이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나락에 빠져버렸다.

삼성이 마주하고 있는 리스크의 본질도 그런 것이다. 세계 1등이란 매순간마다의 의사결정이 상대보다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다시는 세계 1등 리스크가 재발하지 않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거버넌스 리스크로 무너진 신뢰

신뢰 리스크를 고치는 과정에서의 혼란도 발생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즉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온 국민이 움츠러들었다.

법 시행에 따른 과도기적 혼신으로 인해 화훼 산업, 요식업 등 많은 산업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통계가 집계되어야 확인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일시적인 소비 위축도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따라 당분간 내수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영란 법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법이다. 선진국 치고 사회적 신뢰가 토대가 되지 않은 나라가 없다.

부정이나 불투명을 그대로 놔두고 선진국이 도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부정청탁이나 금품 수수가 도를 넘었고 그 이유는 너무나 오랫동안 도덕의 영역에만 맡겨 놨기 때문이다.

김영란 범은 법조문이 너무 조야해서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들 한다. 판례가 다 구축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고도 한다. 선진국들은 수백 년 동안 법과 제도 속에 갖춰온 것들이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만들어 가야 한다.

올해는 생각도 못했던 리스크가 다 터져 나와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바로 거버넌스 리스크다. 어쩌면 소버린 리스크로 번져 나갈지도 모를 이번 국가 재배구조 공백 사태는 상상도 못 해 본 일이라서 이것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하기는 곤란하다.

일단 외국인 투자자들은 약간의 부정적 반응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채권 시장, 외환 시장, 증권 시장 모두 별로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타격이 발생할 것이다. 먼저 우리 경제에 산적한 각종 과제들이 단기는 물론이고 중장기 과제들까지 올 스톱되고 있다.

국민들의 국가에 대한 신뢰 붕괴는 그 피해를 양적으로 측정할 수 없어 당장의 성장률에는 미미한 영향으로 그칠지 모르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계부채와 인구감소도 진행 중

또 다른 리스크 두 개가 현재 진행형이다. 당장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 리스크다. 지금까지 터져 나온 다른 어떤 리스크 보다 겁나는 리스크이다.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이 1300조를 넘어섰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142%로 마지노선을 넘어 섰다. 대체로 이 비율이 140%이면 한계가구로 분류되며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전체 가계 평균이 140%를 넘었으니 절반은 한계가구가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원리금 상환능력과 같은 부채 부담능력도 병행해서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원리금 상환능력에 문제가 없겠지만 금리 인상기로 들어섰을 때에도 가계가 버텨 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절반 이상이 직간접적인 주택 관련 대출인바 부동산 시장에서 버블이 터질 경우 가계부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 금융당국은 담보비율이 낮기 때문에 금융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런 정부의 주장에는 두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 매물이 매물을 불러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에도 대출금 회수에 충분한 담보능력이 되는지 알 수 없다. 된다고 하더라도 원리금 상환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그 많은 무수익 자산을 처분할 방법이 있는지 의문이다.

둘째, 서민과 중산층이 소위 깡통주택을 들고 노후용 자산을 다 잃게 되는 문제와 그로 인해 초래될 내수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보이지를 않는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디플레이션 대응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유발에 가깝다 한 마디로 무책임하다.

부동산발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이어 장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인구구조 리스크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이면 생산기능인구가 정점을 찍는다. 총인구가 정점을 찍는 시기는 2031년으로 추계되어 있다. 드디어 인구 감소 구간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55년부터 1974년의 약 20년간 베이비붐이 지속되었다. 전쟁이 한참 지난 1970년에도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4,53명이었고 출생아수는 100만 명을 넘었다. 이에 1973년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은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며 2자녀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다. 곧이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며 1자녀 운동으로까지 확대한다. 그리고 우리 출생아 수는 곧 감소세로 돌아 섰다.

지금까지 40년 넘게 출생아수는 감소를 거듭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4명 출생아수는 438700명이 되었다. 경제 성장률은 장기적으로는 인구증가율에 수렴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40여 년간 감소해 왔고 지금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 40년간 지속되고도 여전히 미래 진행형으로 남아 있을 디플레이션, 극복해 낼 수 있을까.

각종 복지 정책으로 출산율을 올릴 방법은 없다.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 밖에 없다. 하난이민 문호를 개방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통일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두 가지 모두 달성되기 쉽지 않은 해법이라는 점이다. 디플레이션 시대는 내년부터 2031년 사이 언제쯤부터 시작되겠지만 일단 시작되면 그때부터 최소 40년 이상 장기 지속될 것이다. 향후에도 합계출산율이 제고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만큼 더 오래 디플레이션을 참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