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경영의 새로운 해법 BBS
안전경영의 새로운 해법, BBS(Behavior Based Safety)
최근 산업현장의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세월 호 참사가 일어나며 우리나라의 안전 하한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산업 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기도 해 안전경영이 더욱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을 안전한 사업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이 뒷받침돼야 할까? 지난 6월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파이어 홀에서 열린 행동기반안전관리 적용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안전 구호가 공염불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BBS를 통해 안전 문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기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해 취득한 이익은 모두 환수해서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그런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습니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 중 일부이다. 사실 굿이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는 점점 그러한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미국 몬테나주에서 현대자동차의 티뷰론이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GM 차량과 충돌 티뷰론 탑승자 2명과 폰티악 탑승자 1명 등 3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제조 결함이 사고의 원인이라며 2억 4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470억 원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사실 중소기업이었다면 어마어마한 배상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했을 수도 있을 정도의 엄한 판결이다. 이와 같은 판결이 국내에도 도입이 된다면 안전=생존이라는 공식이 더욱 강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재해의 96%, 행동이 원인
그렇다면 산업재해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의 원인은 무엇일까? 먼저 지식이나 훈련이 부족하거나 안전의식이 결여돼있기 때문이다. 또 매뉴얼이 부재하거나 장비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정말 매뉴얼이 없어서 사고가 났을까. 정말 교육이 부족해서 였을까?
물론 매뉴얼이나 충분한 교육은 반듯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안전사고가 일어나는 것은 알고 있는 데도 안되는 게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어느 사업장을 가도 무재해 사업장이라고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다. 그러나 오세진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1980~1990년대 원전레이온 사건을 보면 무재해 사업장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했다며 무재해 운동이 오히려 안전한 사업장 정착을 가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는 질책과 경고, 벌금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안전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한 현실이다. 또 사고가 나면 관련 규정, 절차, 법을 따지기 시작하며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2010년 산업 재해자는 9만 8645명, 사망자는 2200명에 이르렀다. 안전관리를 위한 노력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그동안 국내 현장의 안전관리 4대 접근법은 공학적 교육적, 감성적, 규제적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행동에 기반 한 접근법을 바탕으로 행동관리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선진국 형 안전관리 기법인 행동기반 안전관리(BBS)이다.
미국 산업재해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불안전 행동이 76%, 행동과 상황이 20%로 전체 원인의 96%가 행동이 원인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안전 행동을 향상해야 한전사고가 줄어든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 문화를 정착하는 게 급선무다. 안전문화란 안전과 관련된 행동의 집합이다. 나도, 동료도 안전과 관련된 행동을 많이 할 때, 안전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는 것이다. 무엇보다 안전한 행동을 하는 것이 그만큼 필요하고 이익이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아직까지 기업의 안전 관리자나 리더들은 행동관리 보다는 선행자극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선행자극이란 행동 이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누구나 서면으로 안전 행도 지침을 매뉴얼화해서 제공하거나 교육 훈련을 하고 안전 행동을 증진하는 신호와 표어를 눈에 띄게 사업장 곳곳에 붙여 놓는 것 등이다.
그러나 추락주의 안전주의 철저점검 등의 구호가 문제 행동을 얼마나 감소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과 없는 선행자극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다. 특정한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그 행동 후에 긍정적인 결과가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 행동이 주는 보상과 이점 제공해야
오세진 교수는 안전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안전하게 행동하지 않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며 안전 행동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하고 작업시간이 길어지며 주변의 압박을 주는 경향이 있지만 불안전 행동은 편하고 빠르고 주변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기 때문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불안전 행동은 PIC(Positive, Immediate, Certain) 즉 즉각적이며 확실하고 긍정적인 결과물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계속 유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한 행동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긍정적이며 즉각적이고 확실한 결과물을 제공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작업을 할 때 보안경을 쓰지 않는 불안전 행동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를 살펴보자. 일단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는 게 평하고 빠른 반면 그로 인한 사고 발생 여부는 확실치 않다. 게다가 보안경을 쓰는 것은 불편하고 작업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처럼 안전 행동을 하는 것이 근로자 입장에서 불편하다면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는 긍정적이고 즉각적이며 확실한 이득을 제공해 근로자들이 스스로 행동을 바꾸게 하는데 초점을 둔다.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는 기존의 안전관리와 다르며ㅜ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기존 안전관리가 벌금이나 패널티 등으로 불안전 행동을 감소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는 안전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는 사고의 원인을 기계의 결함이나 안전의식의 결핍에서 찾지 않는다. 사고와 연관되는 안전 혹은 불안전 행동에서 찾는다. 생각이 행동이 되고 그것이 습관화될 수 있도록 안전관리 시스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적 행동 관찰로 안전 문화 만들기
그렇다면 안전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안전한 기업 문화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 기업의 안전문화 수준을 진단하고 특정 부서만이 아니라 조기의 모든 부문에서 행동 변화가 일어나야 하며 그것이 지속적으로 유지돼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우리 기업에서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 수준을 진단해야 한다. 4단계로 구성된 Q4 안전리더십 모델을 통해 진단해 보면 많은 기업들이 Q2단계나 Q3단계에 머물러 있고 일부 기업만이 Q4단계에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서 Q2 단계는 참여하지는 않으나 행복한 근로자들이란 불안전 행동에 대해 서로 묵인하고 있는 상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서로 평한 게 좋은 것이라는 인식 아래 안전 불감증에 빠져 있다.
Q3 단계는 공포에 의한 통제에 따라 관리자가 있을 때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잘 지켜지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안전 관리가 되지 않지 않은 상태이다. 회사나 관리자는 근로자들이 안전관리를 지키지 않으면 벌점이나 불이익, 퇴사 압박 등으로 통제를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불안전 행동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어 큰 사고가 터질 수 도 있는 단계다.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를 통해 도달해야 하는 단계는 바로 4단계인 Q4 단계이다. 이는 모든 조직 수준에서 안전 리더십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이다.
안전 리더십이란 꼭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 스스로 직접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는 행동 자체를 말한다. 특히 동료들끼리 피드백을 해 주고 이를 통해 안전 수준이 높아지고 생산성도 높아지는 단계이다.
행동기반 안전관리(BBS),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우리 기업의 현 수준을 진단했다면 앞으로 우리 조직에서 - 협력업체에 대한 평가 항목중 환경경영시스템의 유무를 평가하여 함께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고민해 보자. 먼저 조직 내에서 안전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다음 이를 위해 우리 기업에서 필요한 안전 행동은 무엇인지를 정해 보자,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행동에 대한 핀 포인팅을 하는 것이다.
핀 포인팅은 소수의 하이 임팩트 행동 즉 파급효과가 큰 행동을 찾는 과정을 말한다. 처음에는 하나의 행동을 꼽는 것이 좋다. 너무 많은 행동을 대상으로 안전관리를 하다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 덤프트럭 회사에서는 후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각종 사고가 발생했다. 사람이 치이기도 하고 적재물이 부서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핵심 행동을 찾기 시작했다.
문제는 덤프트럭 운전기사들이 후진 경보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스위치를 끈 채 후진을 해 온 것이었다. 경보기를 켜면 소리가 크게 나기 때문에 덤프트럭 운전기사뿐 아니라 다른 작업자들도 시끄럽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결정적인 행동 하나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행동기반 안전관리(BBS)의 기본은 바로 행동 관찰이다. 어떠한 행동을 하고 그것이 안전사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전략절인 행동 관찰로 안전문화 구축
그렇다면 행동 관찰은 누가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까?
행동 관찰을 하는 가장 효과적인 주제는 동료 근로자이다. 혼자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자기 보고 관찰을 하기도 하지만 현장을 잘 아는 동료 근로자가 관찰을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높다.
다만 이로 인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 에임, 노블레임의 원칙을 고수하는 게 필요하다.
즉 이름을 적거나 비판을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행동 교정을 통해 좀 더 안전한 사업장을 만드는 게 목적임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공감을 바탕으로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
행동 관찰 방법은 직원들이 관찰 카드를 소지하다가 자발적으로 관찰을 시행하고 일선 관리자는 관찰 결과를 수거해 분석하면 된다. 이때 안전에 대한 피드백을 풍부하고 올바르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전 행동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피드백이 효과는 그 전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안전문화는 정착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게 정착된 문화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안전문화의 정착이란
첫째, 안전관리가 일상의업무가 된 것을 말한다.
둘째, 관찰과 피드백 제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조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셋째, 관리자들이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를 이해하고 핵심 행동 발견 및 절차를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변화된 안전관리가 경영 시스템과 HR 시스템에 포함돼야 한다.
다섯째, 안전관리에 대한 이슈와 장애물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해결돼야 한다.
이러한 안전문화가 뿌리를 내렸을 때 비로소 Q4 수준의 안전한 기업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행동기반 안전관리(BBS) 시행으로 안전뿐 아니라 극대화
그동안 많은 기업들이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면서도 안전에 대한 투자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컨설팅 사례를 보면 행동기반 안전관리(BBS)를 통해 안전문화가 정착된 기업들의 생산성은 극적으로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년 넘게 샌드 오일 분야에서 1위의 경쟁력을 가진 b사는 최근 기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성과 안전 모두 급격하게 하락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의 조직문화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많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었지만 구성원들은 업무에 몰입하지 못하고 각종 안전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컨설턴트는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16개부서 440명의 리더에게 리더십 코칭을 제공하고 행동 관찰을 실시했다. 그 결과 동료가 행동 관찰한 빈도가 높을수록 사고가 감소했다. 각 수준의 안전 리더십 행동의 증가가 실제 사고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고 마침내 안전뿐 아니라 생산성의 극적인 향상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이는 안전문화가 조직 내에 긍정적으로 정착을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통제적인 문화, 선행적인 안전관리에 그쳤다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자, 구성원들의 행동에 기반한 안전관리가 안전문화 정착과 생산성 향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