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나라, 미국
기업하기 좋은 나라, 미국
미국 위기론이 공공연하게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강국으로서 건재하다. 미국은 세계 담론의 중심이며 글로벌 경제 판도의 실세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이 발표한 지난해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도 미국은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이처럼 확고한 글로벌 경쟁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기술 혁신에 기반을 둔 성공적인 기업이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 1MD의 평가이다. 어째서 구글, 애플, 페이스 북, 아마존 같은 세계 굴지의 창의적 기업들이 미국에서 탄생했고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메카가 되었을까. 창조와 혁신 기반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미국의 경쟁력을 살펴본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혁신 기업들은 인류의 생활양식을 바꾸고 있다. 아마존의 창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12월 CBS TV 쇼 60 분에 출연해 새로운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무인 항공기를 이용해 소비자의 제품 구매 이후 30분 안에 해당 제품을 배송한다는 것이다.
구글도 무인 조종 자동차와 로봇을 이용한 배송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애플은 마우스나 터치스크린, 음성 명령을 대체하는 기술로 3D 동작 감지 센서가 탑재된 차세대 모바일 기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창조와 혁신이 미국의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기업의 혁신 스토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톰슨 로이터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100대 혁신 기업 중 45개 기업이 미국 기업이었다. 세계 경제포럼도 미국 경제가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구조적 요인의 하나로 혁신적인 기업을 꼽았다.
미국 성장의 원동력, 창조와 혁신
기업의 창조와 혁신에 기반한 미국 경제의 약진은 홀 로머의 신 성장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로머는 새로운 아이디어, 이에 기초한 기술 혁신이 경제성장의 열쇠임을 역설하면서 유한한 자원으로부터 보다 많은 부를 창출해 내는 데 필요한 혁신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저축이나 투자, 거시 경제적 미세조정, 소비 진작책도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고 언급했다. 창조적 아이디어에서 연유한 역신이 경제성장의 핵심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창조와 혁신은 개척의 역사로 집약할 수 있는 미국의 태생에 뿌리를 두고 있다. 1620년 영국인 청교도들이 메이 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이주한 이래 유럽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회의 땅 미국으로 건너왔다. 초기 이민자들은 종교 박해를 피하기 위해 신분 계급의 제한에서 벗어나 토지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물론 단시 이 관활한 대륙에는 법도 규칙도, 안전에 대한 보장도 없었다. 완전한 불확실성의 맨땅에서 초기 정착 자들은 모든 것을 새로 일궈야 했다. 하지만 정착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노력의 대가로 땅을 일굴 수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한 결과 부를 축적할 수 있었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들의 이주는 지속되었다.
이처럼 개척자 정신으로 삶의 터전을 만들고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이주민들이 미국을 세웠다. 그렇기에 오늘날 개척도 도전, 창조와 혁신을 지고의 정신적 가치로 존중하고 체화하려는 사회, 문화적 토양이 형성된 것이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걸쳐 미국에서 발현하고 성장한 철학 사조인 실용주의도 창조와 혁신을 중시하는 미국 기업의 풍조와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 실용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 존 듀이는 탐구보다 행동을 중시하는 실천적 연구에 중점을 두었고 창조적 지성을 통해 구습을 타파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
관념적인 사유에서 벗어나 실용성에 바탕을 둔 실천적 이상주의 혹은 도구주의가 철저한 합리주의에 입각해 기업 경영을 강화하는 철학적 기초가 된 것이다.
미국 산업 자본주의의 약진
경제사적으로 볼 때, 현대 미국 산업 경제의 초석은 남북전쟁 이후 급속히 이루어진 경제적 발전이다. 특히 국내 자원 개발과 교통, 통신 수단의 발달에 힘입어 미국의 산업자본주의가 약진했다. 새로운 발견과 발명품이 급증하면서 소위 제 2의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서부 펜실베니아에서는 석유가 발견되었고 타자기, 전화, 전구, 자동차도 발명되었다. 이와 함께 국가의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었다. 대규모 석탄 및 철광석 광산이 개발되었고 제철 산업이 번성했다. 기간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대량 생산 방식도 개발되었다.
19세기 말엔 과학적 관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레데릭 테일러가 근로자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과학적 경영 원칙을 주창했다. 또한 록펠러, 포드, 카네기 등 재계의 부호가 19세기 후반 등장하면서 미국의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들어 미국 경제는 성숙 단계로 접어들었고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경제 패권국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1970년대 베트남전 패전과 1,2차 석유파동 이후 미국 경기는 불황에 접어들었다.
반면 일본과 독일 기업들의 생산성 제고 노력이 열매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1970~1980년대 미국 기업들은 자동차, 전자, 기계 등 제조업 전반에서 일본과 독일 기업에 비해 경쟁우위를 잃게 됐다. 1990년대 초 미국 의회 소속의 감사 기구인 GAO(General Accounting Office) 가 일본 및 독일 기업과의 생산성 격차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등 미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는 당시 미국 사회의 큰 이슈였다.
정보화 사회로의 이양과 경영 혁신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산업 경쟁력 회복은 소위 제3의 물결로 불리는 산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의 이양과 맞물려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공업화 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변혁되는 산업 조류 속에서 미국은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이 주도하는 산업 구조 고도화를 이뤘다. 미국 기업의 창조와 혁신역량이 정보화 사회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 것이다.
1990년대 미국 기업은 정보화와 관련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고 이익률, 기술 무역수지 등이 1980년대와 비교해 2배 가까이 개선됐다. 특히 기술 혁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창조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부를 창출한 성공적인 미국 기업이 잇따라 등장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야후, 구글 등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정보 통신 산업의 발전을 경인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이 재확인 됐다.
현편 1990년대 이후 미국 기업은 기술 혁신과 함께 벤치마킹, 다운사이징, 식스 시그마 등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한 경영 혁신 기법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와 같은 기업의 기술 혁신과 경영 혁신의 복합적인 혁신 노력으로 미국 경제 발전의 행전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다양한 혁신의 개념
슘페터는 혁신을 창조적 파괴로 피터 드레커는 지원이 부를 창출하도록 새로운 능력을 부여하는 활동으로 정의한 바 있다. 한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을 파괴적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즉 주류 시장과는 다른 가치 기준을 갖는 신시장에 진입하거나 주류 시장의 기대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가격 경쟁력이 있는 기술로 시작해서 급격한 기술 개발을 통해 결국 주류 시장을 장악하는 파괴적 혁신은 제품의 성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지속적 혁신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혁신의 양상이라는 것이다.
발명이 실제적인 활용을 반드시 수반하는 것은 아닌 반면 일반적으로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상용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혁신은 크게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해 내는 제품혁신 새로운 생산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세스 혁신, 업무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직화하는 조직 혁신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제품, 프로세스 조직 형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고안해 내는 급진적 혁신과 기존 제품, 프로세스 조직을 일부 변화시킨 점증적 혁신으로 대분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란 명칭의 유래
실리콘 밸리라는 명칭은 1971년 1월 주간지 일렉트로닉스 뉴스에 게재된 미국의 실리콘 밸리라는 제하의 특집기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이후 두루 사용되지는 않다가 1980년대 초 실리콘밸리 소재의 인텔 반도체를 탑재한 IBM의 PC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상용화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원래 벨리는 샌프란시스코 만 남단에 위치한 산타클라라 벨리를 지칭한다.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에 실리콘이 사용되기 때문에 반도체 제조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의미에서 실리콘 밸리로 명명되었다. 현재는 스탠포드 대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스탠포드 공업단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팔로알토와 산호세 지역으로 확정되었다.
미국의 성장을 이끈 3가지 사상
시상적 측면에서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뿌리를 살펴보면 세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은 공동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 충성, 획일적인 잡합을 추구하기보다는 건전한 개인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창의성과 자발성을 높이고 이러한 개인의 경쟁력이 모여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나라이다.
또한 결과의 형평성이 아닌 기회의 형평성을 지향하는 정신이 수많은 사람들의 성취 의식과 자유 경쟁을 고양하며 미국을 발전시킨 동력이 되었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성공의 기회를 준다는 아메리칸 드림과도 연결된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의 역사가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가 1931년 출간한 미국의 서사시에서 처음 언급된 문구다. 성별, 신분, 나이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부유하고 풍족한 삶을 살 권리를 누리고 능력과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받는 꿈을 일컫는다.
마지막으로 효율성 기반의 합리주의는 의리나 연고를 중시하는 인정주의를 배격하는 개념으로 직무와 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업적을 인정하는 미국의 문화가 세계 강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비결, 기업하기 좋은 나라.
창조와 혁신은 미국을 광활한 불모지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등극시켰고 지금도 그 경쟁력을 유지케 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이러한 창조와 혁신의 풍토가 시대의 흐름에도 퇴색하지 않는 것은 혁신을 가능케 하는 범사회적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기업 금융 시스템, 사회 전반에 깊이 내재되어 있는 동전과 개척 의지, 내일의 빌 게이츠를 키워 내는 역동적인 교육 시스템은 미국의 창조와 혁신의 생태계를 지지하는 세 개의 기둥이 되고 있다.
기업을 지원하는 금융 시스템
미국 기업의 창조와 혁신은 자본 시장 중심의 기업 금융 시스템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은행 중심의 기업 금융 시스템을 보유한 일본, 독일 등과 달리 미국의 기업 금융은 채권, 주식 등 자본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은행과 달리 위험 분산이 용이한 자본 시장에서는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지 않거나 담보가 불충분한 기업에도 자금 공급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본 시장의 역할이 커질수록 신생기업의 진입 및 성장이 촉진되며, 기업의 창조와 혁신을 통한 경제의 활력이 제고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5년 말 현재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30년 전인 1975년에는 존재하지 않았거나 10위 권 밖에 있던 기업의 비중이 60%로 독일(30%)의 2대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저축대부조합과 은행위기 이후 회사채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회사채 중심의 자금 조달방식이 정착됐다.
1980년에는 기업의 부채성 자금조달 중 은행 대출의 비중이 25.3%, 회사체가 40.2%였으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은행 대출은 6.8%로 급감하고 회사채 비중은 67.8%로 대폭 확대됐다.
또한 미국은 세계 최대의 주식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말 기준 미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 GDP의 114.9%로 독일(43.4%), 일본(61.8%)과 비교해 그 규모가 월등히 크다. 특히 첨단 벤처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는 장외시장인 나스닥은 뉴욕주식시장에 이어 세계 주식 시장 중 두 번째로 크다. 이 같은 대규모 주식 시장은 신생 첨단기업의 자금 조달에 윤활유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혁신 벤처기업이 번성하게 된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무엇보다도 벤처캐피탈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토마스 헬만 교수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 창업이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벤처 기업의 위험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전문적인 자본 시장과 지원구조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굳이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벤처기업은 필연적으로 높은 위험을 내포하고 잇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떠안고 자금 지원을 하는 주체가 없다면 존재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썬 마이크로시스템즈 등 많은 미국의 주요 기업도 성장 초기에는 벤처캐피탈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조쉬 러너 교수와 옥스퍼드대 경영대학원장인 피터 투파노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러면 2008년 기준으로 벤처캐피탈에서 자금을 조달한 미국의 상장기업 수는 전체 상장기업의 13%에 달한다. 특히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벤처캐피탈의 자금 자원을 받은 상장기업은 75%에 육박한다. 벤처캐피탈이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의 규모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다.
또한 벤처캐피탈 투자는 새로운 특허 기술의 개발에 있어 일반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3~4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활발한 미국의 벤처캐피탈 투자가 기업의 혁신 역량 및 속도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 지를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미국의 벤처캐피탈이 벤처기업 성장의 모판으로서 성공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데에는 다년간의 투자 업력에 바탕을 둔 벤처캐피탈의 기업 실사와 경영참여 노하우 그리고 원활한 투자 자금 회수를 가능케 하는 자본 시장의 유동성, 즉 역동적인 기업 공개 및 인수 합병 시장이 있다.
미국의 벤처캐피탈 역사는 최초의 벤처캐피탈인 ARD가 설립된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58년 중소기업투자법 제정에 힘입어 벤처캐피탈의 투자가 촉진되었고 1960년대 대기업의 자회사 형태로 설립된 벤처캐피탈과 연기금을 자원 금으로 한 벤처 캐피탈의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투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또한 1970년대 이후 IT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유수 벤처기업에 투자해 거액의 투자 수익을 거둔 벤처캐피탈이 다수 등장하게 된다. 대표적인 벤처 캐피탈 중 하나인 세쿼이아 캐피탈은 2005년 유튜브에 1150만 달러를 투자 한 이후 2006년 9월 유튜브가 구글에 매각되면서 5억 달러를 회수해 약 40배의 투자 수익을 기록했다.
미국 벤처캐피탈의 투자 규모는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로 대폭 감소했으나 2003년 이후 최근까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중 벤처캐피탈의 투자 건수는 3826건, 투자 금액은 271억 달러에 달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엔젤 투자자의 자금지원 규모도 상당하다. 주로 유한 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벤처캐피탈과 달리 엔젤 투자자는 일반 개인 투자자 또는 이들의 집단으로서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투자한다.
뉴햄프셔 대 산하의 벤처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26만 8160명의 엔젤 투자자가 67만 30개의 벤처기업에 총 229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최근 미국은 인터넷 등을 통해 소액 투자자를 모으는 클라우드 펀딩을 허용했다. 2012년 4월 신생기업육성법을 제정해 신생 벤처기업, 중소기업의 투자 자금 유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 법은 클라우드 펀딩 이외에도 영간 매출액 10억 달러 이하 기업에 대해 기업공개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그 이름에서 연상되듯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같은 벤처기업 성공 신화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고 창업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미국의 정책적 염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회 전반의 개척 정신과 도전의지
당신이 실패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혁신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이다. 실패에 대한 관용, 혁신에 대한 존중이 여실히 담겨 있는 우디 앨런의 말이다. 안정적인 길을 걷기보다는 모험을 택하고 설령 실패했다 하더라도 박수를 보내는 미국의 문화가 창조와 혁신의 모판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의 창업자 메이시는 네 번의 실패 이후 다섯 번째 도전으로 메이시스를 창업했다. 스티브 잡스 역시 야심차게 출시한 신제품이 연이어 실패작이 되면서 자신이 차린 회사에서 자신이 고용한 사장에게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바 있지만 다시 애플로 복귀해 아이 폰, 맥 북으로 스마트폰 및 IT 업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고 실패에 관대한 사회적 풍토가 없었다면 이러한 성공적 재기가 있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수성가한 기업가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부모나 자식이 넉넉하게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미국의 정신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정신이다. 워런 버핏이 2006년 6월 상속세 폐지 추진 움직임에 반대하면서 한 말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산이 아닌, 스스로의 역량과 성과로 성공할 수 있는 사회가 미국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사회라는 신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빌 게이츠 역시 자식들에게 각각 재산의 0.2% 이내에 1000만 달러만 상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녀 스스로가 그들의 삶을 개척해 나가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삶을 개척하는 것, 1860년대로 거슬러 울라가는 서부 개척 시대를 통해 뿌리 깊이 형성된 개척자 정신의 모토다.
자식에게 유산을 상속함으로써 그들의 삶을 창조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기회, 이를 통해 존경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지 않겠다는 신념의 기저에는 개척자 정신이 흐르고 있다.
많은 미국인들이 역대 대통령 이름은 기억 못해도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의 이름은 기억한다. 이들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고 이를 통해 미국 사회에 기여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젊은 사람들이 내일의 빌 게이츠, 내일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며 도전하고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서 큰 꿈을 이룬 미국의 인재는 이들 외에도 무수히 많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최고의 인재들이 전문성, 기술력을 바탕으로 잘나가는 작은 회사를 시작하는 것이 다반사다. 똑똑한 인재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으로 몰리는 한국의 현실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에서 작은 기업의 성공 신화가 지속되고 있는 것은 개척과 도전, 창조와 혁신을 숭고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문화 때문이다.
한편 많은 미국의 기업들이 지속적인 창조와 혁신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시행하고 있다. 기존 제품을 개선하고 새로운 제품을 창조하는 데 일반 대중의 의견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기업 자체의 혁신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회사 내부는 물론 외부의 일반 대중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제너럴 일렉트릭은 항공기 엔진 디자인과 제조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외 전문가들의 새로운 해법을 구하고 있다.P&G 도 C&D(Connect & Development)라는 전략을 수립하고 혁신을 위한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찾고 있다. 이른바 클라우드 소싱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탈의 상징 샌드 힐 로드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금융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실리콘벨리의 작은 동네인 멘로 파크의 샌드힐로드는 벤처 캐피탈을 상징하다. 미국 벤처 캐피탈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 위치하고 있다. 2011년 2월 실리콘 밸리에 들른 오바마 대통령을 집으로 초대해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유명한 벤처 캐피탈 리스트 존 도어가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크라이너퍼킨스 코필드 앤 바이어스도 이곳 샌드핼로드에 소재하고 있다.
비즈니스 마인드를 심어주는 교육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지난해 미국 경쟁력의 현 주소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기업가 정신이 세계를 주도하는 혁신을 빠른 속도로 창출해 상업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이처럼 탁월한 기업가 정신을 보유하게 된 데에는 교육 시스템의 역할이 크다.
미국은 100여 년 전부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기업가 정신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학교에서는 1980년대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이 청소년 문제와 실업 예방을 위한 청소년 교육의 한 분야로 정착됐다. 30개 이상의 주에서 창업 관련 수업이 진행되고 있고 아이오와 등 10여 개 주에서는 직업 교육과 창업 교육이 주법으로 법제화되어 있다.
졸업 후 산업 현장으로 원만히 이행 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활발하다. 1994년 제정된 현장중심교육법에 근거해 초등학교 때부터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향후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굘 외에 다양한 비영리 교육 기관도 비즈니스 소양 계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우프만 재단은 여름방학 중 6일간 합숙하는 몰입형 교육을 실시하는데 실제로 기업을 운영하는 경험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기업가 정신교육네트워크는 주로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실업가 양성 교육을 실시한다. 자신만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고, 우수한 사업계획서를 도출한 참가자에 대해서는 실제 창업 자금도 지원한다.
미국 기업가 정신 교육의 정점에는 경영학 석사 과정이 있다. 미국에는 기라성 같은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즈가 발표하는 세계 100대 경영대학원 중 절반이 미국 대학원이며 런던 경영대학원을 제외한 상위 5개는 모두 미국 학교이다.
세계 도처의 인재들이 미국이 경영대학원으로 해마다 몰려들고 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MBA 과정 재학생 중 미국 이외 국적 학생의 비율은 내년 졸업 예정자를 기준으로 34%에 달한다.
기업가 정신에 특화한 MBA 과정도 많다. 특히 뱁슨 칼리지는 20년간 기업가 정신 MBA 부문에서 연속 1위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창업 후 1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실무 지식을 체험적으로 습득하도록 하는 경영 및 기업가 정신 기초 과목은 가장 혁신적인 교과목 중 하나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국가 혁신 전략을 통해 향후 10년간 STEM(과학, 기술, 공업, 수학) 과목 교사를 10만 명 증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농업 기술에서부터 에디슨의 백열전구, GE의항공기 엔진과 구글의 인터넷 툴에 이르기까지,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한 창조와 혁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들 기초 관목에 대한 교육이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비즈니스 환경의 약점
기업하기 좋은 나라 미국이지만 모든 비즈니스 환경이 기업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국가별 리스크 요인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글로벌 정보업체 IHS 글로벌 인 사이트는 미국이 다음과 같은 약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양대 정당의 대립이 첨예해서 극단적인 정책 분열과 불확실성이 초래될 소지가 있다.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발생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유독 쟁송이 많은 것도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고 있으며 기업의 법적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최근 20년간 다소 하락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높은 범죄율과 자본주의의 폐해로 드러난 빈부 경차 및 인간의 소외감 등도 문제다. 또한 인종의 도가니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민족이 뒤섞이면서 발생하는 갈등과 법적 평등 이면의 흑백 갈등 세계 테러와 전쟁의 위협, 타국에 대한 간섭으로 불거지는 외교적 갈등 등 여러 가지 갈등 양상도 해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