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스크랩] '선파워'리처드 스완슨 회장

루지에나 2010. 12. 31. 01:43

세계적 태양전지 업체 '선파워'리처드 스완슨 회장
"매년 40% 크는 '선파워···' 반도체 경험 살리면 한국도 빛 볼 것"

#1. 2003년 6월 27일

태양전지로 작동되는 무인 고공 프로펠러 항공기 '헬리오스'가 시험 비행 중 추락했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발표했다. 헬리오스는 이날 오전 하와이 카우아이섬의 미 해군기지에서 이륙해 29분간 비행하다 추락했다. 이 항공기는 한번 발사되면 태양전지로 동력을 얻어 몇 개월 정도 공중을 떠돌며 통신이나 기상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계됐었다. 헬리오스의 태양전지를 설계한 리처드 스완슨(Swanson·사진)에게는 또 한 번의 쓰라린 실패 경험이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2. 2009년 10월 27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9만개의 태양전지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미국 플로리다의 소도시 아카디아에 있는, 미국 최대의 태양광 발전소에서다. 리처드 스완슨이 창업한 세계적 태양전지 업체 선파워(Sunpower)가 만든 발전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총 81억달러 규모의 야심 찬 클린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두 사건은 태양광 산업, 그리고 리처드 스완슨이 걸어왔던 파란만장한 시간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교수였던 스완슨은 1985년 태양광 회사를 창업했고, 1991년엔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테뉴어(정년 보장) 교수직을 포기했다. 당시의 선파워는 대학에서 생겨난 수많은 벤처기업의 모습 그대로였다. 최근 국제 태양광 학술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리처드 스완슨 선파워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당시엔 살아남기 위해 뭐든 다 했다"고 회상했다. 일본 혼다의 주문을 받아 호주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에 나갈 태양광 자동차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다른 태양광 업체와 마찬가지로 선파워도 '쨍 하고 해 뜰 날'을 맞고 있다. 태양전지 산업은 지난 20년간 200배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으며, 선파워는 작년 매출이 14억달러에 이르면서 미국 태양전지 업계에서 퍼스트솔라에 이어 두 번째가 됐다. 올해 64세인 스완슨 회장의 인생도 만개(滿開)하고 있다. 온갖 과학상, 발명상을 휩쓸고 있으며, 올해는 '이코노미스트지(誌) 혁신상'의 에너지 및 환경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혁신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상이다. 태양전지 기술의 진보와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 시스템의 상용화에 대한 그의 기여를 인정한 것이다.

그의 표정은 온화한 신사 같았고, 질문을 하면 아주 찬찬히 설명을 해줬다. 그는 치열한 경영 현장에 나선 승부사라기보다는 이상을 실현하려는 과학자로 보였다. 하지만 태양전지 산업의 미래를 설명할 때 그의 어조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25년 전 선파워를 창업했을 때는 하나의 개념에 불과했던 태양광이 이제는 주류(main stream)로 인정받는 역사적인 순간에 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경기 침체는 태양전지 산업에 위기라기보다는 오히려 기회"라고도 했다. 태양광 업체가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개념이 이른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발전 단가 균형 시점)'이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發電) 단가와 태양광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시점이다. 지금은 정부 보조(발전 차액 지원제도)에 기대고 있지만, 그리드 패러티가 되면 태양광 발전이 자생적인 성장 동력을 갖게 돼 폭발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완슨 회장은 이 그리드 패러티가 앞으로 3년 이내에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와트의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전지 모듈의 가격이 3.17달러였다. 하지만 2012년에는 현재의 반값 수준인 1.5달러로 가격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는 "이미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화석 연료로 만든 전기의 소매가보다 태양광 발전 전기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그러나 그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현재 전 세계 태양전지 산업은 글로벌 경제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각국 정부가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감축하고 있다. 세계 2위 태양전지 시장인 스페인에서는 지난해 정부가 태양광 발전업체에 2400㎿(메가와트, 1㎿는 100만 와트)까지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올해엔 500㎿까지만 지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공급은 계속 늘고 있어 공급 초과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 8월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세계 태양전지 모듈 수요가 전년 대비 17%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세계 태양전지 제조사의 생산 능력은 56% 증가한 17GW(기가 와트, 1GW는 10억 와트)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세계 태양전지 수요가 5GW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3배가 넘는 과잉 설비와 공급 초과 현상이 예상된다. 다른 태양광 업체와 마찬가지로 선파워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007년 12월 130달러를 넘던 것이 1일 현재 21.62달러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스완슨 회장은 "공급 과잉은 태양전지 가격을 낮춰 태양광 발전시장이 오히려 성장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1975년부터 태양전지 가격을 분석한 결과, 실리콘 공급 부족으로 태양전지 가격이 내려가지 않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기술 발전과 제조 설비 확대로 이제야 3~5년 전에 전망한 가격과 같아졌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으로 인한 손실을 태양전지 가격 하락으로 견딜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스페인은 보조금 감축으로 시장이 크게 줄었지만, 미국과 이탈리아에서는 가격 하락으로 시장이 성장해 보조금 감축의 충격을 상쇄했습니다."

스완슨 회장은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는 호기"라고도 말했다. 예를 들어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미국 정부가 실업자 구제와 지역 경제 활성을 위해 대형 댐을 지어 농촌에까지 전기를 공급했다. 마찬가지로 태양광 보급이 글로벌 경기 침체 극복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태양전지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정책 입안자들이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한국, 반도체 산업을 발판으로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 도전하라

신재생에너지 권위지인 독일 포톤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세계 최대 태양전지 생산 업체는 독일의 큐셀이며, 미 퍼스트솔라와 중국 선텍, 일본의 샤프가 근소한 차이로 뒤를 잇고 있다. 선파워는 9위에 랭크됐다.

선파워의 핵심 기술은 후면 전극 태양전지. 일반적으로 태양전지는 실리콘 결정판 위아래로 금속 전극이 붙어 있는데, 선파워는 모든 전극을 실리콘층 아래로 모은 새로운 전지를 개발했다.

햇빛이 실리콘에 닿으면 전류가 발생해 전극으로 흐른다. 기존 전지는 햇빛 일부가 실리콘에 닿기 전에 전극에 부딪혀 반사되지만, 선파워사의 후면 전극 전지는 그런 손실이 없다. 덕분에 기존 태양전지가 태양에너지의 13% 정도를 전기로 바꾸는 데 비해, 선파워의 태양전지는 19%로 발전 효율이 세계 최고다. 선파워는 2000년대 들어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뤘다.

선파워는 태양전지 제조뿐 아니라 원료 공급에서 설치까지 수직 계열화된 기업 구조를 갖고 있다. 2007년 1월엔 태양광 발전시스템 설치 선두 기업인 파워라이트(PowerLight)를 인수했다.

선파워는 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2006년 9월 웅진코웨이와 합작해 단결정 실리콘 잉곳(태양전지 원료) 제조 합작 법인인 웅진에너지를 설립했으며, 동양제철화학(OCI)과는 폴리 실리콘(태양전지 원료)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국내에 경북 문경을 비롯, 4개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었다.

그러나 한국은 사막처럼 태양광 발전에 적합한 넓은 땅이 없고, 일조량도 적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스완슨 회장은 "한국은 태양 에너지 단독으로보다는 다른 에너지와 결합한 '에너지 제로 하우스(에너지 소비가 없는 주택)' 개념이 적합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붕에는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는 한편, 단열재 성능을 높이고 지열(地熱) 에너지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도 함께 쓴다면 '전기를 소비하는 만큼 생산하는 주택'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의 삼성이나 LG 같은 기업은 이 분야(태양광과 다른 에너지 기술을 통합하는 기술)에서 충분히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험을 살린다면 태양광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역시 한국처럼 일조량이 적지만, 태양전지 산업에서 세계적 수준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전지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전받는다면 한국도 충분히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태양전지 업계에서는 필름처럼 얇은 박막(薄膜) 실리콘 전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전지는 잘 휘고 투명해 건물의 외벽이나 유리창에도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스완슨 회장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그는 "매우 흥미로운 기술이긴 하지만, 대규모 발전을 위해선 발전 효율이 높은 실리콘 결정 태양전지가 필수적"이라며 "새로운 전지보다는 제조 방식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정에 태양전지판을 설치하면 공사비 중 전지 가격은 절반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설치비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구조인 셈이다. 대응책으로 선파워는 구멍을 뚫고 볼트를 조이지 않고도 타일처럼 그냥 깔기만 하면 되는 전지를 개발해 설치비를 크게 줄였다. 또한 대형 발전소의 경우 태양전지가 태양을 따라 움직이도록 해 발전 효율을 높였다. 스완슨 회장은 "수직 계열화를 한 이유도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태양전지 설치비를 낮추는 데 리더가 됐다"고 말했다.

■스완슨의 두 가지 성공 비결

스완슨 회장의 성공 비결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늘 도전했다는 것이다. 둘째, 좋은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파워를 창업한 뒤 돈 되는 일은 다 하며 아등바등했지만, 결국 2000년에 가서 돈이 바닥났다. 그를 구원한 것은 반도체 칩 제조사인 사이프러스(Cypress)의 T. J. 로저스(Rodgers) 회장이었다. 스탠퍼드대 동기인 두 사람은 노벨상 수상자인 윌리엄 쇼클리(Shockley) 교수 밑에서 함께 공부했다. 로저스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나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단 두 사람이다. 바로 쇼클리와 스완슨이다"고 말할 정도로 스완슨 회장에 대해 신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로저스 회장은 "친구는 친구고 사업은 사업"이란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신축하는 사옥(社屋)의 지붕에 태양전지를 설치해 써보면서 태양광 발전 산업의 가능성을 직접 분석했다. 당시 설치한 태양전지판은 산요(Sanyo)와 셀(Shell)이 만든 것이었다. 선파워는 당시 제대로 된 태양전지 제조 공장도 없었기 때문이다. 로저스 회장은 스완슨이 만든 것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태양전지로도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고 투자를 결정했다.

처음 투자는 로저스 회장의 개인 돈 75만달러였다. 사이프러스의 이사회를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저스는 스완슨에게 투자 조건으로 3가지를 내걸었다. 생산비가 적은 곳에 공장을 세울 것. 직원의 절반을 해고할 것. 경영진을 쇄신할 것. 스완슨은 로저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장을 필리핀 마닐라에 세우고, 사이프러스의 최고기술책임자인 톰 워너(Werner)를 CEO로 받아들였다. 스완슨 회장은 "가내수공업 수준에서 이른 시간 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체로 탈바꿈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이프러스 이사회는 마침내 2002년 선파워에 9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년 뒤엔 나머지 선파워 주식도 모두 샀다. 투자는 성공이었다. 사이프러스는 선파워에 1억6800만달러를 투자했고, 2005년 선파워가 나스닥에 상장되자 750만주를 팔아 4억3700만달러를 벌었다. 그래도 선파워 지분의 절반이 넘는 4000만주 이상이 남았다.

■'스마트 그리드'에서 기회를 찾다

스완슨과 로저스는 새로운 기회를 보는 눈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태양광 산업의 새로운 미래에 일찌감치 주목했다. 바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지능형 전력망)'를 통한 분산형 태양광 발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분야이다.

스마트 그리드는 기존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소비자가 사용한 전기의 양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는 전력 소비뿐만 아니라, 전력 생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신재생 전기 에너지를 기존 전력망에 자연스럽게 공급할 수 있고, 피크타임에 필요한 추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를테면 한낮에 비어 있는 주택의 지붕에서 태양전지판이 생산한 전기를 스마트 그리드 망을 통해 전력회사에 파는 게 가능해진다. 가정은 돈을 벌어 좋고, 전력회사는 전력 수요가 많은 한낮에 발전소를 더 돌리지 않고 전기를 공급할 수 있어 좋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를 위해 2017년까지 1만 가구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선파워는 파워라이트를 인수하면서 가정용 태양광 발전 시장에 발 빠르게 진출했다. 지난 10월 오바마 대통령이 스마트 그리드에 총 81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장소가 선파워의 플로리다 태양광 발전소였던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기업도 같은 방법으로 스마트 그리드 망 안의 태양광 발전소가 될 수 있다. 선파워는 월마트와 존슨앤드존슨, 마이크로소프트, 페덱스, 도요타, 콜로라도주 정부, 국방성(네바다 공군기지) 등을 고객으로 갖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사옥이나 창고, 매장, 공장 지붕에 선파워의 태양전지판을 설치한다. 태양전지판 설치는 무료다. 대신 태양전지판 소유권이 선파워에 있다. 기업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10~20년간 고정된 가격에 사주게 된다. 기업은 설비투자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얻고, 선파워는 전기를 팔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업이다.

스완슨 회장은 "스마트 그리드는 태양광 발전소를 전 국가, 전 지구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처럼 햇빛이 많은 주에서 생산한 태양광발전 전기를 햇빛이 약한 주에 공급하거나, 겨울에는 지구 반대편 여름인 나라에서 만든 태양광 발전 전기를 공급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는 "태양전지 생산 능력으로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앞으로 매출은 어느 회사보다 더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전지 생산뿐 아니라 원료인 실리콘 잉곳 생산, 태양전지 설치, 태양광 발전 전기 판매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완슨 회장의 기상도는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햇빛 쨍쨍'인 셈이다.
출처 : '선파워'리처드 스완슨 회장
글쓴이 : 작은도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