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에 관하여

일본病…그것이 주는 교훈

루지에나 2011. 1. 2. 20:43

일본病…그것이 주는 교훈

최근 일본에서는 공산당 당수인 시이 가즈오 위원장(56)의 이름을 빗대어 '시지제이(CGJ)'라는 유행어가 젊은층에서 회자되고 있다. '시지제이'는 '시이, 굿잡(Good Jobㆍ공산당 당수 잘했어)'의 약자로 시이 위원장이 각종 강연이나 미디어 출연을 통해 일본 사회ㆍ경제의 모순구조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장면이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확산되면서 생겨난 용어다. 세계 경제 2위 국가이자 아시아에서 자본주의를 가장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 공산당이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실제로 일본 공산당은 비정규직 근로자나 도시 빈민층을 중심으로 신규 당원들이 매월 평균 100명 이상 늘어나는 등 기성 정당에 염증을 느낀 젊은층 유권자들로부터 최근 새로운 탈출구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동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선임연구원은 일본병의 실체를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활력 상실(Loss of Dynamism)'과 '리더십 부재(Abscence of Leardership)'라고 지적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지난달 29일 국회 연설을 통해 '이노치(일본어로 목숨)'라는 단어를 1시간 동안 무려 24번이나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목숨을 걸고'라거나 '(서민들의)목숨을 지키기 위해'라는 의미로 이 단어를 남발했지만 미디어와 여론은 "세습 의원 출신인 총리가 목숨이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고 말을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일본병을 고쳐야 한다는 국민적인 열망 속에 54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새 내각의 '투 톱'으로 불리는 하토야마 총리,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각각 불법 정치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거나 증여세를 별도로 납부하는 등 젊은 세대에 오히려 실망감만 안겨줬다. 월가발 위기 이후 정책금리는 '제로' 수준인 0.5%까지 인하됐지만 돈이 돌지 않는 동맥경화 현상이 지속 중이고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순채무 비율이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100%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실상 정책적 대응 수단들도 마비된 상황이다. 실제로 하토야마 새 내각이 내놓은 주요 경제정책들은 일본병을 치유하기는커녕 잠재성장률을 더욱 하락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아동복지 수당 확대와 농어촌 교부금 지원, 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등 앞으로 2~3년간 정부 재원이 대거 투입되는 분야들이 경제 성장이나 투자 활성화보다는 분배 중심의 정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이 같은 근시안적인 정책은 올해 실질GDP를 반짝 견인하는 효과를 낼지 몰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미즈호연구소 측은 하토야마 내각의 예산 편성과 부양정책은 올해 실질GDP를 1.2%포인트 견인하는 효과를 내지만 2011년부터 3년간은 오히려 -0.1~0.4%포인트 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자살 건수는 작년까지 12년 연속 매년 3만명을 돌파하며 '자살왕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년 뒤인 2030년이면 일본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돼 주식회사 일본은 영영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2류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정치ㆍ경제 리더십 부재와 집단 무기력증으로 대변되는 일본의 병폐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국가 리더십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사회ㆍ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