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절 회계로 명성 날린 도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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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 기업 도시바가 회계 부정으로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 제3자위원회의 조사 결과 여러 사업 부문에서 이익 과다 계상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도시바 주식 가격은 폭력하고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타 기업과의 경쟁과 경영진의 과도한 실적주의가 부정행위를 유도하고 그 결과 걷잡을 수 없는 손실을 불러운 것이다. 이 사태로 도시바는 일본 굴지의 기업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전략했다.
지난 4월 3일 오후 일본 전자 기업 도시바는 일부 인프라 공사 회계 처리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특별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라고 발표했다. 외부 변호사나 회계사도 참여해 1개월 동안 실적에 대해 정확히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정확히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에 계상한 인프라 관련 사업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6일 월요일 아침 주식 시장이 열리자 도시바 주가는 곧장 폭락했다. 장중 9% 이상 빠지다. 조금 만회하긴 했지만 5% 이상 하락했다. 주가는 487엔대로 주저앉았다. 어느 정도 손실이 발생했는지 알 수 는 없었지만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던졌다.
회계 부정이 부른 주식 가격 폭락과 막대한 손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재앙의 시작에 불과했다. 한 달이 조금 지난 5월 8일 도시바는 투자자들에겐 충격적인 내용을 공표했다. 2014년에 영업이익으로 계상한 3300억 엔 등 실적을 취소하고 배당도 보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인프라 공사에서 부적절한 회계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도시바는 이어 좀 더 신중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내, 외부 전문가로 꾸린 이전 조사위원회 대신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한 제3자위원회를 별로로 구성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도시바는 2014년 25년 만에 최고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 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적은 안개 속에 빠져들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부적절한 회계가 직전 회계연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시작됐을 수도 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11일 월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도시바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도시바의 주식 가격은 하루 사이에 무려 17%(80엔)이나 빠져 403엔까지 폭락했다. 일본 주식 시장은 우리와 달리 % 가 아닌 주가 수준에 따라 상, 하한 폭이 정해져 있는데 이날 도시바는 하루 떨어질 수 있는 최대 폭이 빠졌다. 하루아침에 최저 수준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노무라 증권 등은 향후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며 목표 가격 설정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이후 도시바를 둘러싼 부적절한 회계의 실상이 하나하나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부적절 회계의 첫 조사 대상은 인프라 사업이었다. 인프라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공사를 진행한다. 도시바는 공사 진행 기준에 따라 회계 처리를 해왔다. 철도나 선박 등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완료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 특정 시점에 매출과 순이익을 계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런 회계에는 심각한 함정이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 문제가 발생해 공사 기간이 크게 늘어나거나 공사가 중단되면 특정 시점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리스크를 감안해 매년 결산을 해야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는 가급적이면 손실 가능성은 뒤로 미루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도시바의 재양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했다.
5월 15일 도시바는 제 3 자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에는 도쿄고검 검사장 출신이 임명됐다. 검찰 수사 수준의 강도 높은 조사가 예고됐다. 도시바는 제 3자 위원회에 모든 조사 권한을 넘기면서 지금까지 국내외 250건에 달하는 안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영업 손실 기준으로 약 500억 엔에 달하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시바의 인프라 관련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45%(2013년 기준)에 달한다. 발전 기기와 리튬이온전기 등 사회 전력 인프라(26%)가 가장 큰 사업이고 공조나 엘리베이터 같은 커뮤니티 솔루션(19%)도 비중이 크다.
전체 매출의 절반에 걸친 핵심 사업에서 부적절한 회계가 발견된 것이다. 다나카 하시오 사장은 목표 달성에만 집중해 내부 통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의도적으로 회계를 조작했는지는 조사 결과를 봐야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어느 정도 희망을 갖고 있었다. 유가증권신고서 제출 기간이 6월 말(일본은 대부분 기업이 3월 말 결산이라 제출 기간이 6월 말이다.)까지 어떤 식이로든 도시바가 결산 결과를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대조차 곧 물거품이 됐다. 초기 발표한 약 500억 엔의 손실은 제 3자 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ㅍ라 사업에서 프로젝트 사업이나 지연 등에 따른 부적절한 회계가 있었다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TV, 컴퓨터, 반도체 등까지 조사가 확대됐다. 도시바의 플래시 메모리 HDD 등 전자 디바이스(24%)와 TV, PC, 백색 가전 같은 라이프스타일 부문(19%)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40%를 넘는다.
6조 엔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는 일본 대표 전자, 인프라 기업의 전체 회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제 3자 위원회의 조사 결과 2008년부터 2014년에 걸쳐 영업이익을 무려 1518억 엔이나 부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의 과도한 실적 압박이 회계 부정의 원인
일본 언론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 도시바가 도대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러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언론이 분석하는 첫 번째 이유는 과도한 실적주의다. 경영진은 어떤 식으로든 목표를 달성하라고 사업 부문을 강하게 압박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였겠지만 각 사업 부문 담당자들은 매월 이루어지는 평가에서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시달렸다. 실적을 맞추라는 경영진의 지시를 각 부문 담당자들은 부적절한 회계를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쟁사인 히타치제작소가 구조조정에 성공한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실적을 올리자 이를 의식한 것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도시바 경영진은 줄줄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게 됐다.
다나카 현 사장은 물론 부정 회계가 집중된 기간에 사장직을 맡았던 사사키 노리오 부회장, 그리고 그 전임 사장인 니시다 아쓰토시 상담역까지 사임하게 됐다.
또 등기 임원 중 절반 이상이 책임을 지고 교체될 전망이다. 아울러 향후 이사회 구성에서도 사외이사의 비율을 현재의 2배인 50%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임원들은 부적절한 회계에 책임을 지고 연봉을 10~50% 반납했다.
여기에 더해 도시바는 뼈를 깍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고 우선 2000억 엔 정도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최근 도시바가 주거래은행에서 5000억~6000억 엔 규모의 융자 설정을 타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 목표가 아닌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다 일본 굴지의 전자 기업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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