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관하여

[스크랩] 하얀 눈 속의 세상 스위스

루지에나 2010. 8. 18. 00:57

  흔히 스위스를 ‘지상 최고의 공원’이라 부른다. 맞는 말이다. 게다가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갈망하는 사람들이라면 더없이 좋은 계절이 설경으로 옷을 갈아입는 겨울이다. 베르너 오버란트를 상징하는 융프라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방문객을 응시하는 마테호른, 지상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이색적인 겨울 스포츠가 열리는 생 모리츠. 그곳에 이르면 진정한 스위스가 어떤 곳인지 피부로 느끼게 된다.

.. 알프스 지역에는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멋진 고장이 즐비하다. 허나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베르너 오버란트의 상징인 융프라우(Jungfrau)뿐이다. ‘호수와 호수 사이’라는 의미를 간직한 인터라켄 동역에서 출발하는 등산열차를 타고 2시간 30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융프라우는 자타가 인정하는 유럽의 지붕이다. 높이로만 따지자면 몽블랑, 마운틴 로사, 마테호른에 못 미치나 누구도 융프라우를 유럽의 지붕으로 부르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간혹 전문 산악인은 등반코스를 따라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방문객이라면 등산열차를 이용하여 중간 기착지인 그린델발트와 클라이데 샤이데크를 경유하여 융프라우요흐에 오른다. 해발 3,454m,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기차역이 융프라우요흐다. 등반열차역과 연결된 터널을 빠져 나가면 지금까지 보았던것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 시선을 잡아끈다. 알레치 빙하지역을 비롯하여 융프라우 정상과 베르너 오버란트의 봉우리들, 그리고 설원을 질주하는 스키어들도 눈에 띈다. 정말 장관이다.
융프라우요흐 지역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등산과 스키, 눈썰매 등이 있지만 으뜸은 온통 눈으로 덮인 웅장한 산이라 할 수 있다. 융프라우요흐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융프라우 정상과 눈부시도록 쏟아지는 햇살에 반사되는 수많은 봉우리들은 겨울과 떼어 생각하면 쓸쓸할 것이다.
융프라우요흐 지역이 장엄하고 신비로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라면 라우터브루넨 계곡 위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뮈렌은 스위스 산촌이 어떤 곳인지 잘 보여 주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를 기르고, 소에서 생산되는 우유를 이용하여 치즈를 만들거나 허브 재배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터전이었던 이곳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영화 007시리즈 배경지로 등장하면서부터다.
전망이 뛰어난 언덕과 아찔할 정도로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마을에는 몇 곳의 호텔과 레스토랑이 있을 뿐 아직도 옛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전통적인 산촌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그리고 영화로 널
리 알려진 마을 위에 자리한 실트호른은 융프라우와 아이거, 묀히 봉을 비롯하여 이곳에 자리한 수많은 명산들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로 연중 많은 방문객들이 찾고 있다. 저녁놀이 주변의 산들을 붉게 물들이는 오후 시간에 융프라우 봉과 주변의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토해 낼 정도다.
한편 아이거 봉과 베터호른 사이에는 ‘녹색의 숲’이란 의미를 간직한 그린델발트가 있다. 목조 가옥 샬레를 중심으로 거대한 바위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는 교회와 주변 풍경은 그린델발트를 베르너 오버란트 최고의 휴양지로 만들어 놓았다.
그린델발트에서 리프트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 피르스트와 맨리헨 봉은 베르너 오버란트 최고의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웅장한 알프스를 배경으로 스키와 스노보드는 물론이고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명봉 사이를 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약 겨울 스포츠와 패러글라이딩이 싫은 경우 자신의 체력에 적합한 곳을 찾아 등산이나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융프라우로 대표되는 베르너 오버란트는 참으로 정겹고 아름다운 곳이다. 융프라우를 필두로 실트호른과 묀히, 아이거 봉이 어우러진 풍광은 신의 위대한 창조력에 새삼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장엄하고 신비로운 알프스의 명소를 이야기하자면 놓칠 수 없는 곳이 서남쪽에 위치한 체르마트(Zermatt)이다. 인간의 발길을 강하게 거부했던 마터호른의 관문답게 기차역을 나서자 시선에 잡히는 사물은 온통 낯선 것뿐이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전기 자동차와 마차 등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주민들의 노력 덕분일까, 아니면 깊은 론 계곡 기슭에 위치한 지형 탓일까. 다른 고장하고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신선한 공기가 코끝을 통과하여 심장까지 단숨에 전달되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르마트다.

교통수단만큼이나 마을의 풍경도 독특하다. 체르마트의 주택은 대부분 목조로 건축되어 있으며 언뜻 보기에도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진한 갈색과 검정색을 띠고 있는 체르마트의 가옥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발리스 샬레’라는 오두막으로 하나같이 땅에서 떨어져 있다. 주택의 하단부분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넓은 돌을 올려놓고, 다시 기둥을 세워 건축한 가옥으로 지구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건축물이다. 체르마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백 년 동안 이러한 전통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주민들이 이토록 독특하게 생긴 전통가옥을 고집하는 까닭은 엄청나게 내리는 눈(雪)으로부터 집과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산악인들이 이곳을 찾는 것은 깨끗한 자연과 독특한 주택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마터호른이란 걸출한 명산이 있기에 가능했다. 독일어인 마터호른은 ‘초원의 뿔’이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4,478m에 이르는 마터호른은 그 의미와 너무도 잘 어울린다. 높이로만 따지면 5위권에 불과하지만 알프스 봉우리 중 가장 늦게 인간의 발길을 허용했던 산으로도 유명하다.
마터호른을 관람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나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등반하는 것이지만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인근에 자리한 슈바르츠와 클라인 마터호른에 올라 감상하거나 아니면 기차를 타고 고르너그라트에 올라 여유롭게 마터호른을 감상하는 방법이 있다.
슈바르츠와 클라인 마터호른 지역에서 바라보는 마터호른의 풍광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구름인지 눈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하얀 설국 속에 우뚝 솟아 있는 위풍당당한 모습은 단순한 명산이 아니라 묘한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는 4,000m 준봉들을 배경으로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초급 코스부터 전문가들이 즐길 수 있는 고난도 코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키 코스를 비롯하여 온 가족이 함께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어 마터호른도 구경하고 스포츠도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케이블카를 이용한 관람코스가 웅장하고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면 차창 너머로 보이는 잔잔한 설원과 오두막을 감상할 수 있는 등산열차는 또 다른 발리스 알프스를 느끼게 한다. 등산열차에 몸을 의지하고 종착역인 고르너그라트를 향하는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풍광은 말문이 막혀버릴 정도로 변화무쌍하여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스위스 최고의 고급휴양지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동쪽 엥가딘 계곡에 자리한 생 모리츠(St Moritz)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빙하 특급과 베르니아 특급 열차가 출발하는 시발점으로 잘 알려진 생 모리츠는 유럽을 총망라하여 일조량이 가장 풍부한 고장이다. 일조량이 풍부한 만큼 사계절 어느 때 방문해도 상쾌한 기분으로 관광을 즐기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지만, 동계 올림픽을 두 번씩이나 개최한 생 모리츠의 참모습을 느끼려면 겨울만큼 멋진 계절도 없다.
다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 스키장과 리조트 시설이 갖추어진 생 모리츠에서는 스키와 스노보드를 중심으로 흥미로운 겨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여러 겨울 스포츠 가운데 생 모리츠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화이트 터프로 불리는 설원 위에서 말과 마차를 타고 달리는 경주와 말을 타고 공을 치며 달려서 상대방 골문으로 공을 집어넣는 스노 폴로 경기다.
어느 것 하나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는 화이트 터프 경기지만 무엇보다도 박진감과 스피드가 뛰어나다. 말과 기수가 혼연일체가 되어 설원을 질주하는 스노 경마는 장애물 경기와 마장마술로 이뤄진 일반 승마하고는 확연히 다르다. 스노 마상 경기는 말 후미에 스키가 달린 마차를 부착시켜 기수가 마차에 탑승하여 말을 조정하는데 그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말에 스키마차를 달고 달리는 만큼 스피드는 조금 떨어지나 이런 경기는 생 모리츠가 아니면 지구촌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잠시도 딴전을 못 피우게 만든다.

생 모리츠 겨울 스포츠를 이야기할 때면 신사의 스포츠로 잘 알려진 스노 폴로 경기를 빼놓을 수 없다. 네 명이 한 팀을 이루어 펼치는 스노 폴로는 모든 선수에게 주어진 포지션이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벗어나 경기에 임하면 반칙으로 간주할 정도로 엄격한 룰을 바탕으로 하는 경기다. 스노 폴로의 매력도 역시 스피드다. 설원을 배경으로 질주하면서 공을 치는 속도는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도 느낄 정도로 빨라 스릴이 넘친다. 일반 축구장보다 서너 배나 커다란 경기장을 불과 20~25초에 주파할 정도니 그 박진감과 속도는 과히 환상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최고의 신사도를 자랑하는 스포츠답게 반칙에 대한 규칙이 매우 엄격하다.
설원의 고장 생 모리츠는 참으로 흥미로운 곳이다. 비록 알프스 산촌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지만 인근에는 비행장은 물론이고 요트를 즐길 수 있는 호수와 골프장을 비롯하여 다양한 등산 코스에 이르기까지 레저에 필요한 모든 것이 잘 갖추어진 레저의 요람이다.
온통 눈의 세상으로 변하는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지역을 중심으로 영험한 산 마터호른과 지상 어느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이벤트가 펼쳐지는 생 모리츠에 이르기까지, 스위스의 겨울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타임머신을 타고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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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하얀 눈 속의 세상 스위스
글쓴이 : 캄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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