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미래
파리의 미국 대사관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별명이 미국인 사르코지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 “따르면 사르코지는 2차 대전 후 미국에 가장 우호적인 프랑스 대통령이다. 미국에 대한 그의 친밀감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과연 미국에 쓴 소리를 해대는 여는 프랑스 지도자들과 딴판일까. 분명한건 글로벌 전략에 관한 한 그가 미국 펀만 드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글로벌 통화질서를 바꾸는 문제에서 그는 미국이 반대 진영에 설 태세까지 보이고 있다. 내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달러 중심 체제를 바꾸는 논의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1960년대 샤를 드골이 브레턴우즈 체제를 흔든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사르코지가 다시 한 번 달러의 패권을 흔들어 놓을까. G20 서울 정상회의는 들불처럼 번지는 환율전쟁에서 각자 살길을 찾아 이리저리 뛰던 나라들을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서울의 해법은 달러비축 수요를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금융위기의 악몽에 시달리는 신흥국들이 보험 성격의 외환보유액을 무리하게 늘려야 하는 문제를 풀어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준비통화 공급 면에서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예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준비통화를 만드는 문제를 들고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국 브라질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들이 새로운 글로벌 통화가 필요하다고 맞장구치고 있다. 달러의 패권에 불만이 쌓인 나라들이 한꺼번에 들고 일어나면 기류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 프랑스 회의는 미국이나 미국과 매우 친한 나라에서 열린 지금까지 회의와 사뭇 다를 것이다. 프랑스 회의에서는 우선 달러중심체제의 불안정과 불공정성에 대한 성토가 이뤄질 것이다. 어느 한 나라 통화가 지구촌 전체의 상거래와 가치저장 수단이 될 때 생길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글로벌 유동성 수요에 맞춰 달러(국채)를 많이 찍어낼수록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딜레마(트리핀의 딜레마)가 골칫거리다. 미국이 누리는 엄청난 특권에 대한 불만도 크다. 외국에 진 빚을 자국 통화로 갚을 수 있는 미국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림으로써 빚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미국의 변덕스러운 정치와 통화정책의 불모가 되기 싫은 여러 나라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정책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회의에서처럼 신흥국의 위기에 대배한 국제통화기금의 보험 상품을 늘리고 글로벌 불균형의 주역들에게 자제를 촉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존 체제의 큰 틀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회의에서는 기존 질서를 바꾸는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느 쪽에 서야 하나. 달러 유로 위안화를 비롯한 여러 통화가 경쟁하는 체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원리에 맡겨두자는 것이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 많이 얻는 쪽으로 수요가 쏠릴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급변하면서 지금보다 더 불안정한 체제가 될 수 도 있다. 특별인출권(SDR) 을 개량해 쓰는 것도 완벽한 대안은 못 된다. 연준의 변덕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유 외환을 분산시킬 수 있지만 민간 수요까지 충족시킬 만큼 유동성이 풍부한 시장을 만들 수 있느냐가 문제다. 케인스가 제안했던 것(방코)과 비슷한 글로벌 통화를 창출하는 논의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로권 각국이 유럽중앙은행(ECB)에 통화주권을 넘긴 것과 달리 지구촌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 중앙은행을 만드는 것은 지난한 문제다. 물론 G20 가 프랑스에서 이 모든 문제에 ;결론을 내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달러의 불안한 미래를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금융시장은 요동칠수 잇다. 글로벌 통화체제의 지진은 언제든 실제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G20 서울회의를 추억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프랑스에서 벌어질 진검승부를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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