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에 관하여

캐나다

루지에나 2011. 1. 8. 12:35

캐나다

1.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 흔히 캐나다 하면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떠오르는 인상은 아름다운 풍광, 풍부한 자원,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있는 나라 정도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사실 캐나다는 단순한 자원 부국이 아니라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서방 선진 7개 공업국(G7)중의 하나이다. 남한의 100배나 되는 광대한 국토(998만 km2)에 인구는 고작 31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며 또한 경제면에서도 정보통신(ICT), 광전자(photonics), 우주항공 산업 등에서 세계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이며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의 거의 삼분의 일이 캐나다의 캔두(Candu)형이다. 북미 인터넷 트래픽(internet traffic)의 70% 이상이 캐나다 기술로 점유되어 있으며 고도로 숙련된 기술노동력(캐나다 4위. 미국 24위: 1999년 세계 경쟁력 연감)과 G7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컴퓨터 활용 능력(OECD 통신개요 1999, 1판)을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다. 오늘날 한국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이민을 생각할 때 우선 대상지로 떠오르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도이다. 모든 이민자들은 우선 2세들을 위한 교육제도, 직업, 사회적 안전성과 여러 가지 보장 제도를 염두에 두고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캐나다는 세상의 어느 나라 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역시 세상의 중심은 아직 미국인데 그 미국을 바로 코앞에 두고(미국 인구의 절반이 토론토로부터 트럭으로 10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다)있으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후 사실상 양국은 경제면에서 국경이 없어졌다. 양국 간의 일일 교역량 17억불, 연간 교역량은 6,630억불로 전 세계 최대 규모의 2자간 교역관계이며 캐나다 생산성 성장률은 2.9%로서 미국의 1.4%를 오히려 앞서고 있고(Statistics Canada, 1999) 생활비만 해도 G7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UN, Human Development Index 1999). 무엇보다도 북미 이민 희망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회적 치안문제만 해도 안정등급에서 캐나다는 4위 미국은 22위로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필자는 캐나다 최대도시인 토론토에서 17년 동안 살았지만 단 한 번도 거리에서 강도에게 강탈당하거나 노상 폭력을 당한 적이 없으며 미국에서 온 관광객들도 활기찬 캐나다 도시의 야간풍경에 탄성을 지른다. 아마 이런 모든 객관적 지표들이 유엔으로 하여금 인간 개발 지수(Human Development Index: 평균수명, 교육수준, GDP 등을 합산하여 삶의 질을 평가함)에서 캐나다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94년이래 내리 7년 동안 연속적으로 평가해 온 이유일 것이다. 또한 이런 매력들이 가장 많은 한국 이민들과(2000년 전체 이민자수의 60.6%를 캐나다가 차지함, 2000년 외교통상부 재외국민 이주과 통계자료) 해외 유학생(1999년 교육부 통계)들을 유입함으로서 미국을 제치고 캐나다가 일약 1위로 부상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혹은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지표는 이외에도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지만 그러나 문제는 이런 객관적 지표들이 개인의 주관적 행복지수와 바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데서 삶의 모순은 시작된다. 재미있는 지옥에서 재미없는 천국으로 인간은 문화적 존재이다. 인간의 정체성과 문화는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문화에 노출되면 정서적 혼란과 충격을 느끼게 된다. 이런 문화적 충격은 성장단계에 있는 어린애들보다 성숙한 어른들에게 더 심각한 현상으로 다가온다. 한국남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위 “출세강박증”에 시달려왔다. 무릇 남자란 좋은 학벌에 높은 자리에 돈 잘 벌어 자신과 가문의 이름을 빛내야 한다는 게 아마 고전적 의미의 출세론 일것이다. 이민한 기성세대들은 적어도 이민을 떠나기 전에는 대부분 이 사회의 중상류층에 속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들이었다. 아직도 수직적 위계제도가 뿌리깊은 나라에서 뭐로 보나 남보다는 우위에 있다고 믿었던 야릇한 자존심이 철저하게 수평적인 캐나다 사회로 진입하자마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된다. 특히 한국처럼 가부장 제도와 남성중심주의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고 왜곡된 데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며 이런 뒤틀린 통로를 통해서 한국의 남성들은 겉으로는 강한 체, 자신 있는 체하지만 사실은 두렵고, 허약한 자아(自我)에 치어 몹시 의존적인 그래서 한국남성들의 3대 특징이라는 “단순, 무식, 과격”을 드러내다간 어느덧 아내와 자식에게 마저 배척받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실제로 필자는 토론토에서 교포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화적 충격을 견뎌내지 못하고 이혼하는 수많은 사례들과 심지어는 황혼 이혼(60-70대 노인)까지도 많이 목격하였다. 토론토 웨스턴 병원의 한인전용 정신과클리닉의 임승호 전문의에 의하면 “동양계, 특히 초기 이민자들 가운데 문화와 언어차이 등으로 인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대표적 정신질환으로는 우울증 및 불안공포증, 피해 의식중 등이 나타나는데 “급격한 환경변화에 따른 일시적 증상들은 꾸준한 관심을 갖고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본인의 기대감을 현실적으로 접근해 풀어나갈 경우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고도 치유가 가능하지만 이런 초기증상들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증상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적응단계를 건너 뛴채 하루속히 목표를 이루려는 욕심과 집착이 이민자 정신질환의 최대원인”이기 때문에 “능력에 맞는 장기적 계획과 이곳 생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차분한 마음가짐이 정신질환을 비껴갈 수 있는 예방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간이란 의식주가 해결되면 사회적 인정을 받고자 하는 명예 욕구는 보편적 현상이다. 영어라는 두터운 장벽은 그곳 주류사회로의 진입은커녕 시장정보 마저도 어둡게 만들어 그곳에서 육체노동이 아닌 직장을 잡기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그래서 기성세대의 이민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대부분 자영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동안 교민 자영업의 대종을 이루어 왔던 소위 “구멍가게”(Grocery Store or Corner Store 라고 불리는 일종의 동네 잡화상점)나 커피숍, 식당, 식품점, 세탁소, 야채가게 등등 모두 다 일 년 열두 달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문을 열어야하는 고된 노동집약적 사업들이다. 한국에서는 그래도 회전의자 굴리고 여직원들이 서비스하는 커피를 받아 마셨는데 어느덧 권위의 무게가 목덜미에 정착된 중년 남자가 하루 내 계산대 앞에서 푼돈이나 만져야 하는 현실 앞에서 인생무상과 허무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사회로의 진입을 가로막는 갖가지 현실적 장벽은 자연스럽게 사교마저도 한인사회를 맴돌 수밖에 없는 게토(Ghetto)를 형성하게 되고 그 좁은 교민사회에서 이권과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용쟁호투식의 갖가지 권력투쟁과 준법정신은 쥐뿔도 없으면서 끄덕하면 법원으로 달려가는 습성은 캐나다 변호사들의 호주머니를 불려주는 단골 고객들이다. 한국이 거친 풍랑이 있는 바다 같은 사회라면 캐나다는 잔잔한 호수 같은 사회이다. 내일을 예측하기 힘든 변화무쌍한 한국사회에서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득한 인생항해에 길들여진 한국남성들에게는 모든 것이 안정된 캐나다 사회란 참으로 지루할 것이다. 캐나다란 룸살롱도, “영계”도, 폭탄주도 없는 나라이며 모든 것이 가정위주로 돌아가는 사회, 그래서 퇴근하면 재빨리 집에 가서 잔디 깎고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어야지 퇴근 후에도 거리를 방황하며 2차 3차 하다 가는 능력 있는 “싱글”은 될지언정 가장은 될 수 없는 사회이다. 실제적 성범죄가 세계 최고라고 고발하는 한국 성폭력문제 연구소의 증언이나, 아시아에서 최고라는 혼외정사 비율(남 65% 여성 41%, 조선일보 2001, 3, 18) 등을 보면 한국은 실제로 조용한 성의 혁명(quiet sexual revolution)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나라이다. 이처럼 달콤한 향락문화의 천국인 한국과는 달리 의외로 캐나다가 단조롭고 보수적인 사회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 교민들은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요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이라고 투 덜 된다. 그런데도 왜 재미없는 천국을 가기 위해 그토록 주한 캐나다 대사관 앞에서 긴 줄을 서야하고 각종 이민설명회는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일까? 화려한 캠퍼스 뒤에 감쳐진 그늘 캐나다를 택하는 대다수 이민들은 한국의 교육이 “학생은 배울게 없고”, 그래서 졸업해봤자 “기업은 써먹을게 없다면서” 오직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보따리를 싼다고 말한다. 그래서 소위 "교육이민“, ”별거이민“ 그리고 최근 한국의 상황에 대한 좌절감이 증폭되면서 생겨난 ”절망이민“ 등 캐나다 이민국의 카테고리에도 없는 신종 단어들이 생겨났다. 캐나다는 OECD 국가들 중 최고의 교육비를 지출한 결과 G7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고등교육 수준과 인구의 30%가 대학교육을 받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해외 유학생의 절대 다수가 미국으로 갔으나 1999년은 그 위치가 바뀌었음을 아래의 도표는 보여주고 있다. 나라별 유학 생수 (1999년 교육부 자료) 세계 100대 대학 중 21위를 차지하며 캐나다 건국이후 14명의 노벨상 수상자중 7명을 배출해 낸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나 빌 게이트가 가장 선호하는 졸업생들인 워털루 대학교(Waterloo)는 응용수학이나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북미의 상위 40개 전기공학 교육학교 중 18개가 캐나다에 위치하고 있으며 단위교육의 질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다고 평가된다. 초등학교나 고등학교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9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끝나고 과외란 거의 없는 캐나다 에서도 오직 근래 이민한 교민들의 “과외 강박증”이란 불치병은 그곳에서 도 여전히 자녀들을 과외학원으로 이끌어 내어 달달 볶는다. 몇 년 전 그곳 학생들에게 한국 고등학교 학생들은 새벽 7시 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더구나 과외까지 한다고 했더니 몇 번이나 crazy, crazy(돌았군, 돌았어)라고 하면서 깔 깔 웃어 됐다. 가장 혈기방장한 나이에 그 토록이나 오랜 시간 동안 교실에 앉아있고도 안도는 우리 청소년들이 말로 실로 강인한 한국인의 표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캐나다는 직장을 구할 때 학력만으로는 안 되며 반듯이 현장경력(work experience)을 요구하는 실용주의적 사회이다. 2-3년제의 어떤 대학들은 실제적으로 4년제 대학교보다 더 유명한 프로그램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온타리오 주의 세리단 칼리지(Sheridan College)의 애니메이션(animation) 과정은 북미에서 최고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오히려 입학 하는 형편이다. 또한 대학(주로 Community college)들이 아주 실용적인 학과들을 설치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골프장경영을 위한 골프장학과나 장례예식장 경영을 위한 장의사학과 같은 것을 설치하고 있으며 이런 희소한 전공들은 직장을 구하는데 아주 인기가 있다. 그러므로 유학생들이 무턱대고 학력이나 학위 같은 간판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급격하게 늘어나는 골프장과 도시근교에 늘어나는 장례예식장을 보면서 이런 전공들을 눈여겨 보는 선구자적 지혜가 필요하다. 학력파괴가 한국에도 목전에 다가왔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최근 앞다투어 각종 TV들이 캐나다의 화려하고 이상적인 캠퍼스의 모습들을 보여주었지만 그 뒤 안에 감쳐진 한국 학생들의 애환과 눈물은 보여주지 못했다. 교포들의 상담창구인 토론토의 “생명의 전화” 보고에 의하면 교포 2세들이 『인생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로 응답자 214명중 63명(29%)가 『학교문제』라고 답했으며 『대인관계』도 60명(28%)나 되어 비슷한 수치를 보였으며 특히 10대의 42%가 술과 마약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등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유해 환경에 더욱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The Korea Times Daily, 2001, 3, 27). 흔히 이민자들은 자기 아이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할 때 쯤이면 자기 아이는 아무런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환상이다. 우리도 성장할 무렵 자신의 내적 문제를 친구에게는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부모에게는 전혀 말하지 않았다는 것을 왜 까마득히 잊어먹는 것일까? 더군다나 부모와 자식간에 말이나 사고방식이 잘 통하지 않은 이민가정 안에서 이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반적으로 체구가 백인보다 적고 외모가 두드러지는 이유로 학교 안에서 놀림감이 되는 수가 많은데 태권도나 무술을 배운 남학생의 경우 이런 짓눌린 열등감이 자칫 엉뚱한 폭력사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민자들은 캐나다에 가서도 학군에 유별난 신경을 쓴다. 캐나다는 원칙적으로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며 교육비를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학교간의 편차는 그다지 없는데도 토론토 북쪽에 위치한 노스 욕(North York)지역은 이민자들 간에 8학군 지역으로 불리 우며 유난스럽게 한국학생들이 그 지역에 많이 몰려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 지역 어느 학교는 70-80명의 한국 학생들이 우글거리기도 한다. 이런 지역일수록 갖 이민 오거나 유학 온 한국 학생들은 끼리끼리 어울려 다닐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새로운 사회로의 적응과 언어습득에 지장을 가져온다. 특히 근래 폭등한 어학 연수생들의 증가로 토론토나 뱅쿠버 같은 대도시의 영어 학교는 각반마다 거의 반수에서 심하면 60-70%까지 한국학생들이 우글거린다. 언어의 습득이란 끊임없는 반복과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에 소위 “영어의 바다”에 빠지기 위해서 어학연수를 간 유학생들이 캐나다에서도 여전히 “모국어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면 한심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필자는 소위 유학생들에겐 무조건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곳으로 가라고 충고한다. 처음에는 소외감과 고립감으로 인해 견디기 힘들지만 그래도 최단시일 내에 그 사회에 적응하고 언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최선일 수밖에 없다. 영어 컴플랙스 교육적 가소성이 풍부한 아이들은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영어가 무서운 속도로 늘지만 어른은 배워도 배워도 잘 늘지 않는게 영어다. 그렇게 몇 년 지나면 소위 완벽한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들과 여전히 모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부모사이에 의사소통이란 두터운 장벽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캐나다에 도착해서 몇 년 학교 다니면 금방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완벽하게 한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심지어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어 책도 제대로 못 읽는 학생들이 있듯이 캐나다도 온타리오 주 교육부에 따르면 주내(州內) 10학년생(한국 고1에 해당) 17만 명을 대상으로 독해 및 작문 시험(literary test)을 했더니 무려 29%의 학생들이 기준치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캐나다 한국일보, 2001, 3, 8). 전문작가나 국어선생 아니고는 아무리 자기 모국어라 해도 완벽하게 하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공부하고 일하는데 크게 불편이 없으면 통상적 의미에서 그게 완벽한 구사수준이라고 할 뿐이다. 그런데도 영어에 대한 사대사상이 국내나 북미나 대단하다. 마치 영어만 완벽하게 구사하면 문제가 다 해결된 듯이 떠들지만 한국말을 잃어버린 교포2세나 조기유학생들은 한국에 돌아와도 영어강사 외에는 할게 없으며 실제로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기업들도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구한다. 그런데도 교민들은 소위 브록큰 잉글리쉬(broken English)로 유독 자기 아이들과 대화하려고 기를 쓰며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그 도를 더한다. 어떻게 말을 엉망(브로큰)으로 하는데 부모의 권위가 설 수 있을까? 말이란 시초부터 의사소통이란 필요에 의해 발명된 것이다. 난 늘 교민들에게 애들이 한국말로 하면 잘 들어주고 영어로 하면 아예 못 들은 척 무시해버리라고 충고한다. 아직도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는 아이들은 한국말을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아이들의 정체성 확립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아이를 위해 이민을 왔고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부모들이 자신의 사랑하는 아이들과 속 시원하게 이야기조차 할 수 없다면 삶이 너무 비애스럽지 아니한가? 캐나다가 요구하는 인간형 캐나다는 광대한 국토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인구 그리고 저하된 출산율로 인해 이민자들을 계속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에 있다. 30년 전에 이민한 사람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그 당시는 6개월 정도 영어를 배우는 기간에는 정부가 생활비를 전액 부담했으며 직장까지 친절하게 알선하여 주었다고 한다. 그런 시대는 이제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이민자들로 인해 영악해진 캐나다 정부는 난민이나 가족 초청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투자할 돈을 가지고 오거나 자신들의 국익에 보탬이 되는 숙련된 기술을 가져오라고 요구한다. 작년까지 캐나다의 경제는 지난 10년이래 가장 낮은 이자율, 실업율, 물가 인상율(년1.5%)을 기록하였으며 2001년 G7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생산성(2.9%)과 경제성장률(3.7%)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따라서 늘 만성적 적자에 허덕이던 연방정부의 예산이 오히려 2001년에는 기록적인 흑자를 낼 것이라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경제 호황도 제조업이 아닌 단순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한인들은 체감효과를 거의 느낄 수가 없으며 오히려 유학생과 모국 방문객을 상대로 하는 교민들의 각종 업소들은 캐나다 경제보다 한국 경제의 등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캐나다에 도착한 이민자들은 일 안해도 전혀 생계 걱정이 없는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특히 기업이민은 캐나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한명 이상 고용해야 영주권 조건을 뗄 수 있기 때문에 2년 안에 어떤 사업이든 시작해야만 한다. 그러나 문제는 캐나다 이민자들이 주로 토론토나 벤쿠버 같은 대도시로 몰려들고 언어장벽과 현지 시장정보의 미숙 때문에 결국 동네의 코너 스토어, 한인식당, 한인 식품점 등 같은 교민상대의 업종들이 늘어나고 이런 집중은 필연적으로 교민들 사이에 “소경 제 닭 잡아먹는” 과당경쟁을 일으키게 된다. 어느 동네에 장사가 잘된다 싶으면 바로 길 건너 혹은 바로 옆에 똑같은 가게를 열어 이윤의 저하와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다가 서로 사이좋게 망하는 꼴을 많이 보았다. 캐나다는 창의력으로 승부를 거는 사회이다. 그런데도 한국 이민자들은 독창적인 사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늘 교포들 중에 누가 돈 잘 버나를 염탐하고 똑같은 모방을 시작한다. 나이 들어 이민한 기성세대들은 영어라는 장벽 때문에 직장도 사업도 안된다고 투덜대지만 말만 잘해서 돈 버는 것이 아님은 한국이나 캐나다나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창의력의 빈곤이지 반드시 언어장벽만은 아니다. 우선 두 가지 소수민족들의 사례를 들겠다. 실제로 캐나다에 한국인들의 본격적 이민이 시작된 것은 1960년 후반부터 1970년대의 서독에 파견되었던 광부들에 의해서였다. 그들이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는 그들 또한 영어를 거의 못했으며 더군다나 오늘 같은 정착된 교민사회도 없어서 정작 모방 할래야 모방할 것이 없었다. 요즘의 사업 이민자들처럼 돈을 가져간 것도 기술이민처럼 어떤 숙련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 정말 허허벌판에 놓인 막막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가건 한국인들의 억척같은 근면성은 대도시의 코너 스토어들을 석권하기 시작했고 1980년대 까지만 해도 이들의 수입은 어떤 전문 직종 못지않는 고수입이어서 캐딜락이나 벤츠 같은 고급차에 웬만한 백인들도 엄두를 못내는 고급주택들을 구입하는 성공들을 거두었으나 계속 밀려 들어오는 한국이민 행렬들이 모두 다 똑같은 비즈니스들을 시작했고 거대한 대형 체인 스토어들이 등장함으로서 코너 스토어의 전성기를 앗아가 버렸다. 이들이 과연 당시 영어를 잘해서 돈 벌었던 것일까? 중국인들 역시 영어를 잘못 하면서도 캐나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식산업을 장악했다(캐나다인들은 가족과 함께 외식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으로 중국음식을 든다). 확실히 서울에서 맛보는 중국음식은 매운 반면에 토론토에서 맛보는 중국음식은 달고 시금털털하여 맛이 확연히 틀리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은 어느 나라를 가건 먼저 현지인들의 입맛을 먼저 조사하고 거기에 맞게 메뉴와 맛을 재창조하는 반면 한국식당들은 여전히 한국에서 했던 재래적 방식에서 조금도 탈피하지 않는다. 실제로 북미에 순수한 한국식당은 없다. 일식이 유행한다니까 거의 대부분 스시바를 곁들인 일식.한식(대다수 식당 간판을 아예 Korean &Japanese Restaurant 으로 써 붙인다)겸용식당이며 심지어는 중국요리까지 혼합한 동양 삼국 짬뽕 식당들뿐이다. 이처럼 몰개성적이며 비창의적인 매너리즘이 한국식당들을 지배하는 한 주 고객은 여전히 교포, 유학생, 모국의 관광객들이나 끌어들일 뿐 현지인들을 끌어 들일 수는 없다. 사실 우리 고유 음식 중에서 불고기, 갈비, 각종 튀김, 잡채, 만두 등은 언제나 서양인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데도 왜 경쟁력을 가진 브랜드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일까? 음식장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맛과 서비스로 승부를 거는 사업이다. 캐나다는 무한정 넓은 나라이며 그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아직도 이민자들이 파고 들어갈 만한 구석은 수없이 널려 있다. 문제는 창의력은 없으면서 단숨에 그리고 편안하게 돈벌려고만 하는 이들에게 그리고 도착해서 몇 개월 영어 배우고는 늘상 한국신문 읽고 한국 TV 보고 한국인들의 게토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그런 기회나 구석이 보여질리 없다. 캐나다가 원하는 인간형은 놀고 먹는 유한귀족이 아니라 숙련된 노동력과 창의력이 풍부한 인간형이다. 그러기 때문에 캐나다는 이러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쓴다. 일정 쿼터제가 있는 미국의 이민정책과는 달리 캐나다는 숙련된 노동력을 가진 사람들 특히 정보 통신분야의 기술자나 컴퓨터 소프트 웨워 기술자들에게는 최단시일 내에 비자를 내어준다. 이민심사관은 교육, 기술, 직장경험, 나이, 언어능력 등등을 각각 점수로 환산하여 기업이민(entrepreneurs)이나 투자이민(investors)은 87점 만점에 25점, 그리고 독립이민(기술이민)은 127점 만점에 70점 이상이면 허락한다. 쉽게 말해 나이 젊고 대학졸업자이고 캐나다가 필요로 하는 학력과 숙련된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캐나다에 돈 한푼 안 가져가도 쌍수로 환영한다. 참고삼아 학력과 기술 도를 합쳐 계산한 점수(ETF)를 보면 농업전문가, 컴퓨터, 조경사, 응용화학, 우주항공, 광산업, 심리학자, 역사학자, 정치학자, 지리학자, 수학자 등은 최상급인 17-18점을 받는데 비해 단순 사무직종이나 이발사, 작가, 세탁업자, 사진사 등은 1-2점을 넘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이다 인류의 역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이주와 모험으로 점철되어진 역사였다. 우리의 직계 조상들이 본래 한반도에서 산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중앙 아시아에서 이주해 왔듯이 미래의 인류도 끊임없이 보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해 이주를 감행하게 될 것이다. 1985년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인 미국의 레이건(Reagan) 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했을 때 역시 아일랜드 이민 2세인 당시의 캐나다 수상 브라이언 멀루니(Brian Mulroney)와 손을 맞잡고 아일랜드인들의 애창곡 “휀 아이리쉬 아이스 아 스마일링” (When Irish eyes are smiling)을 합창하는 것을 보면서 아일랜드야 비록 유럽 본토에서는 조그만 소국에 불과하고,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북미에서 영국인들로부터 온갖 천대와 박해를 받던 그 아리리쉬 후손들이 지상의 최강국들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되어 자기민족의 애창곡을 합창하는 것을 지켜보는 북미의 직계 및 방계 5천만 아이리쉬 후손들은 실로 만감이 교차하였을 것이다.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이며 아직도 온 세계 곳곳에서 꿈과 기회를 찾아 몰려오는 땅이다. 이 땅으로 건너간 최초의 이민자는 백인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먼 선조들인 몽골리안들이 12,000-20,000년 전 옛날 아시아와 북아메리카가 서로 연륙(連陸)이 되었을 때 건너갔으며 천 년 전에는 바이킹들이 몰려왔고 현재 캐나다인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영국계나 프랑스계는 고작해야 대부분이 200-300년 전에 이주해 왔을 뿐이다. 백인들이 신세계에 대한 진취적 탐구와 모험정신으로 광대한 북미와 남미, 호주, 뉴질랜드 같은 엄청난 넓이의 대륙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유럽은 인구 폭발과 자원고갈을 감당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주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권이며 민주주의 국가는 어느 누구도 이 권한을 제한하거나 강제할 수 없다. 전 세계에 흩어진 화교들이 중국경제의 세계적 창구 역할을 담당했듯이 현재 전 세계에 널려 있는 570만 한국 교포들 이야말로 주식시장의 등락과는 관계없는 가장 안전한 한국의 해외자산이자 투자이다. 폐쇄적 국수주의의 고수는 세계화의 물결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며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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