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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꺼지는 거품… 중국·홍콩 '부동산 폭락' 현장을 가다

루지에나 2010. 12. 9. 21:06

 

꺼지는 거품…

 중국·홍콩 '부동산 폭락' 현장을 가다

지난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K아파트 모델하우스.

대리석과 원목으로 화려하게 꾸민 모델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직원 3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쌉니다. 계약하면 즉시 돈을 벌 수 있어요." 외국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에 건설 중인 이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보다 10~20%나 싸지만, 고객들 반응은 썰렁하다. 이날 오전 내내 모델하우스를 찾은 고객이 5명이 안 됐다.

300m쯤 떨어진 오피스 건물 리와이리(里外里) 분양사무소도 사정은 마찬가지. 건물 외벽 골조공사는 거의 마무리돼 가지만, 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말 분양사무소가 처음 생겼을 때에 비하면 찾는 사람이 10분의 1도 안 된다"고 푸념했다.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작년까지만 해도 지었다 하면 대박 행진을 이어가던

중국의 신규 부동산 시장은 최근 꽁꽁 얼어붙었다.

 

부동산 '한파(寒波)' 수준을 넘어서 '빙하기'에 들어갔다는 게 중국 언론들의 진단이다.

 

베이징한국서울처럼 중국 부동산 경기의 버팀목이다.

 

하지만, 최근 서민들이 많이 사는 베드타운에서는 연초보다 30%까지 떨어진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피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징의 사무실 밀집지역인 CBD(중심업무지구)의 건물들은 요즘 치솟는 공실률 때문에 아우성이다.

 

'올림픽 효과'를 겨냥해 2006년부터 소호(SOHO) 등 중국 굴지의 건설회사들이 앞다퉈 '빌딩 숲'을 조성했지만,

 

올림픽 특수는 사라지고 불경기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21세기경제보는 "CBD 지역의 공실률은 평균 31.6%로,

 

베이징 평균인 18.4%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상하이(上海)에선 9월 신규 공급된 아파트 188만㎡ 중

 

불과 43만㎡만 분양에 성공했다. 신규 아파트 4채 중 3채꼴로 빈집인 셈이다. 올 1~9월 상하이의 누적 미분양 아파트 면적은 821만㎡로 한국 여의도의 면적과 맞먹는다. 중국 전역의 미분양 아파트 면적은 무려 1억30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초 선전(深�) 등 남부 광둥(廣東)성 주요 도시에서 시작된 부동산 폭락 도미노가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까지 무서운 기세로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남부 지역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부동산 전문지인 '신지산(新地産)'은 최근 선전과 광저우(廣州)·둥관(東莞) 등 주장 삼각주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 속도를 '일사천리(一瀉千里)'라고 표현했다.

 

이들 지역에선 작년 말의 최고가에 비해 40~50%까지 집값이 폭락했다. 항저우(杭州)·난징(南京) 등 창장 삼각주 지역은 '토붕와해(土崩瓦解·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산산이 깨진다)'라고 빗댄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붕괴 조짐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겹쳤다는 점에서 중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중국의 수출을 위협한다면,
중국 부동산시장 침체는 내수의 목을 조일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최근 수년간 중국 투자 붐의 불쏘시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건설투자가 GDP의 1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침체돼 새집이 안 팔리면 가구나 인테리어 업자의 일감이 줄어들 것이고, 주택 건축업자는 시멘트를 주문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부동산가격이 폭락한 홍콩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 빽빽이붙은 매물 정보들을 한 행인이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홍콩 집값은 올 초보다 평균20~30% 떨어졌다. /블룸버그
중국 부동산 문제는 한국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국의 소비 둔화가 본격화되면 무엇보다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전체 수출 중 비중이 22%에 달하기 때문이다. 당장 건설 중장비업체나 가구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정환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이 말했다.

20조원이 넘는 국내 차이나펀드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이미 60% 이상 폭락한 중국 증시는 부동산 붕괴가 현실화되면 부동산과 금융 관련주를 중심으로 추가 하락이 우려된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 은행 대출의 연체율은 높아질 것이고 부실 자산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주식이 중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에 육박한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대책과 경기 부양 대책을 지난달 22일과 이달 9일 잇따라 내놓은 것은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장쥔(張軍) 상하이 푸단(復旦)대 중국경제연구소장은 "일부 연해 지역 도시들의 경우 건설 연관 산업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 건설 경기 불황 장기화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중국 허베이(河北) 성 부동산 인터넷망이 지난 5일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가까운 시일 내에 주택을 구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구입하겠다"는 응답자는 7%에 불과했다. "구입할 생각이 없다"거나 "계속 지켜보겠다"는 응답자가 93%에 달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앞으로 더 나올 것"(87%)이라는 예상과 "부동산 가격이 향후 더 떨어질 것"(73%)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추락하는 원인은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다. 그 동안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 국무원 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고성장과 저금리 바람을 타고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2004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평균 40% 가까이 급등했다. 선전·항저우·난징·상하이·베이징 등 대도시 일부에선 3배 이상 오른 곳도 수두룩하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부양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산이 높은 만큼 골도 깊다는 것이다.

이셴룽(易憲容)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주임은 최근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주택가격은 소득수준에 비해 너무 높고, 이제 하락 초기 단계여서 당분간 정부의 부양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유력 부동산 업체인 센타라인(中原) 부동산의 리원제(李文杰) 화베이(華北)지역 담당 책임자는 "
베이징톈진(天津) 등 화베이 지역의 집값은 올 들어 평균 15~20%쯤 내렸지만, 연말까지 적어도 1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최대 건설회사인‘중국건축공정총공사’의 베이징 시내 건축 공사 현장. 베이징에선 올림픽 특수(特需)를 겨냥해 오피스빌딩 신축 붐이 일어났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전체 사무실 면적의 30%가 텅 비어있다. / 블룸버그
■"최소 10% 이상 추가 하락" 전망 우세

일각에선 앞으로 1~2년 내 대도시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 대비 30%까지 하락하는 시점이 부동산 경기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경영보는 "가장 확실한 부동산 부양책은 가격이 고점 대비 30%쯤 내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물론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고액 자산가들의 부동산 투자 심리는 크게 꺾이지 않았고, 서민 저축률도 높아 부동산 붕괴를 막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베이징 창안제(長安街) 일대와 상하이 푸둥(浦東)지구 금융가인 루자쭈이(陸家嘴)·신톈디(新天地) 등 상업용 오피스 밀집지역은 희소성이 높아 시세 대비 5~10%쯤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면 즉각 소화될 만큼 잠재 수요가 살아있다.

또한 붕괴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기 위해 중국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를 불문하고 경기 부양 보따리를 풀고 있다.

중국 상하이·난징 등 18개 지방 도시는 지난달 주택 매입시 보조금 지급과 대출 확대 등을 뼈대로 한 부동산 부양책을 앞다퉈 발표했다. 중앙정부도 이달부터 ▲90㎡ 이하 소형주택을 생애 처음 구입하는 경우 계약금을 30%에서 20%로 낮추고 ▲주택 매입시 인지세(0.5%)와 토지세(1%)를 면제하고 ▲1가구 2주택 구입시 은행 담보대출 한도를 60%에서 70%로 늘려주는 등 주택 수요 촉진책을 내놨다. 지난 9일엔 SOC와 주택 건설 확대 등을 중심으로 한 4조 위안(약 780조원) 규모의 대대적 부동산·실물경기 부양책이 추가됐다.


■'부동산 쇼크', 중국 경기 후퇴하나

그러나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는 이미 실물 경제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부동산 중개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빠졌다.

지난 9월 베이징 전역에서 거래된 부동산은 2788건. 하루 90건 남짓으로 작년 동기 대비 5분의 1 수준이다. '올림픽 특수'로 작년 한 해 동안 가격이 2배쯤 폭등했던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인근 아파트들은 최고가보다 30~40% 가격을 낮추었지만, 그래도 매물이 쌓이기만 할 뿐 팔리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베이징 시내에서 올해 도산한 중개업소가 무려 7800여 곳으로 추산되고 있다. 심지어 직원 7000명을 거느린 베이징 최대 중개업체 '순츠(馴馳)'마저 최근 문을 닫으며 중개업계는 '파산 도미노'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왕징 지역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조선족 L씨(30)는 "작년까지는 월 2~3건씩 매매계약을 성사시켜 짭짤했는데, 올해는 10개월 동안 딱 1건 중개했다"며 "이대론 도저히 생계조차 꾸릴 수 없어 '헤이처(黑車·불법 자가용 영업)' 운전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올해 전국 70대 도시 중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선전(深�)도 사정은 비슷하다. 선전시의 '삼성부동산' 정판섭(47) 사장은 "평균 가격보다 50% 가량 떨어진 곳이 많아 부동산 업계의 체감 경기는 훨씬 춥다"고 말했다.

시멘트·건설 등 관련 산업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주택 경기에 민감한 일부 품목은 수요가 줄면서 이미 생산량 감소가 시작됐다. 철강산업은 지난 9월 한 달 생산량이 5.5% 줄었다. 에어컨(-21%)과 냉장고(-6.5%) 생산량도 감소했다. 증시도 영향권에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인 소호차이나(SOHO China)의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67.5% 폭락했다. 대표적 상업은행인 중국 초상(招商)은행은 주택 대출 부실 우려감으로 주가가 9~10월 두 달 동안 49.4% 추락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 증시 평균 하락률(25.6%)의 배에 가까운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주택시장이 급락하면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번영의 최소 조건으로 생각했던 연 8% 이상 성장을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정책과학연구회는 "지난 10년간 부동산 산업의 중국 경제성장 공헌도가 30%에 달했다"면서 "1억 위안의 부동산 투자가 25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고용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WSJ는 현재 중국 내 건설 관련 산업 종사자가 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판 서브프라임' 가능성은?

다행스럽게도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중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확대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과 여러 가지 면에서 부동산 펀더멘털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중국은 미국과 달리 모기지론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보수적 대출 관행 탓에 부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부동산 관련 대출이 전체 상업은행 대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12%에 불과하다. 또, 주택 구입시 선금으로 내는 계약금(down-payment)이 집값의 30~40%로 미국(20%)보다 높다.

UBS차이나의 타오 왕(Wang) 애널리스트는 "중국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을 해줄 때 통상 주택 구입가격의 절반을 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집값이 50% 이상 폭락하지 않는 한 금융기관이 최소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4년부터 투기를 막기 위해 개별 은행 별로 '부동산 대출 쿼터제'를 적용하는 등 강력한 대출 규제책을 펴온 덕이다.

둘째, 서브프라임의 경우 모기지론이 2차, 3차 파생상품으로 연결되면서 부실의 파장이 커졌던 반면, 중국의 경우 모기지론을 증권화시킨 상품이 거의 없다. 로펌인 '폴 해스팅스'의 조엘 로스스타인(Rothstein) 파트너는 "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모기지론을 증권화하라고 계속 요구했지만 중국 정부가 반대했었다"면서 "이제 와 보니 그런 정책이 오히려 득이 됐다"고 말했다.

셋째, 현재로선 중국계 은행들의 건전성과 수익성 지표가 나쁘지 않다. 주요 선진국 은행의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지만, 중국 전체 은행 이익은 9월말까지 전년 동기에 비해 16.6% 증가했다. 은행의 부실여신(NPL) 비율도 지난 2005년 8.6%에서 지난해 6.2%, 올 9월 5.5%로 오히려 계속 감소하고 있다(국제금융센터 자료).

중국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이 12~14%로 BIS(국제결제은행)가 요구하는 적정 수준(8%)보다 높고, 대손충당금 비율 역시 130%에 달해 부실 대출에 대한 충격 흡수 능력이 양호하다. 영국 펀드리서치업체인 모닝스타는 "모기지론의 절반이 부도나도 중국 전체 은행의 손실 규모는 전체 대출의 1.5%선에 그칠 것"이라며 "우리가 미국과 유럽에서 본 것을 중국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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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꺼지는 거품… 중국·홍콩 '부동산 폭락' 현장을 가다
글쓴이 : 작은도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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