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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 동양기전 회장 조병호회장

루지에나 2013. 1. 2. 16:50

 

기업체 동양기전 회장 조병호회장

다 함께 읽고 더불어 경영한다.

공동체경영과 독서경영, 조병호 동양기전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이다. 조 회장의 철학이 남다른 이유는 벽에 걸려있는 액자 형 화석이 아니라 긴 세월 동안 구제적인 실천을 통해 살아 움직여 온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꿋꿋이 성장해 온 동양기전과 구성원들의 높은 만족도에서 잘 나타난다. 35년 역사를 가진 동양기전에는 조 회장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기업의 지속 성장, 직원들이 주인의식과 열정을 이끌어 내는 중요한 경영 행위로서 의미가 있는 조회장의 리더십은 근본적으로 개인적 품성에 기인한다. 늘 겸손하고 공동체경영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실천하며, 책 사랑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기업 공동체의 가치를 높여온 바탕이 바로 그의 지론이자 품성이다. 지난 1116일 서울 신월동 동양기전 본사에서 조병호 회장을 만났다. 눈가에 파인 주름에 피어난 조용한 미소를 통해 기업가로서 오랜 세월을 일궈온 삶과 경영에 대한 그의 철학이 더 강하게 전해졌다. 요즘 조 회장의 최대 관심은 동양기전의 100년 지속가능 기업이다. 공동체경영과 독서경영이라는 조회장의 실천적 철학을 통해서라면 이러한 바람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너무 앞선 기대일까?

 

동양기전은 35년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룩했고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결이 뭐라고 보십니까?

모든 기업이 열심히 하면 우리 회사 정도는 된다고 봅니다. 다만 동양 기전이 남다른 점은 공동체경영과 독서경영입니다. 공동체경영은 집단의사결정, 전원참여경영, 공정성과배분이란 세 가지 실천 방안으로 구체화됩니다. 집단의사결정은 경영자가 경영 사항을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직원들의 의사를 듣고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특히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근로자위원회와 경영자위원회로 구성된 경영협의회에서 결정합니다. 전원참여경영은 직원들이 광범위한 재량권을 갖고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경영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한 만큼 적극적인 업무 실행을 하게 됩니다. 공정성과 배분은 경영성과를 완전히 공개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정하게 배분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경영과 같은 맥락으로 저는 한 번도 이 회사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때문에 아들이 셋인데 한 명도 우리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어요. 첫째는 만화가, 둘째는 교사, 셋째는 저도 잘 모르는 문화 사업을 합니다. 우리 회사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경영을 해나갈 것입니다. 이르면 내년 정도에 회장직도 내놓을 생각입니다.

 

사실 회장님과 동양기전은 독서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영자들은 독서경영의 성과를 가장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학습과 독서는 달라요, 예를 들어 생산관리 직원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책을 보는 것은 학습입니다. 독서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서는 소설, 역사서, 철학서 같은 책을 읽는 것을 의미해요. 이런 책을 직원들에게 많이 읽힙니다. 책을 읽으면 우선 사람이 똑똑해집니다. 바른 가치관이 정립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경영협의회는 일종의 노사 간 대화의 자리인데 형이하학적인 얘기는 별로 안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노사 간 협상이란 게 경영자 측에선 날 믿어라 열심히 일하면 성과가 좋아지고 그러면... 그리고 노동자 쪽에서는 그걸 어떻게 믿느냐, 우선 해 달라 이런 식입니다. 그러나 동양기전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어는 날 경영협의회에서는 근로자 대표가 소설가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 대한 얘기를 꺼냈습니다. 다른 근로자들도 무슨 책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고 자주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수준 높은 대화와 토론이 이어집니다. 우리 회사 규모면 소위 스펙이 좋은 사람들이 많이 오진 않아요, 지원을 해도 잘 안 뽑습니다. 입사 후 오래 근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수한 인재들을 가진 회사들과 경쟁하려면 스펙이 안 좋은 사람들을 노력하게 만들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일에 몰두하게 해야 합니다. 이건 돈으로는 안 됩니다. 업에 대한 가치관, 기업관을 심어줘야 하는데 독서 이상 좋은 것이 없어요. 때문에 우리 회사는 구성원들에게 칙을 많이 읽힙니다. 제도화, 기업문화화되어 있어요. 독서지도사라는 전담 직원도 있습니다.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강연도 들어요. 매년 동양기전 문학제나 여름 독서캠프도 엽니다. 여기에는 직원 뿐 아니라 가족, 협력회사까지 참여하고 있습니다.

 

독서를 사내 문화화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책을 읽혀야 되겠다는 생각은 일본 출장에서 시작되었어요. 일본을 방문하면서 우리가 일본보다 못한 게 뭔가라는 고민을 하곤 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일본 기업에서 영향을 받은 게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은 저무는 해가 되었지만 일본 기업에서 배워야 할 게 무궁무진해요. 과연 일본회사 직원과 후일 회사 직원은 뭐가 다른가. 내지는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은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결국 독서량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독서를 해야 되겠다. 독서를 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독서경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서경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은 많은데 실제 동양기전처럼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하고 있는 기업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경영자들에게 독서경영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어요. 책을 사주고 전담 직원을 두는 게 어쩌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경영자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어요. 강연 이후 우리 회사에 독서 담당자를 찾는 전화가 불어났습니다. 담당자를 초청하기도 했고 회사를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도 많이들 했어요, 일부는 실제 독서경영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년 이상 시행한 데는 별로 없었어요. 정작 경영자 자신은 책을 안 읽으면서 구성원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저도 학창시절에는 책을 별로 안 봤고 기업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아마 사내 독서대학을 통해 책 맛을 본 것 같습니다. 당시 2주에 한 권, 4년에 100권을 읽었는데 이때 책 맛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한번 책 맛을 본 이후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해요. 읽을거리가 없으면 불안할 정도입니다.

 

요즘은 주로 어떠한 책을 읽으십니까?

중국 소설 등 중국 관련 책을 많이 봅니다. 중국 사업 때문에 더 그래요. 중국 법인에 직원이 800명 정도 되는데 책도 읽히고 소통을 하려면 중국 문화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번역돼 나온 중국 소설은 안 본 걸 찾는 게 빠를 정도로 거의 다 읽었어요.

 

경영을 해오시면서 어려운 점도 많았을 텐데요. 가장 어려웠던 때는 언제였고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특볋

게 어려웠던 기억은 잘 생각나질 않아요. 경영이란게 계속 어렵고 또 계속 풀고 하는게 일이지 않습니까? 그래도 굳이 꼽자면 가장 어려웠던 것은 지난 1997IMF 때였어요. 우선 나란 전체가 어려웠고 주력 고객인 대우그룹의 워크아웃, 대우자동차 부도 사태까지 겹쳐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 여파로 300여 명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를 떠났어요. 큰 아픔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한 사람도 떠나보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내부적으로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품질 혁신 등을 강화하며 인내하고 외부적으로는 수출과 고객 다각화에 주력했습니다. 그렇게 위기를 극복했어요. 위기 시 특별한 것을 한 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다 하는 것을 했어요.

 

글로벌 수준의 품질로 국내 부품소재 산업의 수준을 높였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치셨습니까?

기업이 어는 정도 수준에 올라가려면 품질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잖아요. 당연히 품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품질을 높이기 위한 활동들을 열심히 했습니다. 남다른 것이 있다면 그런 것을 안 하는 회사에 비해 남다르다고나 할까요.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006년 미국 포드 자동차에 도어 레귤레이터를 공급하는 하이렉스라는 회사에 우리가 위도 모터를 공급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하이렉스에서 불량품이 있다는 메일을 보내 왔습니다. 단 하나의 불량도 용서하지 않는다는 게 슬로건인데 회사에 비상이 걸렸어요. 더군다나 당시 포드로부터 직접 받은 오더는 아니지만 하이렉스를 교두보로 활용하면 다른 품목에서 포드와 직거래도 바라볼 수 있었기에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이렉스에 공급했던 윈도 모터를 전부 수거해 전 직원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릴레이식으로 직원들이 차례로 망치를 들고 모든 제품을 깨부수었어요. 수십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회사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 순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쇠망치로 직접 제품을 부숨으로써 경각심과 함께 다시는 불량품을 내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어요. 이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스토리로 엮어 하이렉스 사장에게 보냈어요. 뼈아픈 반성과 책임의식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하이렉스 사장은 파일은 보고 감동해 감사 메일을 보냈고 이후 양사 간 거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어요.

 

언젠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회장님을 우리 시대의 맨토상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혹 최장님의 삶이다. 경영에 크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나 계기가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존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도코 도시오 회장입니다. 일본 도시바 회장과 경단련 회장을 역임했어요. 일본 수상에게 야단을 칠 수 있는 유일한 재계 일문이라고 합니다. 직접 만난 적도 없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도시오 회장에 대한 책을 만이 읽었어요.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에 훌륭한 경영자에 대한 책이 별로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나라 기업가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2012 한국의 경영자로 선정되셨는데 바람직한 경영자 또는 기업가상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을 열심히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크든 작든 기업인으로서 소명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어요. 종교는 없지만 절대자가 저한테 준 소명의식을 갖고 있어요. 종교는 없지만 절대자가 저한테 준 소명이 바로 기업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문에 이왕이면 좀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요즘 경영 환경은 불황과 저성장기로 대변되는데요. 이러한 시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경영 환경은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올라가니까요. 덧붙인다면 사회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벤처 창업이라고 봅니다. 과거 벤처에 엔젤투자를 많이 했어요. 앞서 박병엽 부회장 얘길 했는데, 당시 가장 성공한 게 팬택입니다. 흔히 엔젤 투자를 하고선 자기 몫을 챙기려 합니다. 하지만 동양기전이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듯이 투자를 했다고 해서 뭔가 챙기기보다는 번듯한 기업 하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내년에 가장 중요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저는 주로 해외 쪽 일을 많이 합니다. 현재 중국에 제조법인 2, 인도에 1, 미국에 연구소와 판매 법인이 있습니다. 내년에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타깃이 동남아. 러시아, 브라질 세 곳인데 이중 한 군데 진출하려고 합니다. 아마 우리와 비슷한 기업들은 대부분 해외 진출 계획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국내 경쟁 환경에서는 고사하거나 대기업의 하청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과 경쟁해서 게임이 될 수가 없어요. 더 큰 문제는 하청 기업이 되더라도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면 원청 기업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M&A 권유도 많은데 제 기준은 글로벌화 할 수 있나 중국에서 사업이 가능한가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다른 경영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국가 발전이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섹터가 경제 섹터라고 생각하는데 기업이 이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전문 경영인의 책임도 있어요. 예를 들어 일본이 소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데는 전문 경영인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오너의 부당함에 대해서는 자기의 역할도 분명히 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 전문경영인들은 이런 면에 조금 약한 것 같습니다. 기업과 오너는 각각 그 자체로서 평가 받아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경영인들이 분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