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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복이 더 어울리는 난 현장 스타일

루지에나 2012. 12. 16. 14:11

작업복이 더 어울리는 난 현장 스타일

고재호 대우조선 해양 사장

 

호시우행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 4월 취임식에서 강조한 사자성어다. 호랑이 눈처럼 매섭고 날카로운 결정을 내리되 일단 실행에 들어가면 소처럼 신중하고 우직하게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고 사장은 1980년 대우조선해양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2년 만에 사장이 됐다. 회사 역사상 첫 사례다. 그동안 선박, 해양플랜트 영업, 인사노무, 국외 지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조선 분야 달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조선업종이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32년 경험과 노하우를 앞세워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고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해양 플랜트 강화를 선언했다. 영업통 인 고 사장의 시장 예측은 적중했다. 심해 천연자원 개발 붐에 맞춰 드릴 십, 반 잠수식 시추선,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하역설비 등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 수주에 주력했다. 그 결과 올해에만 23, 1043000만 달러에 달하는 해양플랜트와 선박을 수주했다. 올해 처음으로 해양 부문 매출이 조선 부문을 앞지를 전망이다. 조선업종 불황이 심각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부문 매출이 조선 부문을 앞지를 전망이다. 조선 업종 불황이 심각하지만 대우소선해양엔 먼 얘기다. 이미 올해 수주 목표액 중 95% 이상을 달성했다. 라이벌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지난달까지 각각 49%72% 달성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따뜻한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고 사장은 불황 속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바탕은 노사 신뢰라고 강조한다. 그는 외국에서 큰 수주 계약식이 있을 때 성만호 노조위원장과 함께 참석한다. 노사 화합을 통한 성공적인 건조를 선주 측에 약속하기 위해서다. 고 사장은 생산뿐만 아니라 영업 활동에서도 노사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선주 신뢰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된다며 앞으로도 현장 목소리와 국외 선주들을 앗는 소통의 가교 역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선주 측에서도 현재와 같은 불황 속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단합된 노사 모습에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고 사장은 현장 스타일이다. 취임 이후 근무일 절반 이상을 거제 옥포조선소로 출근했다. 취임식에서 현장 경영을 약속한 대로 서울과 거제도를 비행기로 넘나들며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을 최고 가치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고 사장은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다른 일정을 최소화하고 옥포조선소를 찾고 있다며 새내기 최고경영자인 만큼 현장에서 배우고 현장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고 사장은 깔끔한 슈트를 입을 때보다 현장 복에 노란 헬멧을 썼을 때가 더 잘 어울린다. 그는 건조 중인 배에 직접 승선해 현장 애로점을 들었고 선주들과 즉석 간담화도 여는 등 현장 경영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또 사내 협력사 대표자, 현장 책임자 연합회 등 생산에 근간을 이루는 협력사 관계자 등과도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있다. 야간 작업자를 깜짝 방문하거나 산업재해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직접 부산에 있는 병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국내 자회사를 직접 방문해 성과를 격려하고 기업 비전을 제시하는 등 자회살 관리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여 자회사 직원들 사기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스러운 조직문화와 상명 하복식 의사결정 구조에 익숙한 조선업계에서 고 사장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에 열린 기수별 사원 간담회에서는 회사 포털 시스템에 CEO우체통을 새로 만들어 누구라도 언제든지 회사 정책과 조직문화에 대한 개선 사항을 받는 창구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노무 담당 상무를 지냈던 경험은 노조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고 사장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부터 노사관계 전반적인 문제에 이르기 까지 노조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노조도 화사 경영방침을 적극 이해하고 노사가 원칙과 정도를 지키면서 함께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고 사장은 부산대에서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학생, 대학원생 등 3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강을 했다. 이 자리에서 고 사장의 흰 수염고래론 이 화제가 됐다. 고 사장이 꿈꾸는 대우조선해양 미래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고 사장은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은 몸길이 7m, 몸무게 7t인 코끼리지만 바다에서 가장 큰 동물은 몸길이 33m, 몸무게 179t에 달하는 흰 수염고래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기업은 자동차, 전자 등 육지 중심 기업이 장악하고 있지만 바다가 제공하는 미래 기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앞으로 바다 중심 기업으로 옮겨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우조선해양이 지금은 돌고래 크기지만 대양시대에 가장 선두에 서 미래에는 흰 수염고래로 성장해 바다의 왕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이 흰 수염고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 사장은 확고한 비전과 신념을 갖고 있다. 단순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고 강력한 엠지니어링 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영역별로 세계 최고 역량을 갖춰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조선해양 종합 엔지니어링그룹으로 키우겠습니다. 이를 위해 1단계로 마곡 산업단지 입주를 신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