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관련

암호 같은 보험 수수료 안내문

루지에나 2013. 1. 28. 16:15

읽어도 모르겠네... 암호 같은 보험 수수료 안내문

 

올해 마흔이 된 회사원 정 모 씨는 최근 혹시라도 내가 잘못되면... 하는 생각에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 설계사를 만났다. 20년간 매달 조금씩 보험료를 내면 본인이 숨질 경우 1억 원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 눈에 들었다. 보험회사들이 수수료를 많이 때가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A4 용지 4장에 깨알 같은 글자로 쓰인 가입 안내서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 수 가 없었다. 보험 설계사에게 물었더니 수수료는 보험료 지수 항목을 보면 된다고 했다. 가입 안내서를 살살이 뒤져 맨 마지막 부분에서 보험료 지수를 찾아냈지만 정씨의 눈에는 암호였다. 정씨는 보험료 중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금액을 알아낼 수 없어 설계사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계사는 나도 잘 모른다. 알아봐 주계다고 얼버무렸다.

 

암호 같은 수수료 안내문

정씨가 받은 보험 가입 안내서에는 연간 보험료 41085원 보험료지수 150% 라는 문구가 있었다. 보험료 지수는 보험료가 순 보험료에 대비한 수준을 나타내는 지수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순 보험료라는 말부터 무슨 뜻인지도 알기 어려웠다 이런 암호 같은 설명을 이해하려면 우선 매달 내는 보험료는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 순 보험료 와 보험회사가 수수료로 때가는 부가 보험료의 합계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예컨대 보험료지수가 150%라면 고객이 150원을 보험료로 내면 이 가운데 100원이 순 보험료가 되고 나머지 50원이 수수료가 된다는 뜻이다. 보험료의 3분의 1이 수수료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험료가 41085원인 정씨의 경우 수수료는 13695원이라는 답이 나온다. 보험회사라면 어렵잖게 계산해 소비자에게 수수료 금액을 직접 알려줄 수 있는 건데 보험료 지수라는 어려운 용어로 수수료 정보를 얼버무린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왜 수수료 금액을 표시하지 않고 소비자들을 번거롭게 만들고 있을까? 한 대형 생명보험사 부장은 수수료는 영업 원가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숨기고 싶어 하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공시 잘한다더니... 여전히 안개 속

보험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던지는 암호들은 이뿐만 아니다. 수익률 등 각종 공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월 변액연금보험의 경우 보험료에서 수수료를 뺀 돈을 기준으로 하는 수익률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생명보험협회는 수익률을 포함한 핵심적인 내용을 소비자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공시 시스템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안개속이다. 생명보험협회 홈페이지의 공시 실에 들어가도 변액연금 보험 상품의 수익률을 알기가 어렵다. 변액연금보험은 펀드 여러 개에 돈을 나눠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상품인데 생보협회 공시는 개별 펀드 수익률만 알려주고 연금보험 상품의 전체 수익률은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10월 말 개설한 연금저축 통합공시도 부실하긴 마찬가지다. 여러 상품 간에 수수료나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수 백 개에 이르는 보험 상품들이 수수료, 수익률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수료 적게 내는 상품 1등부터 10등까지와 같은 검색 기능이 없기 때문에 상품 간 비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본 보험사의 단순 명료한 수수료 안내

우리나라 보험사와 달리 일본이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라이프 넷은 홈페이지를 통해 수수료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40세 남성, 보험료 2580, 수수료 657(보험료에서 자지하는 비율 25%) 같은 식으로 쉽고 간단하게 표시한다. 수수료는 보험회사가 인건비, 점포비 등 명목으로 때가는 돈이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이처럼 수수료를 공개하는 보험회사는 해외에서도 흔치는 않다. 황 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라이프 넷과 같은 방식으로 수수료를 공개하는 보험회사는 보기어렵다고 말했다. 라이프 넷은 이런 투명한 영업 방식으로 지난 2008년 출범 후 연평균 170% 이상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윤 태호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이프 넷의 성공은 사업비 공개로 투명성을 높이자 고객들의 신뢰도가 따라서 올라간 것에 힘입었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도 변액연금보험의 경우에는 수수료 금액과 수수료가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알려주고 있다. 계약체결비용 기본보험료의 4.66%(13980), 계약관리비용 기본보험료의 6.75%(20250) 등으로 가입 안내서에 적어준다. 보험회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수수료를 알기 쉽게 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 연행 금융소비자 연맹 부회장은 새 정부가 금융 절책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는 소비자 보호는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보험료지수 같은 어려운 용어는 버리고 한눈에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