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

모방과 혁신

루지에나 2013. 6. 11. 19:12

모방과 혁신의 관계

 

요즘 화두 중 하나는 창조경제이다. 아직 그 정확한 개념이나 범위는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의 것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담아 보다 가치 있는 산물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임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 모방을 넘어 진화하고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향이다. 혁신의 공식(모방+진화)x 이미지가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창조경제가 아닐까.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모방은 다른 것을 본뜨거나 본받음. 사회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나타나는 의식적, 무의식적 반복 행위로 정의된다. 진화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일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해 감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처럼 모방과 진화의 정의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묘한 차이가 있다. 사회적으로 모방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반면 진화는 긍정적인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모방의 정의 자체에는 긍정 혹은 부정적 판단은 없다. 우리가 모방에 대해 적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반복해 계승하는 행위 역시 모방이다. 이마저도 무조건 부정적으로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편 진화는 점진적인 발전을 의미한다. 이는 반복해 발전시킬 만한 이전의 대상을 전제로 한다. 결국 모방과 진화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는 이 두 가지 행위를 거듭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감추지 않으며 최근에는 더욱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는 20세기 이후 한국사회의 모방을 통한 발전 방식에 대한 반성, 혹은 콤플렉스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은 선진국의 시스템, 기술, 상품 등을 모방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룩했지만 선진국들의 조롱을 피할 수 없었다. 또한 선진국의 문턱까지 다다른 지금은 한국이 모방할 수 있는 대상조차 많지 않다. 모방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현실에 사회적으로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지면서 모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증대된 것이다.

둘째 다른 원인은 한국의 뒤를 따르는 개발도상국들에서 기인한다. 이들 국가에서 모방을 통해 탄생한 산출물들이 리지널에 비해 질적 수준이 낮은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동일한 방식을 성장했지만 이제는 개발도상국들의 행위를 낮추어 보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세 번째 원인은 모방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다. 이 역시 한국 사회가 이전에 비해 성숙해지면서 생겨난 시선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법적, 혹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정도의 노골적인 모방이 아니라면 어떤 사회에서든 이에 대한용인 역시 가능하다. 오래 전부터 모방은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그것이 진화의 전제조건임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모방을 혁신으로 이끌 것인가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사업이 어떻게 모방에서 혁신으로 발전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자. 혁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개념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것으로서 순수한 의미의 혁신이다. 두 번째는 기존의 개념을 전화하거나 해체해서 혹은 여기에 다른 개념을 융합해 또 다른 개념을 재탄생시키는 경우다.

물론 엄격한 잣대로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후자를 혁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이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주요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는 후자와 같은 혁신이 더욱 효과적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막대한 시간적, 금전적 비용이 요구되는 반면 성공 가능성은 낮다. 또한 정보의 장벽이 낮아질수록 순수한 의미의 혁신으로 성공을 거둔다 해도 발 빠른 모방자들에 의해 그 결실이 희석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결국 또 다른 혁신을 통해 성공을 이어가야하지만 속도전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사회 변화나 모방자의 출현에 대응해 혁신 이후의 혁신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기업의 모방과 진화를 통한 혁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에 있다. 이에 따라 혁신 기업으로 추앙받는가, 아니면 모방 기업으로 낙인찍히는가? 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진화를 보여준다고 해도 사회적 인식에 따라 혁신으로서 무한대의 인정을 받을 수도 혁신은 제로인 모방으로 그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혁신이라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법적, 제도적 테두리를 벗어난 모방에 대한 지양이다. 다른 개념을 차용한다 해도 이에 대한 정당한 비용 지출은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조건은 대중의 시각에서 볼 때 확연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디자인이 될 수도 있고 산업이나 타깃 소비자 등을 포함한 시장의 차이가 될 수도 있으며 수익 모델의 독창성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이 같은 차이는 법적, 제도적 조건보다 중요하다. 법원에서 아무리 모방이 아니라고 인정받는다 한들, 눈에 띄는 차이를 찾지 못하는 대중은 모방자라는 시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모방 + 진화 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면 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배가될 수 있다. 이상의 설명을 간단하게 보여주는 공식이 바로 (모방 + 진화)X 이미지= 혁신이다.

 

그들은 왜 혁신 기업인가.

미국의 비즈니스 잡지 패스트 컴퍼니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50대 혁신 기업 리스트를 보면 올해 20위 내 기업들과 5년 전인 2008년의 20위 내 기업들 사이에 몇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불과 5년에 불과한 기간이지만 두 개 연도 모두 20위 안에 랭크된 기업은 6개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그 6개에 한국 기업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먼저 두 개 연도 모두 혁신 기업 순위 20위 애에 랭크된 한국 기업인 삼성을 언급해 보겠다. 모방을 통한 혁신에 대해 오랜 연구를 진행 해 온 오하이오주립대의 오데스 센카 교수와 와세다 대의 이노우에 다쓰히코 교수는 모두 자신의 저서를 통해 한국의 혁신 기업의 모방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지만 오히려 모방을 통해 기초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나름의 진화를 거듭하면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벤치마킹이라 부를 수도 있다. 아직은 한국 기업이 혁신보다는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혁신보다는 모방이라는 이미지가 클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외국에서 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축적하면서 과거의 (모방 + 진화)X 이미지 = 0에서 (모방+ 진화) X 이미지 = Some 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혁신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 달리 순수한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삼성을 제외하고 2008년과 올해 모두 혁신 20위 안에 포함된 기업은 나이키, 아마존, 타겟, 구글, 애플이다. 이들이 혁신 기업리라고 하면 많은 한국인들이 수긍할지도 모르겠지만 이들 역시 모방을 통한 진화에 익숙한 기업들이다. 나이키가 다른 스포츠 브랜드보다 앞서는 주요 경쟁력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이 회사의 제조는 본사가 위치한 미국 밖에서 이루어진다. 이른바 기획은 본사, 조립은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조립형 혁신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성공을 지속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애플이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혁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는 상당히 퇴색되었지만 여전히 상위권에 랭크된 애플은 기존의 다양한 개념들을 융합하고 재탄생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또 다른 IT 기업 구글 역시 기존의 개념을 차용해서 서비스를 창출한 사례이다. 구글의 검색 메커니즘은 본래 논문 인용횟수에 따른 우선순위 도출 방법을 차용해 탄생되었다. 물론 이는 그 누구에게도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가 없는 개념으로 구글은 전혀 다른 분야의 개념을 성공적으로 활용한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도 외부의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져오는 데 적극적이다. 다른 기업들을 M&A하거나 기술을 직접 구매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를 뿐이다.

이밖에 아마존은 기존의 오프라인 서점을 온라인 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혁신 기업의 반열에 올랐고 타겟은 월마트의 개념과 백화점의 개념을 융합해 새로운 소비자 층을 끌어 모으며 성장했다. 이처럼 외국의 혁신 기업들 역시 순수한 의미에서의 혁신으로 성공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2008년과 올해 혁신 20위 기업 중 나머지 14개 기업은 새로운 얼굴이라는 점이다. 올해의 20개 혁신 기업 역시 2018년에는 몇 개가 남게 될지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는 기업이 홀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혁신적 모방의 규칙

혁신을 위해 모방과 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면 모방과 진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앞서 언급한 오데드 센카 교수는 혁신적 모방을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가치 창출에 있어 필요 없는 부분은 과감히 제외해야 한다. 사실 세계 도처의 엔지니어들은 놀라운 기술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개발된 기술을 똑같이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현실이다. 조금이라도 진화된 기술이거나 적어도 생산 비용 절감이라도 가능하지 못하면 이는 혁신이 아니다. 타타나 비지오는 각각 자동차 및 디스플레이 기술에 있어 앞서나가는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부품 조달과 생산, 판매 방법의 전환을 통해 저가 상품을 개발했다. 혁신을 원한다면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결정하고 불필요한 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모방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 모방 이후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만이 모방 행위를 무히할 수 있다. 우리는 해외 명품을 복제한 짝통 상품을 무시할 수 지만 애플의 아이폰 이후 출시된 다양한 회사들이 스마트 폰들을 모두 무시할 수는 없다. 이들 제품은 아이폰이 갖고 있지 않은 가치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진국들의 성장 방식을 따라 성장해 왔다. 그리고 중국은 비슷한 성장 방식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과 중국의 성장을 모방이라고 비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고 중국은 한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이는 단순한 모방을 토해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나름을 재해석과 현실에 맞는 적용을 통한 진화의 결과인 것이다. 혁신 기업이 되고 싶다면 모방 자체를 비난하기 보다는 왜 진화하지 못하는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셋째, 경쟁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인간이 다른 생물들을 누르고 지구에서 가장 우수한 종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모방을 통한 진화 능력에 있다. 인간은 주위의 다른 인간을 모방하는 데 탁월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환경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의외로 기업들은 이 같은 부분을 경시한다. 기업 역시 생물이며, 인간과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경쟁 기업이 왜 혁신을 이루었는지에 대한 분석을 지속해야 하며 경쟁 기업들이 우리 기업이 이룬 혁신을 어떻게 얼마나 모방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기업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모방과 진화의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넷째, 모방의 대상 범위를 한정해서는 안 된다. 혁신은 의외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분야에서 시작된다. 특히 다른 분야의 모방을 통한 진화는 대중으로부터 혁신으로 인정받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은 많은 분야에서 선두권에 올라섰다. 동일 분야에서는 모방할 대상이 흔치 않는 것이다. 결국 이종 교배를 통한 혁신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융합이다.

다섯째, 현재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중요하다. 혁신 상품들이 등장하고 나서 시장에서 주목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거나 아예 주목받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린 사례는 수 없이 많다. 또한 동일한 가치라도 시장에 따라 이에 대한 수용 정도 역시 다르다. 혁신적인 이동 수단 중 하나로 꼽히는 세그웨이는 2001년 개발된 이후 아직까지 신기한 이동 수단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직 대중이 익숙하지 않은 기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으며 한국처럼 눈과 비가 많고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에서는 이용이 불편해서일 수도 있다. 결국 기업의 혁신은 성공했을 때만이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여섯째, 다른 기업을 모방하는 동시에 다른 기업들이 모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모방을 통해 혁신을 이룩하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자신의 혁신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 역시 잘 알고 있다. 스스로가 모방의 절차와 방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기술이나 고유의 디자인, 혹은 플랫폼이나 유무형의 자원 역시 다른 기업이 모방을 방어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빅 데이터는 분석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따라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빅 데이터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빅 데이터를 보유해야 하자만, 전 세계적으로 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특정 기업의 빅 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더라도 모방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