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중소기업의 위기관리 대응법

루지에나 2014. 1. 4. 17:34

중소기업의 위기관리 대응법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는 사고를

위기관리 강령부터 책정해야 …초기대응 미흡하면 큰 손해

돌발사태가 주는 충격

미국 테러사건이 발생한 지 한달이 넘었다. 사실 이 테러는 정치적, 이념적 동기에서 일어난 것인데 그 직접적인 피해는 주로 기업들이 입었다. 현재까지도 많은 기업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직접 사고를 당한 기업들 뿐 아니라, 영업이 중단된 항공·금융 업계, 행사가 취소된 이벤트회사 등이 모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오늘날의 기업은 지뢰밭을 지나듯 항상 위기의 연속선상에서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제품, 기술, 사업간에 상호연관성이 높아져 위기의 복잡성이 증대하였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사전예측이 어렵고 파급효과가 큰 위기상황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더욱이 기업의 활동에 대한 사회의 감시, 견제가 심해져서 사소한 일이라도 기업이 관련되면 거의 반드시 라고 할만큼 소송이나 쟁의로 연결된다. 맥도날드 사는 자사가 판매한 닭튀김에서 먹을 수 없는 부위인 닭머리가 나왔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10만 달러를 배상했다.

그런가 하면 어떤 여성은 목욕시키고 난 고양이털을 말리기 위해 고양이를 전자레인지에 넣었다가 고양이가 타죽자 전자레인지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이 소송에서도 법원은 회사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변화하고 있으며 더욱이 그러한 변화는 모두 기업에 위기를 초래할 싹을 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의 기업은 경영을 잘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로 인한 손실을 미연에 차단하거나 최소화하는 것도 수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위기관리 의식 ‘재검토 되어야 한다’

현실의 기업경영에 있어서 리스크를 동반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경영학에서는 리스크를 정면에서 거론하지 않았으며, 기업도 이러한 리스크를 중요치 않게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대형사고를 경험하면서 기업에서도 ‘위기관리’라는 말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긴급사태를 상정한 위기관리체제 강화가 기업의 시급한 과제로서 부상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위기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현재와 같이 논의되고 또한 심각하게 인식된 적은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으며, 위기관리체제에 대한 인식의 정도를 볼 때도 강력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기업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내기업은 소프트·하드 양면에서 위기관리 대응능력 및 대책이 미흡하다. 즉, 기업에 잠재하고 있는 리스크의 파악, 자사의 방위체제, 일상생활의 안전확보, 긴급시 대처방법 등이 강구되고 있지 못하며, 인재육성이나 내부감사를 통한 위기관리도 미흡하다.

 

둘째, 위기관리 매뉴얼과 위기관리 조직이 형식적으로 되어 있다. 대책의 중심이 피난훈련을 중심으로 되어있고, 위기발생시 해야 할 업무내용과 업무의 우선순위가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거나, 위기관리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만으로 안심할 뿐 내용을 사원에게 철저히 교육시키지 않고 있다.

 

셋째, 위기에 대한 예지(豫知)는 정보수집량과 수집범위에 좌우되는데 우리의 현실은 정보 수집력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고,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예상되는 리스크에 대해서 ‘반드시 막을 수 있다는’ 안이한 발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은 사고발생시 대처방안을 강구하는 데 커다란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결국 현재 우리 기업의 위기대책은 상정규모 내의 사태가 발생하면 어느 정도 유효하겠지만, 상정한 범위를 넘는 긴급사태에 대해서는 거의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기관리 대책은 없다고 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위기의 발생 및 확산 사례

기업위기는 ▲ 예측치 못한 상황 도래 ▲ 환경 급변 ▲초기대응 실패 등으로 촉발되어 ▲대응상의 미숙 ▲ 내부시스템 오류로 인해 확산된다.

 

예측치 못한 상황이란 항공기 추락, 본사의 피격, 임직원에 대한 테러 및 납치, 종교적·정치적 분쟁에의 연루 등의 돌발적 상황을 말하는데 이 경우는 사전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사후대응에 주력해야 한다. 가령 미국의 나이키는 자사의 신제품 농구화에 붙은 로고가 아랍어로 알라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슬람단체가 항의하자 즉시 제품생산을 중단하고 리콜한 사례가 있다. 환경급변이란 안티사이트 출현, 블랙커넥션의 폭로, 소비자주권 강화, 현지 문화·관습과의 충돌 등 변화된 환경에 의해서 위기가 초래되는 경우이다.

가령 세계적 유통업체인 월마트(Wal-Mart)는 지난 5년 동안 수십년의 안티사이트들로부터 집요하고도 교묘한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대표적 안티사이트인 ‘walmartsucks.com’은 오픈 10주만에 2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였는데 여기에는 월마트의 불친절 사례 외에, 악의적 루머까지 소개되어 회사이미지에 커다란 손상을 입혔다.

 

회사는 법적 대응을 하려고 했지만 법조항의 미비나 비용상의 문제로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 위기를 제대로 감지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1994년 여름 인텔이 펜티엄칩을 출시했을 때 미국 린치버그 대학의 한 수학과 교수가 이 칩을 이용해서 고난도의 수학연산을 처리할 경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사실은 여러 경로를 거쳐 널리 알려졌으며 인텔의 고객게시판에도 게재되었다.  

그런데 인텔은 신제품 펜티엄칩이 오류를 범할 확률은 90억분에 1이고, 일반사용자에게는 2만 7천년만에 한번씩 발생하는 오류임을 강조하면서 고객의 불만을 무시하다 결국 6개월이 지나 고객의 불만이 폭발 직전에 이르러서야 리콜을 시작했다. 초기대응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위기에 대한 기업의 미숙한 대응을 들 수 있는데 이런 대응자세는 사건·사고의 은폐, 변명, 미숙한 언론대응 등 위기의 충격을 가중시킨다.

2000년 6월말 일본 유키지루시(雪印) 유업의 저지방 우유를 마신 고객들 중 1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려 대거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경영진이 책임회피에 급급한 가운데 1주일이 지나는 동안 식중독 피해자가 급증하였고 후에 회사측이 늘어놓은 거짓말이 하나씩 폭로되면서 회사가 쌓아 온 명성과 신뢰는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졌다.

정부는 유키지루시의 공장을 폐쇄하고 제품의 판매 중지 및 회수를 명령했는데 이 바람에 주가는 폭락하고 CEO는 사임하고 말았다. 기업위기 확산의 또 다른 원인은 내부시스템 오류인데 위기의 발생과 진행을 내부시스템으로 감시, 견제하지 못함으로써 위기를 사실상 방치하는 경우이다.

 

1992년 7월부터 1995년 2월 사이에 베어링스(Barings)증권사 싱가폴지점의 닉 리슨이라는 선물 및 옵션거래 딜러는 허술한 내부 감시시스템을 악용해 독단적으로 환투자를 해 회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안겨주어 종내 회사를 도산시킨 사례가 있다. 회사는 리슨의 능력을 신뢰하여 결제나 보고조차 허술히 했으니 그야말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전방위 적으로 다가오는 현대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첫째로 위기관리를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로 포함시켜야 하며, 둘째로 위기는 개별적, 비전문적으로 다뤄서는 안되고 반드시 전사적 수준에서 통합적으로, 그리고 전문적으로 다뤄야 한다. 셋째로 일단 위기가 터지면 기업의 최고책임자 즉, CEO가 앞장서서 수습에 나서야 하고 넷째로 당연한 얘기같지만 평소에 기업이미지를 잘 가꾸어 위기시에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번 겪은 위기나 실패를 자산화하여 기업체질을 더욱 다지고 나아가 기회로 삼으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직면하는 기업위기에 대해서 실전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1 단계·위기관리 강령 책정

경영자는 위기관리의 필요성을 인지하여 경영자의 결의를 전사원에게 인식시킨다. 위기관리를 경영상의 중요한 과제로 인지한 것을 전사원에게 알리기 위해 자사의 위기관리방침을 정하고 강령으로서 전사원에게 인식시킨다.

강령은 말하자면 기본원칙이며 각 기업에서 위기관리에 대한 자세·결의·지켜야 할 우선순위를 규정하는 것이다. 경영자는 위기관리 담당자의 검토에 따라 강령을 작성 또는 승인한다.

 

2 단계·경영계획에의 포함

위기관리도 생산활동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경영과제의 하나로서 위기관리강령을 경영계획에 포함시킨다.

각 사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 등을 표시한 위기관리계획의 작성은 방대한 작업이 되어 바쁜 경영자가 직접 작업에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위기관리계획의 작성 및 실시는 위기관리 담당자를 중심으로 해야 하며 이때 지침이 되는 것이 강령이다.

따라서 경영자는 강령을 작성하여 제시함으로써 경영자의 위기관리 방침이 경영과제의 하나로 반영되도록 한다.

 

3 단계·위기관리체제 조직

평상시 체제를 토대로 하여 비상시 사내의 대응체제를 정비한다. 평상시 Middle(부과장급의 관리직)은 톱이 제시한 위기관리방침(강령)을 충분히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위기관리 담당자에게는 위기관리의식을 높이고 방침을 충분히 파악시키기 위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요구된다. 실제로 사원을 지휘하는 것은 Middle이다.

위기관리 담당자는 회사를 통괄하는 부서의 사원이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임직으로 마련하면 좋으나 비용증가나 업무의 양을 고려할 때 기업규모에 따라서는 다른 관리업무와의 겸무가 불가피 할 수도 있다.

 

4 단계·위기대응계획의 작성·실시

위기관리강령을 기초로 위기관리 담당자는 평상시 및 비상시에 각 사원이 어떠한 행동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알 수 있도록 위기대응계획을 작성 한다. 비상시에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예상하여 판단기준을 미리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사에 대한 리스크의 인식이 필요하다. 과거의 사례분석에만 머물지 말고 자사에 잠재하는 리스크를 독자적으로 조사·파악한다.

비슷한 위기가 발생해도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이나 확대과정은 크게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5 단계·매뉴얼의 게재

위기관리 강령 및 위기관리계획을 매뉴얼에 게재하여 사내에 통고한다. 매뉴얼에는 평상시의 리스크 현재화 예방책이나 비상시의 행동 수순을 제시한다. 또한 매뉴얼의 내용을 사원에게 교육시킨다.

 

6 단계·일상체제에 대응

위기관리계획을 특별히 취급하여 통상업무와 분리해서 취급하는 경우에는 평상시에 그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비상시에는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 하지 않은 행동을 비상시에 한다는 것은 매우 곤란하며, 더욱이 비상시에 보통 이상의 능력을 요구한다면 이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평상시 리스크관리 및 비상시의 대응(위기대응)은 비상시에도 신속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통상 업무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발상의 전환 필요해

이제 국내기업들도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관련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종래 국내기업들의 위기 대응시스템은 극히 취약했다고 생각된다. 위기에 대한 마인드 자체가 희박했으며 위기가 도래하더라도 미봉책으로 무마한 후에는 망각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위기관리를 출발함에 있어서 먼저 생각해야 할 과제는 모든 위기관리체제의 근간을 떠받치고 있는 기본인식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고 하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사고나 재해 리스크에 대해서 희망적인 관측을 가지려는 경향이 있다. 가령 99%의 확률로 일어나는 사고리스크라도 거기에 1%의 불확실성이 있으면 어딘가에서 안심이 될 만한 근거를 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목적이라고 한다면 생각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이 있는 한 그것에 대비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되게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고 하는 인식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면 ‘사고는 반드시 막을 수 있다.’는 반대의 발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불조심’정신에 뿌리내린 우리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이며 위기관리대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하는 발상까지는 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기관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종래의 발상을 180도 전환하여 ‘사고는 반드시 일어난다’ 라고 하는 발상에 입각해야 할 것이다.

위기관리란 다른 의미로서는 뺄셈의 관리이다.‘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도 불가능 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시점에 서서 구축된 체제만이 현실의 긴급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위기관리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하에 위기관리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