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경제

블랙 시트 결정 이후 엔고 비상

루지에나 2016. 9. 5. 03:15

블랙 시트 결정 이후 엔고 비상

 

 

블랙 시트 충격으로 전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의 경제위기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블랙 시트로 영국 파운드화가 무너지면서 세계의 돈이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세계에서 해외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이 가장 도산 위험이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24일 블랙 시트(영국의 EU탈퇴)가 결정되면서 일본 경제의 올해 하반기 전망이 송두리째 뒤바뀌고 있다. 먼저 일본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엔화 값 전망이다. 624일 오전 11시께 국민투표 결과로 블랙 시트로 기울기 시작할 즈음, 달러당 엔화 값은 99엔까지 치솟았다. 달러당 엔화 값이 10엔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11월 이후 27개월 만이다.

201212월 아베 2차 정권이 출범한 이후 이듬해인 20134월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단행으로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지속돼왔던 엔저가 블랙 시트로 인해 순식간에 되돌아간 형국이 됐다.

올해 초 엔화 값 전망에 대해서는 130엔까지 약세를 보인다는 전망과 100엔대까지 강세를 보인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 팽팽히 맞서왔다. 하지만 블랙 시트로 인해 공포감이 극대화되면서 엔저로 되돌아 갈 것이라는 전망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전 세계 금융사장이 당분간 불안정한 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글로벌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엔화 국채에 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채를 사기 위해 엔화 매수세가 강해지면 엔화 값은 점점 더 강세로 간다. 엔화 값 강세는 단순한 일회성 불안 요인이 아니라 펀더멘탈 까지 반영된 것이다.

 

 

 

블랙 시트 이후 엔고 직격탄 맞은 일본 기업들

일본의 무역수지는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지만 송금증가 등의 영향으로 경상수지는 대규모 흑자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큰 환경변화는 미국의 금리인상 연기다. 미국의 경기지표가 신통치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데다, 블랙 시트까지 겹치면서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으로 계속 몰리고 있다. 이미 7~9월 금리 인상은 물 건너갔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기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는 크게 벌어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미국 국체를 사기 위해 일본에서 돈을 빼는 글로벌 머니는 줄어들게 된다. 이는 엔화가 계속 강세를 유지하게 하는 요인이다.

달러당 엔화 값이 두 자릿수 강세를 계속하면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고 일본은행도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해 통화 공급량을 늘려 대응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가령 통화 공급량을 월 100조 엔으로 크게 늘리거나 마이너스 글리를 0.4%까지 크게 내리는 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과거 2~3년 동안 벌어졌던 것처럼 엔저를 향해서 환율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엔고를 막는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해 2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때 예상과 달리 엔화 값이 강세로 돌아섰던 것처럼 BOJ의 약발도 더 이상 시장에 막히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에 이전처럼 엔화 값이 110엔을 넘어 120엔까지 크게 약세를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다. 오히려 100~110엔 사이를 오가며 강세 기조를 오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100엔 밑으로 가는 상화도 상정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아베 정권 들어 2013~2015년까지 3년 동안 엔저 덕분에 일본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내며 호황을 누렸던 것을 감안할 때 엔고는 실적 재앙으로 닥칠 가능성이 높다. 624일 블랙 시트 당일 날 니케이 지수가 무려 8% 가까이 폭락하며 순식간에 15000선이 깨진 것은 상장기업들이 엔화 값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상장기업 중에 토요타를 필두로 한 자동차기업들은 엔화 값을 105엔으로 상정해 경영전략을 짜고 전자회사들은 110엔을 상정했다. 하지만 엔화 값이 이보다 더 강세를 보일 여지는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도요타는 엔화 값이 1엔 오르면 영업이익이 무려 400억 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블랙 시트로 인해 영국 철도사업에 뛰어든 히타치를 비롯한 유럽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하반기 경영전략을 다시 짜야 할 만큼 위기에 몰리고 있다. 상장기업들의 이익 감소는 곧장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 들어 세계 최대 연기금인 GPIF 와 일본 우정 등 공적기관들이 주식 투자를 대거 늘리면서 유동성은 확대되고 있지만 결국 주가는 실적의 함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닛케이지수가 과거처럼 2만선을 넘는 호황을 보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 노믹스 성공여부 가늠하는 중대 고배될 것

엔고와 주가부양은 아베노믹스 정책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엔고를 통해 기업 실적을 높이고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자산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사실 이런 정책은 대기업, 부자에는 혜택을 주고 중소기업, 서민에는 어려움이 가중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아베 노믹스는 일단 대기업, 대도시 경기를 살리고 이 온기를 지방과 서민들까지 퍼져나가도록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지방과 서민들의 어려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엔고로 인해 대기업들마저 어려움에 빠지면서 아베 노믹스는 난국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순이익이 줄어든 대기업들이 임금을 높이지 않으면 소비심리가 살아나기 어렵고 소비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정책의 최종 목표인 디플레이션 탈출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일본은행이 지난 4월에 하향 조정한 경제전망보고서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1.2%, 내년 성장률은 0.1%로 예상됐다. 물가수준은 올해 0.5%를 달성한 이후에 내년에는 1.7%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물가 2% 수준까지 끌어올려 디플레 탈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게 일본 은행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블랙시트는 당초 목표로 삼았던 성장률을 더 끌어 내릴 가능성이 있다. 소비는 물론이거니와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에서도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앞날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의 설비투자 감소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경우 물가 2% 달성시기를 계속 연기하며 2017년 회계연도 중으로까지 미룬 일본은 행이 다시 한 번 디플레 탈출 시기를 미뤄야 할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있다.

경기 불안 요인이 불거지면서 일본 정부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주요 공공사업 예산의 80%를 집행하며 경기 살리기에 총력을 펴왔고 하반기에는 올 들어 두 번째 보정 예산(추가결정예산)을 편성해 경기부양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워놨지만 블랙시티라는 악재까지 겹쳐 제대로 효과를 보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베 정권이 추진하는 신 성장 동력과 농업 의료 등 구조 개혁성과도 아직은 나타나지 않고 있어, 기존 산업의 부진을 대체하기를 개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해 하반기는 디플레탈출을 목표로 내건 아베 노믹스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가 0% 대에서 계속 머물고 일본 정부와 일본 은행의 추가 경기 부양책들이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내년도 기약하기 어렵다. 이미 일본은행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돈을 풀었고 부채비율 220%가 넘는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도 제한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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