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죽음
직장인은 죽었다. 전통적인 의미의 직장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과거의 껍데기이며 유령이며 아직 사라지지 못한 잔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조직이 자신을 돌아보아 줄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 조직이 우리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 일상화된 구조 조정은 대량 실업을 불가피하게 만들었고 정리 해고된 사람들이 몫까지 하느라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미 지치고 희망이 없고 지긋지긋해졌다. 조직 내의 활력은 사라졌고 어디에서도 열정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지나친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확인해 보라.
1. 먼저 평생직장을 믿고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지 찾아보라. 10명 중에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을 찾아낼 수 있는가? 미국인들은 일생 동안 평균 열한 번이나 직장을 옮겨 다닌다. 구조 조정은 늘 있는 일이며, 실업은 언제나 가능한 것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경우 2000년 초, 끈이 닿고 스스로 실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더 좋은 자리를 찾아 직장을 옮기는 것이 마치 유행 같았다. 때로는 창업하고 때로는 닷 컴에 합류하고 때로는 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으로 옮겨 갔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밖의 시장이 나쁘면 기업이 직원을 해고 시키고 밖의 시장이 좋으면 기량이 있는 직원이 기업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 우리는 훨씬 유동적인 노동의 세계 속에 살게 된 것이다.
2.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중역의 자리에 오르는 소박한 목표를 믿고 있는 중간 관리자를 5명 중에 한 사람이라도 발견해 낼 수 있다면 당신이 이긴 것으로 하자.(당신이 올바로 본 것이다.) 층층이 오르는 피라미드 조직은 가장 무능한 조직의 대명사가 되어 있다. 최고 경영자는 자신의 기업이 얼마나 평평한 조직인가를 보여 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장에서부터 차장. 부장. 이사. 상무. 심지어 전무까지 그저 하나의 팀장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을 선진 경영으로 가는 지표로 삼고 있다. 승진의 사다리는 치워졌다.
3. 매년 때가 되면 봉급이 균등하게 오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을 10명 중 하나라도 찾을 수 있다면 역시 당신이 이긴 것으로 하자. 미국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의 연령층들이 받는 보수가 40대 중반부터 50대 초반까지의 소득을 추월하였다. 한국에는 한국형 연봉제가 확대되고 있다. 연륜과 경력을 바탕으로 소득을 분배하는 원칙은 이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4. 지신의 부하였던 사람이 동료가 되고 동료가 상관이 되는 것을 이례적인 일이라고 믿는 사람을 10명중 한 사람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역시 당신이 이긴 것으로 하자. 실제로 미국에서는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사람이 지금은 자신의 상관이 되어 있는 경우도 비일 비재하다. 위계질서에 있어 우리보다 융통성이 많은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이것처럼 불쾌한 일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받아 드릴 수밖에 없다. 경력이 무력해진 조직에서 새로운 경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사람들이 감수해야 할 일상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5. 직장인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혹은 작업복을 입고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것이 dnb일한 근무 형태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5명중 하나라도 발견하게 되면 내가 진 것으로 하자. 모빌 오피스의 개념은 이제 웬만한 직장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이미 실시하고 있는 기업도 늘어났다. 네트워크를 이용한 재택근무가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벤처기업들의 경우 함께 먹고 자며 집중 근무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다. 근무 방식은 공간적 시간적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화려한 재기라는 충족감 속에서 직장인 역시 과거의 전통적 직장인으로 계속 머물렀다. 위기감에서 비롯된 약간의 노력이 운과 함께 만들어 낸 뜻밖의 성과만큼 우리를 왜곡시키는 것은 없다. 직장인들은 과거의 규칙이 무너져 내리고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새롭게 자신을 규정하지 못했다. 여전히 추운 거리를 헤매야 하는 사람도 많고 새로운 위기 때문에 지금 거리로 나서야 하는 사람도 늘었다. 쓰라린 경험 속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운 사람도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근본적인 자기 혁명에 성공하지 못한 채 3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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