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은 ‘소위 서브프라임 사태’라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꼭 일 년전에 해당하는 시기다.
이 시기를 돌아보면 전세계가 중국성장론에 매달리는 소위 ‘차이나 스토리’의 열풍에 사로잡혀 있었다. 연간 12% 수준의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던 중국 경제가 향후 20년은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모두를 환호하게 했고, 그 결과 2007년 말에는 중국증권 시장에 투자된 자본이 국내 증권시장에 투자된 자본에 육박 할 정도로 중국 붐이 일었다.
심지어 증권시장 내부에서도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소위 중국 관련주로 분류된 주식들이 연일 급등하면서 나중에는 그 회사의 이익 500년치를 모아야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을 맞출 수 있을 만치 모든 이들이 중국에 열광했던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중국의 성장 스토리는 ‘미국이 지렛대 역할을 하는 동안’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 2차 주택 소유붐은 미국의 자산가격, 특히 증권시장과 부동산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고, 흥분한 미국인들은 너도나도 자산 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미국의 증권 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상승은 길게 이어졌다. 이에 도취된 미국인들은 높아진 자산가격에 기대어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장부가치에 기대어 소비를 한 셈이다. 예를들어 집 한 채의 가격이 1억 이라고 하자. 이 집이 2억이 되었다 하더라도 실제 이 집을 팔고 길거리에 텐트를 치고 살지 않는 한, 내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집의 가치 평가가 1억에서 2억으로 올랐을 뿐이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에 수월해 졌다는 것 외에는 차이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상승한 1억원의 가치에 흥분했다.
스스로 부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상승한 부동산과 주식가치를 믿고 그것을 담보로, 혹은 신용으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한정의 소비를 시작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전자제품을 살 때는 신용카드로, 신용카드 원금을 갚아야 할 때는 리볼빙으로, 자동차를 살 때는 오토 론, 학자금이 필요하면 학자금 론, 집을 살 때는 프라임 론, 서브프라임 론을 일으키며 소비를 확대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인들의 급격한 소비는 미국의 외형상의 성장을 가져왔다. 미국 GDP 중에 70%는 고정투자가 아닌 민간소비가 차지했고, 미국민의 가처분 소득중에 97%는 소비로 불과 1%만이 저축으로 연결되었다. 이 말은 미국이 겉으로는 크게 성장한 나라처럼 보였지만 그것은 매일같이 벌린 소비잔치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득의 97%를 소비한다는 것은 극소수 상위 부자들이 수입의 일부만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중산층 아래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기 소득의 전부, 혹은 그 이상은 소비를 했다는 의미다. 미국은 이미 80년대 후반부터 빚더미에 올라가 있었던 셈이다.
한데 문제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미국의 소비광풍은 미국 자체에서 생산된 제품만 소비를 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인의 왕성한 소비는 수입을 급격히 늘렸고 수입을 위해서는 막대한 달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미 제조업의 대부분을 해외로 이전한 미국의 입장에서 스스로 번돈으로 수입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결국 미국은 대외무역에서도 가불을 하기 시작한다. 소위 ‘글로벌 임밸런스’라 불리는 기묘한 불균형이 시작된 것이다.
이를테면 미국은 일본,유럽,한국,중국으로부터 자동차 전자제품등을 수입한다. 그리고 달러를 지불한다. 미국에 상품을 수출한 나라들은 미국 돈인 달러를 받아 들고 미국에 수출을 많이 이루어 냈음을 자축한다. 하지만 문제는 달러의 효용성이다. 미국에 상품을 팔아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그대로 사용한 나라는 없었다. 다른 나라는 미국만큼의 소비를 하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수출국들의 남는 달러는 미국 정부와, 은행, 혹은 모기지 업체에 대부되었다. 이것은 형식적으로는 채권 투자의 형태를 띈다. 즉 미국 채권에 투자한다는 것은 스스로 미국에서 주는 이자를 받기 위해 투자를 한 것이지 표면상 미국이 강요를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물건을 100을 수출하고 80을 수입한 결과, 남은 20을 그대로두면 인플레이션으로 가치가 하락하기 마련이다.
결국 각국은 그돈을 미국에 빌려주고 미국은 그렇게 빌린돈으로 다시 다른 나라로부터 수입을 늘렸다.
문제는 결과다. 그동안 수출을 통해 번 달러를 미국에 빌려준 수출국들이 미국 자신보다 더 미국을 걱정하게 된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에 빌려준 돈을 일시에 받으면 미국이 흔들릴까 걱정이고, 그렇다고 미국에 더 빌려주자니 미국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걱정인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렇게 세계경제는 불균형을 잉태했다.
이쯤에서 다시 미국의 소비로 돌아가보면 미국인들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의 상승에 기대어 소비를 늘린 것은 곧 부동산가격이 하락 할 경우, 더 이상의 소비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2006년경 미국의 중간층까지 주택을 살만한 계층들이 모두 주택을 구입한 시점이 되자, 더 이상 주택 가격은 상승하지 못하고 오히려 하락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민간 소비자중에서 비교적 경제력이 약하거나, 빚이 많은 소비자 그룹에서부터 소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에 상품을 팔고, 그 돈을 빌려 미국이 되사는 희안한 순환 고리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전조증상이었다.
그리고 사태는 우리가 알고 있는대로 전개되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는 나라들이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우리는 미국에 국채 투자를 한 자금포함 2000억 달러의 외환 보유고가 있었다. 한데 그 보유고를 써보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외환시장의 불안에 빠져버린 것이다.
당장 우리가 갚아야 할 돈은 현금으로 갚아야 하지만, 우리가 받아야 할 돈들은 만기가 정해진 상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작 문제를 일으킴 미국의 달러가 품귀가 일어나고, 미국이 마치 선심을 쓰듯 유동성 위기에 몰린 나라들에 ‘통화 스와프’계약을 체결하며 한껏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위상을 뽐내게 되었다. 이까지가 우리가 만났던 2008년의 위기의 대강의 전말이다.
한데 이상한 것은 이런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 어디에서도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과 정부는 낙관적인 소식들만 전했고, 경제의 어느부분에서도 불안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는 더욱 호황으로 가는 듯했고 모두가 위기를 의식하지 못했다. 집단적으로 이성이 마비된 것처럼 보였다. 그때 미국에서 ‘누리엘 루비니’라는 경제학자가 이 상황을 경고했다. 따지고 보면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지만 모두가 무시했다. 하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자 루비니 교수의 이야기는 예언이 되었고, 그는 예언자로 추앙받았다. 경제학의 아이러니 인 셈이다.
그런데 ‘루비니’ 뿐 아니라 국내에도 이를 예견한 사람들이 없지 않았다.
필자가 알기로도 두 어명은 그런 상황을 경고했고, 실제 그들은 위기를 막자고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설득을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렇게 시스템상의 위기를 2006년부터 줄기차게 경고해온 사람 중에 한명이 바로 이 책의 저자 곽수종 박사다. 그는 경제학자 이면서, 미국정부에서 일한 적이있고, 대학에서 연구를 수행하거나, 삼성경제 연구소에서 미국과 국제경제, 그리고 파생금융상품을 연구했다. 이런 그의 이력과 경험들은 당시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한눈에 간파 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발했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가 보고 있는 대로다.
그런 곽수종 박사가 늦게나마 한권의 책을 냈다.
이름이 ‘경제독법’이라 좀 상업적이지 못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가진 깊은 지식과 혜안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강점은 곽박사 특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그동안 위기를 다룬 많은 책을 만나왔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를 고민하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곽수종 박사의 경제독법은 미래를 이야기한다. 즉 위기 이후의 변화와 국제 경제질서 그리고 우리의 대응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점에서 이 책을 만나는 독자는 뜻밖의 행운이 다가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의 진지하고 통찰력있는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지는 책, 곽수종 박사의 경제독법이다.
[출처] 곽수종 박사의 경제 독법...|작성자 시골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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