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관하여

[스크랩] 통제불능의 기술

루지에나 2010. 12. 15. 19:38

[뉴 밀레니엄 리포트… 그 첫 10년]

'젊은 천재'들이 사라진다

  • 입력 : 2010.10.27 03:02 / 수정 : 2010.10.27 09:41

[2] 통제불능의 기술과 新네트워크
인터넷 발달→연구할 데이터 폭증→자료검색하다 세월 보내…
인터넷이 연구실·도서관 대체, 50세이하 노벨상 수상자 크게 줄어
유전자 변형 식품·인공지능… 이해 못하는 新기술에 의존

조선일보 특별기획 '뉴밀레니엄 리포트' 자문위원들은 지난 10년간 기술 분야의 주목할 만한 변화로 '통제를 벗어난 기술(Out-of-control Technology)'을 꼽았다. 자문위원으로 참가한 미국의 미래학자 아널드 브라운은 앞으로 다가올 21세기의 가장 큰 위협이 "인터넷 등 신기술에 대한 과잉 의존"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때문에 젊은 천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젊은 천재가 사라진 시대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인터넷을 "인간이 발명해놓고 이해하지 못하는 최초의 발명품"이라고 규정했다. "역사상 최대의 아나키(anarchy·무정부주의) 실험의 장(場)"이라는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의 과잉은 2000년대 들어 거의 '폭력적 수준'으로 발전했다. 포천지의 조사에 따르면 3초에 한개씩 새 블로그가 생겨나고 있다. 포천은 인터넷 블로그가 "정보를 올리기는 가장 쉬워도, 정보를 통제하긴 가장 어려운 매체"라고 정의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스냅샷으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인터넷 정보의 과잉공급은 IT업계 바깥에서 젊은 천재의 탄생을 어렵게 만들었다. 1980년대 50세 이하의 노벨 물리·화학·의학상 수상자 수는 20명인 반면 2000년대는 8명으로 줄었다. 구글과 위키피디아(인터넷 백과사전)는 연구실과 도서관을 대체하고 있다. '구글로 검색하다'는 뜻의 동사 'google'이 2006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정식 등재됐다. 과거분사 'googled'는 사생활이 구글 검색에 노출됐다는 뜻으로 진화했다. 2001년 '누구나 편집 가능한 온라인 백과사전'을 표방하며 만들어진 위키피디아는 불과 10년 동안 250개 언어로 된 1300만여건의 정보를 축적했다. 정보의 양으로만 보면 230년 역사를 가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10만여건)을 2004년에 이미 앞질렀다.

◆폭주하는 기술, 의존하는 인간

인터넷 외 신기술에도 과잉의존 경향이 뚜렷하다. 기술은 인간의 생사까지 판단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NIH)은 2007년 식물인간 환자의 연명치료 여부를 판단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식물인간이 된 환자들의 치료 기록과 호전상황, 차후 재활 여부가 DB에 구체적으로 기입돼 있다. 컴퓨터는 이 기록을 토대로 환자가 살아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한다.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인위적 생명연장을 중단하는 게 낫다"고 결론 짓는다.

'통제 불능 신기술'은 2000년대 들어 GMO(유전자변형) 식품 산업의 지형도를 바꿔 놓았다. 1996년 6개국에 불과했던 GMO식품 경작국가는 2008년 25개국으로 늘었다. 지난 9월 미 식품의약국(FDA) 조사단은 GMO 연어가 식용에 문제없다고 발표했다. GMO 전문가인 다트머스대학의 앤 카푸친스키 교수는 "GMO식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제3세계 사람들을 볼모로 잡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제 유전자 기술의 발전은 '사람의 등급'을 가르는 수단이 됐다. 미국 내비지닉스(Navigenics)사는 1000달러에 고객의 유전자와 DNA정보를 조회해준다. 이 가격은 계속 내려갈 것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제프리 고드비 교수는 "이대로 가다간 기업채용, 결혼상대 물색의 과정에서 누군가 몰래 내 유전자를 검사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공지능 분야도 지난 10년간 "빛의 속도로" 발전했다.
미국 피츠버그 카네기멜런 대학 기계학습연구소에는 '스스로 학습하는' 컴퓨터가 탄생했다. 'NELL(멈추지 않는 언어 학습기·Never-Ending Language Learner)'이란 이름의 이 컴퓨터는 24시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다니며 언어 지식을 확장한다. 단어나 문장을 쉴 새 없이 검색·비교·분석해 뜻을 이해한다. 지난 1월 가동 시작했고 10월 현재까지 인간의 도움 없이 44만건의 사실을 새로 알아냈다. 정확도는 87%다. 책임연구원인 폴 미첼 박사는 "NELL의 장점은 스스로 지식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세계는 바로 이런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에 반기를 든다는 내용을 그린 영화 '터미네이터'에 열광했다. 2010년. 이것은 더 이상 영화 얘기가 아니다.


 
출처 : 통제불능의 기술
글쓴이 : 작은도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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