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에너지 산업의 옥석 가리기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녹색 성장론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및 에너지 절감 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일시적 유행과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는 내실을 갖춘 강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환기에는 미래의 흐름을 먼저 받아들이는 자가 승리하기 마련이다.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아온 재생에너지가 예기치 못한 복병을 만나 휘청 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중심에 서있는 태양광 패널 생산 능력은 중국과 타이완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최근 2년 사이에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각국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모듈 가격이 급락했다.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로 녹색 성장 정책을 적극 추진한 결과 녹색기후기금의 인천 송도 유치,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설립 등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어 녹색 버블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녹색성장은 전 인류적 과제
재생에너지가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화석연료의 고갈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원자력은 지속가능한 대체 에너지라고 보기 어렵다. 원자력은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 비싸고 위험한 에너지라는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원전 해체와 사용 후 핵연료 처분 등 드러나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발전 단가가 화석 연료에 비해 저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은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산업 구조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라고 설파했다. 오늘날 인터넷 기술과 재생에너지가 결합해 제 3차 산업혁명을 가져올 새로운 산업구조가 탄생할 것이며 지속가능한 지구촌 경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리프킨이 제기한 제3차 산업혁명은 지난 2007년 유럽연합집행기구에 의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eu 27개국에서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녹색 성장이 일시적으로 생겼다 사라지는 유행이 아니라 인류 발전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게 될 패러다임 전환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완슨의 법칙 따르는 기술 발전 속도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기술의 발전이다. 반도체에 무어의 법칙이 있다면 태양전지에는 스완슨의 법칙이 있다. 미국 썬파워의 창업자인 리처드 스완슨 회장은 전 세계 태양전지 생산용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생산단가는 20%씩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풍력발전은 전 세계 전력 생산의 2%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력 생산량은 3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속도라면 약 10년 내에 원자력 발전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햇빛이나 바람의 양이 일정하지 않아서 생기는 공급 안정성 문제는 재생에너지 + 에너지 저장장치 융합 모델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차세대 스마트그리드 전력망에서는 소규모 분산발전창치, 에너지저장장치, 지능형 계량기 등이 서로 연결되어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기술 혁신으로 인한 발전단가 인하, 에너지 생산의 불안정성을 완화하는 스마트그리드 구축은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산업 구조조정 가속화
재생에너지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는 시점에 불어 닥친 세계 금융위기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 시점을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해 유럽 3위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인 썬 파워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묻지마식 투자 열풍이 자취를 감춘 반면, 확신을 가진 일부 기업들만이 장기적 낙관주의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 능력 급증으로 인한 과잉 공급과 규모의 경제에 맞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이미 중국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린 에너지 산업은 이미 전 세계적인 생산량 경쟁에 돌입했으며 당분간 구조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래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강자들이 탄생할 것이다.
점진적인 수요 회복
재생에너지 산업이 난관에 봉착한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해 민간의 설비 도입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오래부터 우리나라도 기존의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중단하고 이보다 좀 더 소극적인 신재생에너지 의무 할당 제도(RPS: 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s)를 도입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부의 보조금 축소, 소극적인 RPS, 일부 세금혜택 지원만을 가지고도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환경 이슈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에서 RPS를 도입했거나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대한 시장의 소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태양광 모듈의 단가 하락과 함께 설치비도 하락해 정부 보조금 없이도 기존 화석연료 발전단가와 동일해지는 균형점, 즉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한 지역이나 국가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재생 에너지의 확산은 전력 생산 단가가 높은 지역, 화력과 원자력보다는 재생에너지를 선호하는 지역, 정치, 경제, 지리적인 문제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지역에서 먼저 이루어질 것이다. 재생에너지는 설치 후 유지비(연료비)가 거의 안 든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유가 추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더욱 유리하다. 국가 및 지역에 따라 시점의 차이가 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린 수송 시스템의 확신
물류, 운송 산업은 그린에너지의 확산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 분야 중 하나이다. 기존의 자동차, 선박, 철도 대비 에너지 효율이 높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그린 카, 친환경 선박, 첨단 철도 등의 그린 수송 시스템은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및 에너지 절감 추세에 따라 기존의 수송 시스템을 급속도로 대체해가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25년까지 연비 기준을 현재보다 2배 이상 강화하기로 했으며 국제해사기구는 2030년까지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감축할 것을 목표로 내년 1월부터 법적 의무규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와 함께 고유가 추세의 지속으로 물류 산업의 연료비 부담이 증가했으며 이는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은 이러한 경영 환경의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기보다 능동적인 변화를 주도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 전기 차, 소소연료전지 차, 개발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부품 업체들 역시 2차 전지, 고성능 모터, 충전 인프라 등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세계 경기침체로 인한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해운업계의 경우에도 선도 기업들은 오히려 친환경, 고효율 선박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고유가, 저 운임 국면에 최적화된 선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1위의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는 신형 추진엔진 개발, 선체 디자인 개선, 폐열 회수 시스템, 선박 평형 수 처리 시스템 등의 친환경 기술을 적용해 연료 소모량 및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은 줄이고 적재 규모는 늘임으로써 선대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머스크는 2000년대 초부터 친환경 선박에 투자해왔으며 이에 따라 지난 3년간 약 9000만 달러의 연료비를 절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와 에너지관리 시스템
건축물 에너지관리시스템(EMS:Energy Management System) 역시 그린에너지 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 분야이다. 스마트 그리드 체제에서 양방향 계량기, 태양광 발전, 전기차 충전시스템 등이 적용된 스마트 빌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EMS도입이 필수적이다. EMS는 개별 빌딩의 에너지 관리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해당 빌딩을 스마트그리드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편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스마트 그리드가 인터넷이라면 각 빌딩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PC라고 볼 수 있다. 빌딩의 에너지 소비는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25~30% 정도로 추정되며 EMS가 도입되면 건축물 에너지 낭비 요인의 77%를 제거할 수 있다. 빌딩의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자산 가치가 증가하므로 건물주도 에너지 절감 정책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유인이 존재한다. 정부는 에너지 절약 시설을 구축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에너지절약전문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건축심의위원회의 심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가이드라인에서 초고층 건물의 EMS 구축을 의무화한 바 있다. 국내 EMS 시장은 외국계 기업들이 주도해 왔으나 최근에는 대형 SI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및 시스템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또한 IT, 통신, 전기설비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들이 EMS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대체 영역에 머물지 않을 것
인류의 문명은 에너지원의 형태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발전해 왔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와 원자력에 기반을 둔 에너지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는 절정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에너지 체제가 에너지원의 고갈, 탄소 배출 및 방사성 폐기물에 의한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점차 명백해지고 있다.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를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에서 저에너지 산업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보조 에너지원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글로벌 환경기준 강화는 기술력이 낮은 경쟁사를 경쟁에서 탈락시키기 위한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남들보다 먼저 친환경, 저에너지 기술을 도입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관련 산업진출을 통해 산업 영역의 다각화를 모색하는 등 경영의 패러다임 전황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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