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대?
한때 1등만 기어가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정치판, 특히 선거결과를 높고 보면 틀림없이 들어맞는 말이다. 다행히 비즈니스에서는 1등이 아니더라도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심지어 2인자 전략을 펼치며 선두기업 이상의 인기를 구가하는 회사들도 많다. 그런데 한 치 앞도 점칠 수 없게 되어버린 오늘의 비즈니스 상황에서 과연 2등에 만족하는 것이 안전한 선택일까.
선거와 비즈니스의 차이는 무엇일까. 선거에서는 1등이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1위가 아니면 아무리 표를 많이 얻더라도 결국 3위, 4위 후보자와 같이 낙선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반면 비즈니스의 경우에는 반드시 1위 기업이 아니라도 2위, 3위의 지위에서 일정 수익을 올려나갈 수 있다. 그런데 앞으로도 비즈니스 분야에서 1위가 아니라도 회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도 정치와 같이 1위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머지않아 올지 모른다. 이번에 소개하는 사례를 통해 기업에게 2위 혹은 3위라는 순위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 음향기기 브랜드 산스이 의 몰락
도쿄 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되어 있던 산스이 전기는 1944년 설립된 전통의 고급 음향기기 및 영상기기 전문 제조회사다. 1961년 12월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한 이후 1984년 10월에는 연매출 약 525억 5200만 엔을 올리는 등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수익을 내왔다. 그 과정에서 자사의 고급 앰프 브랜드인 산스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고 동시에 세계적인 스피커 업체인 JBL의 일본 총대리점으로서 음향, 영상기기 분야에서 확고한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매출 성장에 도취한 나머지 산스이 전기는 인터넷 시대에 맞는 제품 개발과 생산 시스템의 효율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힘을 기울이지 않았다. 차츰 음향기기 시장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면서 수익이 떨어지고 기업의 재무구조는 약해졌다. 결국 1989년 10월 산스이 전기는 영국 폴리팩 인터내셔널의 산하에 들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힘들게 선택한 경영 파트너의 영국 회사도 영업수익이 오르지 않자 얼마 가지 않아 산스이 저기를 지원할 여력이 없어졌다. 영국 회사마저 경영위기에 빠지자 산스이 전기는 다른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홍콩 그랜드 그룹과 1991년 9월부터 관계를 맺고 2001년 11월부터는 그랜드그룹의 산하에서 다시 재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홍콩그룹 산하에 들어간 이후 초반에는 재정적, 인적 지원을 받아 재무 개선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스이 전기의 음향기기와 영상기기의 매출은 늘지 않았다.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고품질과 고가격을 중시하는 1위 브랜드와 새로운 영산기술에 대응한 참신한 제품이 계속 출시되는 상황에서 어정쩡하게 2위와 3위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던 산스이 전기를 소비자들은 더 이상 선택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로서는 업계의 상위 수준을 유지했지만 내실은 영업 손실이 계속 발생하며 산스이 전기의 재무구조는 불안이 증폭되어 갔다. 그리고 감사 법인으로부터 경영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지적받는 등 경영의 돌파구를 스스로 마련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0년 12월 산스이 전기는 마지막 방책으로 사업 규모를 축소해 경영의 효율화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기업인 홍콩의 그랜드 그룹이 경영난으로 사실상 파산상태에 이르는 바람에 산스이 전기도 당장 자금난에 빠지고 말았다. 산스이 전기는 그랜드 그룹에 대한 채권의 회수 불능에 따른 손실 충당금으로 인해 54억 8624만 엔의 손실을 기록하며 채무 초과 상태가 되었다. 자금난에 빠져 경영압박이 심해지자 결국 산스이 전기는 2억 4765만 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에 이르고 말았다.
자만이 부른 오판, 도산에 빠지다.
그렇다면 산스이 전기가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지 못하고 도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4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당연히 해야 할 제품 개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보통 일본에서는 경영자가 너무 기술자 정신에 입각해 제품 개발에 치중한 나머지 제품은 좋은데 소비자가 중시하는 대중성을 만족시키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스이 전기는 그 반대였다. 수익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해서 손실을 만드는 것을 예방하고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제품 개발에서 경쟁사에게 밀리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둘째, 생산 시스템 확립에 있어 너무 방어적인 자세를 지켰다. 다른 기업들이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판매 가격을 낮추고자 해외로 공장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생산설비의 효율화를 강화하는 동안 산스이 전기는 자사 기술의 누출을 방지하고자 일본 국내 생산을 고집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가격대는 낮추어야 하다 보니 생산설비의 첨단화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다 보니 국내 생산설비의 변형에 대한 필요성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생산설비의 효율화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생산시스템의 최적화에 실패했고 가격경쟁 면에서나 제품력에 대한 과거의 영광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모험의식을 상실시켰을 뿐 아니라 생산 시스템의 효율성마저 상실시킨 것이다.
셋째, 기술력을 자랑했던 자사 브랜드의 가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소비자가 아닌 경영자들이 가졌다. 흔히 브랜드파워라고 불리는 브랜드의 가치는 기업이 상품을 판매하는 데 가장 안정적인 요소다. 토요타가 지금도 렉서스는 시리즈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한 브랜드 파워는 누구나 다 아는 답이지만 소비자들이 기업에게 부여하는 절대적인 신뢰를 뜻한다.
하지만 산스이 전기의 경우 산스이 라는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서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술력의 상징이자 자부심으로 여겼다.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데 기업 스스로만 높은 평가를 내리는 것은 분명 문제다.
아무리 기술자나 경영진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또 실제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돈을 내고 구입하지 않는 한 그들의 자부심과 자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산스이 전기는 결국 브랜드에 대한 스스로의 고평가와 자만이 성찰적인 기업문화를 형성하는 데 방해요인이 되었고 도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기업 브랜드가 경영자에게 자부심의 상징인지, 자만의 도구인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함을 사사한다.
넷째, 산스이 전기는 경영난에 빠지자 경영 지원을 해 줄 비즈니스 파트너를 같은 업종에서 1위가 아닌 기업들, 즉 적당한 성에서 찾아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흔히 기업들이 합병하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 2위 혹은 3위가 합병해 시장잠유율과 영업수익 면에서 1위를 이기는 것으로서 1위의 자리를 획득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뚜껑을 열어보면 2위와 3위 기업의 소비자들이 초반에는 합병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원래 1위였던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재무제표 상의 영업이익 합계에 편승하기 보다는 1위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새로운 구매심리로 옮겨간다. 가령 동네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짜장면 집과 세 번째로 맛있는 짜장면 집이 합쳐져도 소비자들은 제일 맛있는 짜장면 집을 찾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업의 영업이익과 시장 점유율의 합계가 소비심리의 합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중용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산스이 전기의 도산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우리는 중용을 간조하고 때로는 너무 튀거나 모나지 말고 중간만 하라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가르치고 배워왔다. 그렇지만 이러한 논리는 그냥 중간만 해도 먹고 살기에 지장이 없었던 시절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이미 비즈니스의 세계는 1위만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고 수익을 올리는 시대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제일 맛있는 짜장면 집이 붐비니까 줄서기 싫어서 조금 맛이 떨어져도 혹은 가격이 500원 저렴하니까 두 번째 맛있는 집을 찾는 그러한 소비 형태는 사라지고 있다. 설사 서서 기다리더라도 조금 가격이 비싸더라도 제일 맛있는 짜장면을 먹고 싶은 것이 소비자의 심리이며 그러한 소비심리가 지배하는 시대로 세상이 변하고 있다. 일본 인기 그룹 스마프이 노래 가사 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넘버원이 되기보다는 온리 원(ONLY onE)이 되라 경쟁에서 순위를 정하는 사회에서 넘버원이 되지 못하더라도 너만의 개성을 사리면 온리 원(ONLY onE)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러한 기사는 적합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비즈니스에서는 살아남은 온리 원(ONLY onE)이 바로 넘버원이기 때문이다. 제일 맛있는 짜장면 집이 바로 온리 원(ONLY onE)이자 넘버원이다.
정치에서 1위만이 당선자가 되듯 비즈니스도 1위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고 있다. 서글픈 시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비즈니스에서는 감상적 마인드조차 1위만이 향유 가능한 사치스런 감정이자 특권이다.
따라서 1위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한 자세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경영자가 지속적으로 지켜나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것만이 스스로를 높이 평가하고 위안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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