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맨 가신은 내부의 적
2006년 6조 4000억 원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2008년에 계열사들과 함께 4조 1000억 원을 조달해서 대한통운을 사들였다. 2년 만에 무려 10조원 넘게 M&A에 쏟아 부은 것, 당시 그룹 재무사정을 생각하면 상당히 무리한 투자였다. 언론들은 이 같은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으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따르는 임원 들은 숨죽였다. 오히려 500년 영속기업으로 간다고 장밋빛 전망만 내놨는데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유동성 문제 때문에 워크아웃에 들어가기에 이르렀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 합병에 인생의 승부수를 던졌다. 인수금액은 6조 3000억 원, 그러나 한화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달금리가 10%대까지 치솟은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작정 밀어붙인 것이 화근이었다. 인수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분할 납부를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결렬됐다. 인수 이행보증금으로 산업은행에 지급한 3000억 원만 떼일 처지에 놓였다. 아무리 김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거는 기대가 컸더라도 경제상황과 현 재무구조에 대해 제대로 측근들이 보좌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재계 오너들이 맨손으로 일궈낸 선친의 창업정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편법, 불법에 자주 연루되는 것은 주변에 쓴소리(바른말)를 하는 임원이 부족한 탓이다. 오너 일가가 대외적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가신그룹이 오히려 소통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오너들은 창업 초기에는 주력 회사 1~2개에 집중하면 됐지만 회사 덩치가 커지고 계열사가 50~80개로 불어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책임지고 경영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주변 임원들의 균형감 있는 의견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대기업은 회사 발전보다는 개인 자리를 보전하려는 임원이 더 넘쳐나고 있다. 오너 말 한마디에 네 알겠습니다 고만 답하는 예스맨 식 충성경쟁마저 치열하다. 일부 가신들은 대리인의 도덕적 해이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2008년 삼성그룹 임원들이 윗선 지시에 따라 명의를 빌려주고 일제히 주식 차명계좌를 보유한 것도 어떻게 보면 넓은 의미의 대리인 문제다. 또한 오너와 임원 간 손발이 맞지 않는 사례도 많다. 구본무 LG 그룹 회장은 독해져야 한다며 임원들이 분발을 끊임없이 촉구하지만 주변 인사들이 스마트폰 트렌드를 읽지 못해 실적부진에 처하기도 했다. 롯데 그룹은 신동빈 회장 체제로 이동하고 있지만 기존 신격호 회장 라인 쪽 임원들이 건재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김동진 전 현대차 부회장은 2006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명 로비 명목으로 국회의원에게 억대 금품을 전달한 정황이 최근 포착되기도 했다. 오너쉽 견제 장치인 이사회가 거수기에 불과한 것도 오너 눈을 흐리게 한다. 이사회를 구성하면서 정치와 정부로부터 바람막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유력인사를 대거 영입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세빈 전 서울고법원장을 GS 건설은 문성우전 법무부 차관을 두산중공업은 송광수 전 검찰총장을 각각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또한 오너와 친분 있는 인사들이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된 사례도 많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시가 총액 100위 안에 드는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0년 이사회 안건 2020개 가운데 단 1건만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됐을 뿐이다. 주주총회도 통과의례나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다. 소액주주 목소리는 철저히 무시하고 속전속결로 진행하면서 언론 접근을 차단하는 사례도 많다. 2003년 SK 그룹의 분식회계 사건도 내부 감사 기능과 이사회 견제 기능이 마비된 전형적인 사건으로 분류된다. 최태원 SK구룹 회장과 함께 김창근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이 구속 기소됐다. 이듬해 손길승 당시 SK 그룹 회장은 SK해운 분식회계로 조성한 7800억원가량을 이사회 결의 없이 선물투자 등에 유용한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옥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김창근 본부장은 2005년 SK 케미컬 부회장으로 임명되면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손길승 전 회장은 4년 만인 2008년 SK텔레콤 명예회장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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