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저성장과 신흥국 고성장 계속 맞물려 '적절한 호황' 될듯
美 디플레·中 인플레 우려 줄어 글로벌 증시 '강세장' 올 수도
골디락스(goldilocks)는 금융시장이 바라는 최적의 경제 상태이다. 영국의 전래 동화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적절한 호황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정도로 경제 성장세가 강하지도 않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정도로 약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뜻한다.
금융시장이 골디락스를 원하는 것은 통화 긴축, 즉 중앙은행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낮추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중앙은행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 풍부한 유동성을 활용해 투자 수익을 높이는 금융시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골디락스는 중앙은행이 '펀치볼(punch bowl·사교 파티에서 펀치 같은 음료를 담는 그릇)'을 치울 필요 없이 파티가 계속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골디락스 이야기는 세계 금융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면 빠짐없이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증시의 상승세는 빠른 경제 성장이 가져온 인플레이션 압력을 생산성 향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억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다. 이번 금융위기 직전까지 이어진 강세장도 골디락스로 설명됐는데,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물가를 안정시키는 '디플레이션 수출국'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가을 세계 증시의 강세장 역시 골디락스로 설명 가능하다. 시장 참가자들은 미국의 경기 부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 그리고 중국의 변함 없는 고성장에 관심을 기울였다. 선진국의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 그리고 신흥시장국의 고성장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섞으면 골디락스가 도출된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골디락스의 지속을 예상하고 있다. 선진국의 저성장, 신흥시장국의 고성장이라는 구조가 몇 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가 발표된 후 금융시장은 조정을 보이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선진국의 유동성과 신흥시장국의 경기 호조가 결합해 강세장이 조만간 다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여러 가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낙관론의 근거가 바로 골디락스인 것이다.
요즘의 골디락스는 과거에 비해 중국의 능동적인 역할이 두드러진다. 과거 골디락스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은 미국 소비의 종속 변수였으며, 넘치는 노동력을 바탕으로 디플레이션을 수출해 골디락스에 기여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미국의 도움 없이도 자체적인 성장 동력 확보에 성공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골디락스에서는 반대로 미국의 역할이 수동적으로 변모했다. 빚 부담에 신음하는 미국 소비자는 더 이상 세계 성장을 주도할 수 없다. 미국은 이제 계속되는 저성장으로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이는 한편, 금융 완화 기조를 지속하면서 세계 금융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골디락스라는 판이 깨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출구 전략이 가시화된다면 그렇다. 그러나 미국 경기 회복이 세계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의 강한 회복은 세계 경제가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의 뚜렷한 증거가 없는데도 미국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미리 억제하기 위해 긴축을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이들이 유가 상승에 대해 우려하는 듯하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쉽게 커지지는 않을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조치는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미 연준은 유가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는다. 연준은 2008년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이를 때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었다.
새로운 골디락스 상황에서는 중국발 악재가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중국의 긴축 정책은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중국 당국의 정책 우선순위가 경제 성장인 이상, 성장세 자체를 훼손시킬 강력한 긴축을 시행할 가능성은 작다. 게다가 자본 시장이 폐쇄된 중국의 통화 긴축은 세계 금융시장의 유동성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할 것이란 우려도 잦아들고 있다. 선진국의 수요와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회복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중국의 임금 상승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 금융시장이 이제 중국을 단순한 세계의 공장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세계 성장의 견인차가 중국으로 바뀐 상태에서 중국의 임금 상승은 소비 증대로 이어져 세계 경제에 호재로 해석될 것이다.
세계 경제에 골디락스가 지속될 것인가? 결국 나의 답은 "그렇다"이다. 다만 한 가지 점검할 요소는 중국의 자산시장 거품 가능성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간 중국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자연스럽게 거품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긴축 정책을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조적인 고성장이 지속되는 중국에서 전국 규모의 자산 거품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향후 몇 년 동안 세계 금융시장이 가장 주목해야 할 위험은 중국의 자산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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