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계에 관하여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인가?

루지에나 2016. 12. 23. 16:29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것인가?

 

 

올해 미국의 정치, 사회, 경제를 결산하면 크게 3가지 이슈를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뉴스는 118일에 치러진 대선 결과이다. 지난 16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의 마지막 승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였다. 사회적으로는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대형 총기 참사가 올해도 이어져 많은 사람들을 경악과 공포에 빠뜨렸다.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전체 득표수에서 경쟁자였던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에 약 100만 표를 뒤졌다. 하지만 주별로 선거인단을 합친 538명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이어서 트럼프는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32명에 그친 클린턴을 크게 앞질러 제 45대 미국 주류 언론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을 가져왔다. 대부분의 언론기관은 클린턴의 압승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가령 워싱턴포스트는 1024일에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지고 있다라고 발표했고 뉴욕타임스는 대선 전날에도 클린턴의 승리 가능성을 84%로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 국민 불안감 커져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면서 미국 사회, 특히 지식인 계층의 충격이 상당히 큰 것으로 보인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포그루그먼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올린 우리가 모르는 우리나라라는 사설을 통해 우리는 동료시민들이 고위직에 앉을 자격이 없고 성격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며 너무 무섭지만 우스꽝스러운 후보에게는 결국 토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미국이 실패한 국가이며 사회일지 모른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처럼 언론과 지식인들에게 외면을 받은 트럼프의 당선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8년간 이어진 민주당의 오바마 정권에 대한 피로감을 꼽을 수 있다. 실제 미국 정치 역사에서 하 정당의 집권은 최대 8년이라는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높다.

이는 아무리 잘해도 8년 전 혹은 4년 전 지지자들의 열정은 이미 식었고 반대파의 불만은 누적되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실제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4선에 이어 해리 트루먼으로 넘어간 후 딱 한 번의 예외(로널드 레이건에서 조지 H.W. 부시로)를 제외하고 매번 정권 교체가 일어났다.

이번 트럼프 지지자의 다수는 저학력, 저소득 백인 노동자였다. 미국에서 백인 비율이 줄고 있지만 미국의 주류는 여전히 백인이다. 대선 전 퓨 리서치 센터가 추정했던 인종별 유권자 분포를 살펴보면 69%, 흑인 12%, 히스패닉 12%, 아시안 4%였다. 클린턴 입장에서는 러스트 벨트(Rustbelt: 과거 제조업 기반으로 미국경제의 중심지였지만 세계화 반작용으로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백인 노동자의 지지를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일반적으로 트럼프가 승리를 거둔 오하이오와 펜실베니아는 경합 주의 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되지만 노동조합 가입자가 많아 역대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위스콘신이나 미시간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게 뼈아픈 패배가 되었다. 트럼프는 위스콘신과 미시간에서 각각 47.9%47.6%를 얻어 46.9%47.3%에 그친 클린턴을 간발의 격차로 앞섰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가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는 등 보호무역과 반세계화를 주장하면서 해외 공장을 국내로 귀환시키겠다고 밝힌 것이 이들 지역의 노동자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대선 레이스는 버디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후보로 등장해 신선한 바람도 일으켰지만 클리턴과 트럼프가 양당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서로를 향한 폭로전이 난무해 역대 가장 추악한 대선이라는 오명을 갖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미국민들은 누가 덜 나쁜 후보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기성 정치에 신물 났고 점점 가난하게 되면서 테러 공포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첫 여성 미국 대통령이 되어서 유리천장을 깨겠다는 클린턴의 노련미 보다는 트럼프의 막말과 거친 표현들이 더 효과가 컸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는 점이다.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만이 새 대통령이 미국을 통합시킬 것이라고 답했을 뿐 64%는 미국을 더 분열시킬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악의 참사에도 총기 규제는 요원

지난 6우러 12일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이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클럽인 펄스에서 총기를 난사해 49명이 숨지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625일에는 텍사스 주 포트워스의 한 비영리 댄스 교습소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고 926일에는 텍사스 주 휴스턴의 한 쇼핑몰 주차장의 총기 나사 사건으로 9명이 다쳤다.

미국은 대형 총기 사건이 발생하면 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정치권은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한다. 하지만 여론의 반향이 줄어들면 발의된 법안이 부결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지난 6우러 20일 미 상원은 민주당이 발의한 두 건의 법안과 공화당이 발의한 두 건의 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부결되어 법적인 총기 규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도 총기 사건이 핵심 쟁점이 되었는데 클린턴은 총기 규제 강화를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총기 규제를 강화하면 테러에 취약해진다는 주장을 펼쳐 총기 소유를 지지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완만한 성장,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올해 미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국내 총 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에 1.1%, 2분기 1.4%를 기록했지만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에는 2.9%의 대폭 상승이 전망된다.

고용지표도 긍정적이다. 올해 내내 실업률은 5%대를 유지하다가 10월에는 4.9%까지 떨어져 신규 일자리가 계속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낮은 실업률은 임금 상승률로 이어져 10월 시간당 임금은 25.92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반기인 2009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었다.

 

이처럼 전반적 경제 지표가 긍정적인 상황에서 연방 준비제도(Feb)12월에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높아지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0.25%포인트 인상 한 뒤 올 들어 열린 7차례 회의에서는 연속 동력을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