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의 절묘한 타협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지도자인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5월 20일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8년 만에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민주진보당 정권이 대만에서 다시 출범했다. 주요 언론들은 차이 총통 취임으로 양안 관계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라는 중국 정부와 이를 거부하는 대만 정부 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민주 진보당 후보로 나선 차이 총통은 지난 1월 16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당시 집권 여당인 국민당의 주리룬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꺾고 당선됐다. 이로서 차이 총통은 대만의 첫 여성 통동이자 당나라 측천무후 이래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대만 국립 정치 대 법학과 교수 출신인 차이 총통은 민진당 주석 직을 승리를 일궈 내 대만 정가에서는 선거의 여왕으로 통한다. 높은 도덕성과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정치관 때문에 젊은 층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
이번 민진당 정권 출범으로 대만은 세 번째 정권 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역시 대만 총통 선거는 경제 문제와 양안 관계 두 가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이번 선거 역시 마찬가지였다.
차이잉원의 2가지 과제
전임 마잉주 총통이 이끄는 국민당 정부는 2008년 출범이래 일관되게 친중 노선을 고수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대만의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민당 정부는 2009년 이후 총 3차례에 걸친 중국 자본들의 대만 투자 허용 품목을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2010년에는 대만과 중국 간 상품 무역의 관세,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는 경제협력기본협정을 체결했고 2014년에는 서비스 분야 투자 장벽을 없애는 서비스 무역협정도 맺었다. 그 결과 대만은 전체 제조업의 97%, 서비스업의 51%, 공공 건설의 51%를 중국 자본에 개방했다.
국민당 정권 출범 초기에만 해도 대만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이 강화되자 국제 사회에서는 차이완(China + Taiwan) 연합군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IT 산업에서 대만 기업들과 경쟁하던 한국 일본 기업들은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대만의 중국 올인 정책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등으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2010년 10.63% 까지 치솟았던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2011년부터 2~3%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0%대에 그쳤다. 중국의 경제 성장 율이 2010년 10.4%를 고점으로 급속히 둔화된 후 폭풍이 대만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진 것이다.
특히 폭스 콘을 필두로 한 대만 대표 IT 기업들이 중국 본토로 생산기지를 속속 이전하면서 대만ㅁ에서는 극심한 취업난이 발생해 20~30대 젊은 층들 사이에서는 22K 세대라는 자조적인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결국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민진당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경제 위해 독립은 잠시 보류
지난 5월 20일 거행된 대만 총통 취임식의 최대 관심사는 반중, 대만 독립 성향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된 민진당의 차이 신임 총통이 양안관계에 대해 어떤 언급을 내놓을 지였다.
이날 차이 총통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92 컨센서스를 언급하느냐의 여부는 향후 4년간 양안관계를 결정지을 시금석으로 인식되었다.
차이 총통의 핵심 지지층들은 그가 대만 독립 노선을 보다 분명히 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반면 중국 정부와 대만 재계에서는 92 컨센서스 인정을 바랐다. 차이 총통은 절묘한 균형을 선택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양안 관계의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92년 양안 대표들은 소통과 협상을 통해 상호 인정과 이해에 도달했다며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존중한다고 말한 것이다. 나아가 양안관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현재의 대화 및 소통 방식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92 컨센서스를 존중하라는 중국 정부의 요구와 대만 독립을 원하는 핵심 지지층의 정서를 모두 고려했다는 평가다. 차이 총통이 타협을 선택한 것은 양안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되면 침체 상태에 빠진 대만 경제의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차이 총통은 선거 기간 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아세안, 인도 등과의 교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남진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해 왔다. 또 친환경 기술, 인터넷, 바이오 약품, 지능형 기계, 방위산업 등 5대 산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는 그러나 이런 정책들은 최소 2년이 지나야만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를 할 수 있다며 그 동안 대만 경제에 대한 중국의 각종 압박으로 더욱 취약해 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이스 린 대만 단장대 아세안 연구 센터 장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류 확대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이미 일대일로 전략을 내세워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완성된 답 아니다 압박
차이 총통이 취임사에서 온건한 양안 정책 노선을 표방함에 따라 이제 공은 중국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차이 신임 총통의 취임사에 대한 완성된 답안이 아니다. 라며 대만측을 압박했다.
중국 정부는 5월 20일 오후 대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대만사무판공실 명의의 성명을 통해 대만 총통은 양안관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92 컨센서스를 인정한다고 언급하지 않았고 양안관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지 않았다 며 이는 완성된 답안이 아니다. 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 다른 길을 추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목적지에 도달한다며 대만 당국은 실제 행동으로 (92 컨센서스 인정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정국에 어떠한 변화가 있더라도 중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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