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경제 민주화
지난 몇 년간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유럽은 위기를 극복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이다. 위기를 단번에 해결할 묘책은 업는데 그렇다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국민 앞에 양심선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아주 두루뭉술한 수사를 해법이라고 내놓는 경우가 있다.
17년 만에 집권한 프랑스 사회당의 피에를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은 최근 잘 통제된 경제적 자유주의(Well-regulated economic liberalism)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코비치 장관 자신은 코페르니쿠스적 변혁의 시작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조금만 생각해ㅣ 보면 이 표현은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애초 통제와 자유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닐뿐더러 지동설에 비견될 만한 혁신은 지극히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프랑스 정부의 행보를 보면 헷갈린다. 얼마 전에는 200억 유로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하며 기업을 어르다가 불가피하게 프랑스에 있는 일부 공장을 폐쇄하기로 한 외국 철강 회사에 대해선 프랑스에 필요 없다는 원색적 비난과 함께 국유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밖에서 보면 한국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주장하는 경제 민주화라는 구호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큰 화두를 던진 것은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재벌 빵집 규제부터 한, 미 FTA(자유무역협정)까지 경제 민주화 이슈로 묶다 보니 그 종착역이 어디일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경제 민주화의 원조라고 하는 독일에선 이 용어가 한국과는 전현 다르게 쓰인다. 독일의 경제 민주화는 현장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뜻한다.
독일에는 산별노조와 별개로 개별 기업의 노동자 평의회를 통해 현당 노동자가 경영진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폴크스바겐, 지멘스, 다임러그룹 등 독일의 세계적 기업이 모두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경영진에 속한 노사는 정리해고, 임금 등과 관련해 대립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기업의 장기 전략을 공유하며 중요한 결정을 함께 내린다. 이런 공동 경영의 노사 문화를 독일 기업 경쟁력의 원천 중 하나로 꼽는 전문가도 많다. 특히 독일, 스웨덴 등 위기에 강한 유럽 국가는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을 바꾼 경험이 있다. 만약 이런 독일식 경제 민주화가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문서에 도장 하나 찍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용자는 노동자를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노동자는 사용자를 믿지 않는 우릴 특유의 노사 문화 때문이다. 누구이 잘 잘못을 따지기 힘들 마큼 갈등의 골이 깊다. 기왕에 경제 민주화가 화두로 던져진 만큼 이번 기회에 우리의 노사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꿀 방법도 고민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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