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라.
과거와 달리 기술의 발전과 글로벌화로 인해 산업 간 벽이 허물어지고 경쟁의 범위나 경쟁상태의 절대적 수가 급진적으로 팽창하면서 고객들은 기업에 다른 경영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혁신도 지속적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는 과거의 연속선상에서 점진적인 개선만으로는 생존하기조차 힘들어졌을 뿐 아니라 미래를 선도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혁신은 필수요건이 되었다. 하지만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한두 번의 행운에 의해 혁신으로는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코닥의 사례나 폴라로이드사의 몰락을 보면서 우리는 혁신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잇다는 것을 배웠다. 흔히들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보고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구체적으로 이렇게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을까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인의 불굴의 정신과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경제 성장이라고 말하기 십상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런 설명으로는 우리 선배들이 이룬 혁신을 설명하는데 부족함이 있다. 그렇다면 혁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란 어떤 것일까? 여기서는 공통적인 요소로 비전. 전략, 조직원, 고객, 프로세스 네 가지를 꼽았다.
혁신을 위한 4가지 공통요소
첫째, 기업의 비전과 전략이다. 이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소속된 조직의 비전을 알고 있는가?
필자가 2011년 8월까지 일했던 밥슨 대학은 경영학에서 기업가 정신이라는 분야에 매우 특화된 교육과 연구를 하는 보스턴 근교인 웨슬리 타운에 위치한 비즈니스 스쿨이다. 지난 19년 동안 기업가 정신 분야의 교육에서 비즈니스 스쿨 평가에서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학교다. 이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느 누구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그 학교의 비전이 기업가 정신을 가진 미래의 리더를 교육시킨다. 는 동일한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 대학의 총장은 물론이고 교수, 교직원, 학생 그리고 강의가 끝나면 저녁에 출근해서 교실의 청소를 도와주는 계약직 교직원들까지 자신들이 청소하는 교실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미래의 리더들이 공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비전을 우리는 공유된 비전이라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강압된 비전이 아니라 조직의 위와 아래가 함께 만들고 공유하는 비전인 것이다.
둘째, 조직원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조직원은 필수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조직원은 기업이 고객을 상대하는데 있어 접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이 고객을 대할 때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만족하지 않은 조직원은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한두 번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도로 조직원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필자가 일본의 아사히 맥주 공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함께 갔던 교수님 덕분에 아사히 맥주 사장이 직접 우리 일행을 영접하여 회사로 들어섰을 때다. 옆에 있던 비서가 하얀 장갑을 하나씩 나누어주고 우리 일행을 어디론가 안내했다. 우리가 들어선 곳은 아사히 맥주 창업 이래 아사히 맥주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들, 그리고 평생을 아사히 맥주를 위해 일한 퇴직 장기 근속자들, 그리고 아사히 맥주가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 근로자들의 역사가 있는 소위 기업의 역사관 혹은 명예의 전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선 작업 도중 사망한 근로자들에게 예를 표하고 아사히 맥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명예의 전당을 둘러보았다. 많은 회사의 역사관에 가보면 우선 창업자의 역사가 매우 상세하게 소개돼 있고 회사의 발전사 혹은 제품의 변천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회사를 위해 헌신한 종업원들의 역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필자는 이것을 존경에 의한 관리 방법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회사가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종업원들을 존경하는 문화라면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신명나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제안함 정도를 설치해서 조직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매우 체계적이고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형식적인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종업원을 존경하는 문화 정착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여 구성하는 가치 창출 연합체를 우리는 확장된 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공급사슬 혹은 공급 네트워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기업의 범위를 벗어나 있지만 동일한 확정된 기업에서 일하는 조직원들의 목소리도 매우 중요한 목소리가 된다. 아무리 컴퓨터 회사가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해도 컴퓨터 제품을 판매하는 리테일 파트너사가 고객이 제품을 선택할 때 친절하게 제품의 사양을 설명해 주지 못한다면 제품이 제대로 판매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므로 내부 조직원뿐 아니라 확장된 기업, 즉 동일한 공급사슬에서 일하는 협력사들 목소리를 듣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셋째, 고객이다.
고객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 모든 사업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객은 기업경영에 있어서 필수적인 존재다. 그러니 고객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기업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고객은 자발적으로 기업에 다가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좋으며 얼마나 만족했는지 좀처럼 얘기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고객만족도 조사 같은 방법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AT&T사는 고객만족도 사례를 보면 이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AT&T 사는 불만족스럽다, 괜찮다. 만족한다. 매우 만족한다. 등의 척도로 고객 만족도를 조사했다. 결과를 분석하는 데 만족한다와 매우 만족한다. 를 고객이 만족했다. 로 간주했다. 하지만 곧 이러한 분석ㅇ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매우 만족한다. 라고 대답한 고객은 약 87%가 재 구매 의사를 밝혔지만 그냥 만족한다. 라고 답한 고객 중에는 단지 45%만 재 구매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 조사 정도가 아니라 매우 정교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세스의 상태를 관찰해야한다.
넷째, 다음은 프로세스다. 프로세스야말로 기업이 근본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구축해 놓은 기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조직원들이 일하는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기업이 미리 정해놓은 프로세스를 반복하는 작업이다. 프로세스를 통해 제품 혹은 서비스라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 관찰하고 보다 좋은 프로세스로 향상시키는 것은 기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세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프로세스의 목소리는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프로세스가 문제를 일으켜 소리를 낼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항시 프로세스를 관찰하고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보다 좋은 프로세스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특정 요소를 파악하고 정밀하게 측정하여 개선점을 찾아내야 한다. 구체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매뉴팩쳐링 산업에서는 비교적 측정이 용의하다. 사이클 타임을 측정한다든지, 불량률을 측정한다든지, 공장 가동률을 측정하는 등 측정 대상이 명확하고 측정 후 판잔 기준이 비교적 명확히 정해져 있어 속도가 빠르다. 느리다, 불량률 혹은 가동률이 높다, 낮다 등으로 비교적 판단하기가 쉽다.
Fact간 유기적 연결이 필수
하지만 서비스 산업으로 가면 사실 무엇을 측정해야 하는지부터 판단이 어려울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을 찾는 고객의 불만족 이유를 관찰하기 위해서 은행에 들어서는 시점부터 관찰해야 하는지, 아니면 줄을 서기 시작한 시점부터, 혹은 은행의 창구직원과 대화를 시작한 시점부터 등 여러 가지 옵션이 있을 수 있다. 관찰하더라도 정확히 고객의 불만족이 은행의 온도 때문인지, 불쾌한 냄새 때문인지, 창구직원의 불친절 때문인지, 오랜 시간의 기다림 때문인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프로세스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상의 네 가지 요소를 기업 경영을 위한 주요한 Fact로 제시했다. 또한 네 가지 Fact간의 유기적인 연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의 비전과 전략은 기업 조직원과 공유되어야 비로소 기치 있는 것이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프로세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고객을 위한 프로세스로 지속적인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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