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차 산업

제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 스마트 팩토리

루지에나 2017. 10. 18. 15:46

4차 산업혁명의 출발점 스마트 팩토리

귄터 클롭십 한국 지멘스 디지털 팩토리 사업 본부 대표

 

 

인류는 지금 새로운 산업 혁명기에 진입했다. 세상을 뒤흔드는 제4차 산업 혁명이 그것이다. 기존 세 번에 걸친 산업혁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미래 경쟁력의 핵심 키워드로 스마트 팩토리가 떠오르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제조업 혁신에 힘쓰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1111일 서울시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한국 지멘스 본사에서 귄터 클롭쉬 디지털 팩토리/ 공정산업 및 드라이브 사업본부 대표를 만나 전 세계시장에서 스마트 팩토리 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 지멘스가 그리는 미래와 그 미래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나아가 우리나라가 제 4차 산업혁명의 패러다임 앞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견을 들어봤다.

 

 

4차 산업 혁명이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를 꼽아 주신다면?

글로벌 메가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디지털화입니다. 디지털화라는 단어 속에는 수많은 중요한 요소가 담겨 있어요. 특히 디지털 트윈스 실현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가상현실과 실제 생산 환경 연결 및 통합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레볼루션(Revolution: 혁명)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에볼루션(Evolution: 진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에 이루어지는 혁명이라기보다는 단계별로 이루어지는 진화의 과정이예요. 많은 한국 대기업에서는 이미 고도로 자동화된 공장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진화된 단계는 공장의 모든 요소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어 있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입니다. 단계별로 진화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로 가야 합니다.

 

한국 제조업의 디지털화는 어느 정도 진화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대기업의 경우 자동화 수준이 매우 높아서 디지털화를 추진할 준비가 잘 돼 있습니다. 많은 유수의 대기업들은 이미 공장 생산 관정에서 각종 IT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 효율성을 꽤 높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까지 제조업 혁신을 이뤄 낸 히든 챔피언 기업이 많지 않은 실정이에요, 대부분이 디지털화 초기 단계에 있으며 최고 수준으로 디지털화하기 위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앞서 가고 있는 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해 단계적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디지털화가 거스를 수 없는 메가트렌드임을 감안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혁신에 좀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어요. 특히 한국은 ICT 부문이 강점인 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결합한 제조업 혁신에 더 힘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제품들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떠한 도전 과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신제품 출시 시간은 단축하고 유연성은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하고 싶다고 해서 당장 도입할 순 없습니다. 우선 현재 자사의 상태와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한 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투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글로벌 경제가 침체되면서 한국 기업들도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이 있지만 단계별로 투자를 해 나간다면 제조업도 좀 더 나은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의 비중이 31%로 글로벌 평균인 15%에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에요. 한국이 제4차 산업 혁명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기업의 입장에서도 시장 출시 기간의 단축,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는 만큼 유연한 공장라인 운영, 품질 향상, 효율성 향상이라는 4가지 도전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 정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더스트리 4.0: 18세기 말 증기기관으로 촉발한 산업혁명과 1900년대 초 대량 생산 체제, 1970년대 공장 자동화에 이은 네 번째 산업혁명을 제조업 혁신에서 이룬다는 독일의 전략 표어. 사물인터넷(IoT)과 기업용 소프트웨어, 위치정보, 보안, 클라우드, 빅 데이터, 로봇, 증강현실까지 ICT를 제조 현장에 접목, 생산성을 높이고 제조 과정에서 나온 빅 데이터를 분석해 신제품, 신사업 기회를 만든다.)

 

독일은 2011년부터 정부, 기업, 전문기관 등이 함께 힘을 합쳐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을 발족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장벽을 허물어 업무 효율과 유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한국의 제조업 혁신 3.0 전략, 미국의 산업인터넷, 일본의 로봇 신전략, 중국의 중국 제조 2025 등 다른 주요국들도 제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해 다양한 전략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 형태를 갖고 있지만 결국 자국의 강점을 바탕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멘스는 세계적인 전기전자 리더십 및 혁신 창출에 오랜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꾸준히 변화에 대응해 왔는데, 혁신 기업으로서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지멘스는 1847년 설립 초창기부터 혁신 DNA를 가진 기업이에요. 유명한 발명가이기도 했던 창업자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는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150년 전에 이미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 주며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도 했죠. 아마 그가 살아있다면 지금의 스티브 잡스 정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지멘스는 내년에 창립 170주년을 맞이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성장해 온 가장 큰 비결은 체질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교하고 정확도 높은 고유의 미래 예측 연구기법을 확립해 사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사업의 성공 요인을 포착함과 동시에 성공 가능성 높은 신사업 기회를 쉼 없이 발굴해 왔어요. 그동안 하드웨어 전문회사로 명성을 날려 왔지만 이미 10여 년 전부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탈바꿈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전 세계에서 12번째로 큰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었습니다.

 

지멘스가 추구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멘스는 전력화, 자동화, 디지털화의 가치 시슬에 맞춰 세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 IT 시스템을 결합해 생산 시설들이 네트워크 화되고 지능형 생산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스마트 팩토리 분야를 선도하고 있어요. 특히 제품 출시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디지털화된 환경 속에서 디자인에서부터 플래닝, 엔지니어링, 서비스 등 각 단계별 PLM(Product Lifecycle Management) 전 단계에 걸친 데이터 활용이 중요한데 여기서 수평적 통합과 수직적 통합이 핵심 키워드입니다.

수평적 통합이란 제품의 첫 개발과 동시에 실제 생산품, 생산 환경과 동일한 가상 사본을 생성하고 개발 단계부터 실제 모델과 가상 모델 데이터를 함께 사용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것입니다. 한편 공장 현장에 있는 기계에서 품질, 에너지 등의 데이터들이 실시간으로 운영 시스템에 영향을 주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직적 통합인데 이 두 가지 통합이 모두 중요해요.

지멘스만큼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융합하는 포트폴리오를 거의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이른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융합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지요. 컴퓨터 내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설계 및 시뮬레이션합니다. 이를 통해 지멘스의 고객들은 더 높은 생산성과 생산 공정의 유연성, 적기 출하, 보다 더 효율적인 서비스와 유지, 보수라는 성과를 얻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스마트 팩토리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은 수직적 통합과 수평적 통합이 가장 잘 이루어진 스마트 팩토리 예요.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암베르크 공장의 생산라인 직원은 1200여 명이고 공장 면적도 동일한데 생산성은 무려 8배나 증가했어요. 1초당 1개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최근에는 품질률 99.9989%(100만 개당 불량품이 11)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암베르크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부품과 제품에는 바코드가 찍혀 있어 부품 하나까지 개별 관리 됩니다. 바코드로 모든 제품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산되는 제품 모두가 완벽한지,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또 다른 사례는 이탈리아의 고급 브랜드 자동차인 마세라티 공장이에요. 디지털화 솔루션 도입 후 마세라티는 신차 시장 진입 시간을 30개월에서 16개월로 단축하고 높은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개발 시간을 30% 단축하는 데 성공했고 27개 버전과 13가지 색상, 295개의 옵션으로 제공 가능한 유연한 차량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동일한 지원과 에너지를 활용해 3배 가량 더 많은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기존 마세라티 공장에 두 개의 신규 조립 라인까지 통합해 생산성,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어요. 이밖에도 BMW 차이나는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해 하나의 제품 생산라인에서 30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고 생산성이 두 배로 향상되었습니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들도 스마트 팩토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벤치마킹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인지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 심지어 독일보다도 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는 광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많은 한국 기업들이 저희를 찾아와서 어떻게 스마트 팩토리를 바로 도입하는 것보다는 각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우선 현재 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현재 상태와 문제는 무엇인지 등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이후에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해 드릴 수 있는 거죠.

최근 한국 정부의 데모 스마트 팩토리 설립에 지멘스도 주요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시스템이 구축된 스마트 팩토리를 세워 테스트 베드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스마트 팩토리 관련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진 지멘스의 노하우를 통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최근 한국은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낮은 수치의 제조업 가동률을 기록하고 동시에 중국 시장의 급성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한 고견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이미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그 방향성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 제조업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제조업 혁신 역시 스텝 바이 스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아서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데 경영자분들이 투자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의지가 없으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 육성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선 스마트 팩토리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가 사라지진 않을 겁니다. 다만 수작업으로 하는 단순노동의 업무들이 사라지고 대신 컨트롤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겁니다.

특히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하나의 대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통합형 인재가 필요해요. 과거에는 자신이 맡은 기계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있으면 됐지만 전체 데이터가 교환되고 통신되는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모든 공정을 두루 살필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갖는 게 중요합니다. 자신의 주변에 어떤 기계들이 있는지 보고 배우고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해요. 사일로를 깨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비단 이공계 지식뿐 아니라 철학과 심리학, 예술 등의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하교 교육이 뒷받침해 줘야 합니다.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근무한 경험이 있으신 만큼 양국의 기업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독일과 한국 기업 문화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직원들은 항상 열정적이고 스스로 동기부여가 잘되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떤 환경에도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독일 직원들은 오너십, 즉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합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는 거죠.

굳이 단점을 꼽아 보자면 한국 기업문화의 위계적인 조직구조는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면 독일은 굉장히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서 오히려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오후 4시가 되면 법정 근로시간인 8시간을 채웠으니 일이 다 끝나지 않아도 집에 가는 직원들이 있어요. 물론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강력한 규제가 오히려 동기부여에 영향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한국의 경영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상 갚은 점은 1950년 이후에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지금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가끔 한국이 스스로를 패스트 팔로워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보기에 한국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월드 클래스인 경우가 많아요. 그동안 한국에 7년 정도 살면서 다양한 경영자분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의 성공 스토리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열심히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열정을 다해왔는지 느낄 수 있어 굉장히 감명을 받곤 합니다. 지금까지 빠르게 성공가도를 달려 왔던 것처럼 그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고 과거 아버지 세대들이 용기를 가지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진취적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