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

도시바의 도전(挑戰) 아닌 도전(盜錢)

루지에나 2015. 10. 10. 16:31

실패에서 배우는 경영

도시바의 도전(挑戰) 아닌 도전(盜錢)

 

 

 

최근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 중 소니와 파나소닉보다 훨씬 오래 전에 창업한 장수 기업 도시바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그동안 경영자가 사업 부문 현장에 무리하게 이익을 올리도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부적절한 회계 조작을 해왔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경영진의 이익 부풀리기는 140년 명문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하는 원인을 제공하고 말았다.

 

도시바는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한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기술력에서도 정평이 나 있는 기업이다. 레이더, 디지털 컴퓨터, 트랜지스터 TV와 전자레인지, 컬러 비디오폰, 일본어 워드프로세서, 의료 분야의 MRI 시스템, 노트북, DVD, 서브 노트북, 고화질 DVD,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최초를 만들어 왔다.

지금도 도시바는 히타치, 파나소닉, 미쓰비시전기, 소니, 샤프, 일본전기, 후지쯔와 경쟁하는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회사 중 하나다. 그리고 반도체 제조 부문에서는 일본 최대 회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회사이자 140년의 역사를 가진 장수 기업인 도시바가 연일 언론 보도를 장식하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이유는 도시바가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부적절한 회계 조작을 해 왔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강요에 의한 도전, 이익 부풀리기로 귀결

이 부적절한 회계 조작은 역대 3명의 경영자들의 압력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 동안 경영자가 무리하게 이익을 올리도록 압력을 행사해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실적을 허위로 조작해 보고했고 그러한 과정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도시바가 이익을 조작한 금액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562억 원에 이른다. 그리고 이 금액은 도시바가 그동안 수익으로 보고한 이익인 5650억 엔 중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도시바의 회계 조작을 밝힌 제삼자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이익 부풀리기는 경영진들이 외관상의 당기이익을 과대포장하려는 목적 하에 이루어진 것이며 적자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지속적으로 실시해 왔다. 그렇다면 도시바는 왜 적자도 아닌 상태에서 이처럼 이익 부풀리기를 했을까.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 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상사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도시바의 사내 풍토를 들 수 있다.

도시바는 주력 사업 분야인 PC 사업과 TV 사업에 있어서 항상 경영진으로부터 도전이라고 하는 기업 이념의 실천을 강요받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는 도전이라는 이름하에 과도한 수익 목표 및 손익 개선의 요구가 가해졌다. 사업 현장에서는 당기이익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경영진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고, 비록 적자가 아니더라도 항상 전년도를 초과하는 이익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적절한 회계 조작이 반복되면서 이익을 부풀려서 보고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게 되었다. 결국 상사의 뜻을 거역할 수 없는 도시바 내부의 독특한 기업 풍토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첫 번째 요인이다.

둘째, 도시바 사내에서 회계감사를 받을 경우 조직적으로 감사 법인의 조사에 대비하고 은폐하기 위한 관리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었다. 즉 부적절한 회계를 감사해야 할 사내의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법령 준수)기능을 담당하는 경영감사부와 리스크 관리부서가 전혀 기능을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셋째, 도시바 경영진의 과도한 명예욕이 이러한 이익 부풀리기를 불렀다. 이 사실은 제삼자위원회가 조사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바의 경영진인 니시다 아츠토시 전 회장과 사사키 노리오 전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재계에서 본인들의 지위를 확립하는 수단으로 도시바의 실적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게이단렌 회장에 대한 과욕이 부정의 시초

그렇다면 도시바의 두 경영자는 어떤 이유로 이러한 행동을 한 것일까.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리먼 쇼크로 경기가 가라앉았던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2009년 당시 일본 경제인단체연합회(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은 부회장이었던 도시바의 니시다 회장에게 차 기 회장이 되어 줄 것인지 의사를 타진했다. 니시다 회장은 게이다렌 회장의 자리에 앉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도시바는 역대 회장들 중 두 명이 게이단렌 회장을 역임한 적이 있다. 도시바로서는 140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기업에서 다시 재계의 총리로 불리는 게이단렌 회장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기업의 위상을 다시 일본 경제계와 사회에 알리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도시바가 힘을 기울이는 첨단 산업분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손쉽게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의미에서 니시다 회장의 게이단렌 회장 취임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니시다 회장이 차기 게이단렌 회장이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에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이었던 오카무라 회장이 도시바의 고문으로 취입하고 있던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즉 경제계의 주요 요직인 상공회의소와 게이단렌 회장 자리에 한 개의 기업에서 두 곳이나 차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말들이 게이단렌 회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결국 이러한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정계와 재계 모두 판단해 니시다 회장은 손 안에 거의 들어왔던 게이단렌 회장의 자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니시다 회장은 게이단렌 회장직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바로 차기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그것은 도시바가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통해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에 밀려 수익이 줄어든 일본 제조업체들의 선봉에 서서 해외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최고의 실적을 올리는 기업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굳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니시다 회장의 이러한 야망을 충족하기에는 도시바의 내부 사정이 조금 복잡했다. 도시바는 2008년 결산에서 리먼 쇼크의 영향을 받아 반도체 사업의 부진으로 3435억 엔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니시다 회장은 사사키 사장을 발탁해 단기간에 이익을 창출하라는 중책을 맡겼다. 그러나 새로운 사장이 취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두드러진 이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니시다 회장은 사사키 사장을 질책하는 발언들을 시도 때도 없이 하고 다니면서 이익을 올리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사사키 사장의 귀에도 니시다 회장이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말이 들어갔다. 사사키 사장은 마음속으로는 니시다 회장에게 반발했지만 스스로도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것이 본인의 지위를 굳히는 데 필요했기 때문에 사업 현장에 실적을 올리도록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월 도시바의 각 사업 분야를 담당하는 사장단 회의가 진행하는 월례 보고 자리에서 PC 사업 담당 사장에게 3일 안에 120억 엔의 영업이익을 요구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도시바 사내에는 경영자들의 주도로 이익 지상주의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시다 회장과 사사키 사장은 직원들에게 도전하라며 무리한 이익 창출을 독려했다.

그러면서 니시다 회장은 수년에 걸쳐 이익 부풀리기를 같이해 온 사사키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직원들에게 이익 창출의 압박을 가하는 운명 공동체로서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사키 사장을 부회장으로 올린 것이다.

그리고 그 후임으로는 타나카 하시오 사장을 발탁했다. 그런데 이 타나카 사장 역시 임원 시절부터 니시다 회장의 눈치를 보며 이익을 부풀리는 데 동참한 인물이었다. 즉 니시다 회장, 사사키 부회장 그리고 타나카 사장까지, 모든 도시바의 경영진은 이익 부풀리기를 서로 함께해 온 운명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정회계 금액에 대한 명확한 확인 필요

그렇다면 이처럼 경영진의 주도로 발생한 이익 부풀리기로 인해 신뢰를 잃은 도시바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도시바는 이번 부적절한 회계처리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금액을 이익 부풀리기로 했는지 그 사실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바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금융권의 불신이 깊어질 것이고 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것이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도시바는 20123분기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총 500억 엔의 이익을 부풀렸다. 물론 도시바의 사업 규모에서는 500억 엔 정도의 감액으로 끝난다면 재정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부풀려진 금액이 대부분 인프라 사업에 관계되는 것이란 사실이다. 만약 다른 사업 부문에서도 이익 부풀리기가 이루어졌다면 금액의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영업이익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이익 부풀리기의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영업이익이 얼마나 부풀려졌는지 보다 더 중요한 사항이 있다. 도시바가 보유한 현금 예금 부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도시바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자산 부문에 있는 현금 및 현금 등기물이 2012억 엔으로 계상되어 있다. 여기에서 단기 안전성을 조사하기 위한 지표인 유동성 비를 계산하면 0.4개월분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리라면 1개월분 정도가 있으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도시바의 경우는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이 수준에서도 문제없이 운영되었다. 하지만 이번의 이익 부풀리기로 인해 이익의 감소폭이 확대된다면 차입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금 및 현금 등가물에 관한 정확한 금액을 파악하는 것이 도시바로서는 향후에 닥칠지 모르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중요한 과제다.

 

 

 

명문 중압감 벗고 구조조정과 컴플라이언스 정비해야

두 번째로는 이익 부풀리기 과정에서 기능하지 않았던 사내의 컴플라이언스 기능을 재정비하는 내부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영업적자가 지속되는 사업 부문을 한번에 재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할 필요가 있다.

도시바의 라이프스타일 사업 부분은 3녀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적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적자가 계속되는 이유는 사업의 핵심인 가전제품 판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창업 이후 도시바의 토대를 만든 사업의 하나가 가전 부문이지만 현재 샤프,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경쟁 기업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도시바가 가전 부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냉정히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게다가 해외에서 가전제품의 대부분을 생산하던 도시바의 경우 최근 엔화 약세로 인해 생산 바용이 증갸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진은 적자가 누진되는 가전 부분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는 않고 도전하라고만 하니 사업 부문에서는 경영진을 납득시키는 방법으로 이익 부풀리기를 단행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더 이상 수익을 낼 가능성이 적은 부문에 대해서는 도전하라고 다그칠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140년의 역사를 가진 명문 기업이라는 중압감으로부터 경영진들이 자유로워져야 한다. 장수 기업의 경영자는 도시바와 같은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각종 단체의 장을 맡으면서 지위를 누리는 것이 명문 기업의 후계자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일본어로 멘츠오타모츠 즉 면목을 유지한다는 경향이 강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니시다 회장처럼 게이단렌 회장의 지위에 앉기 위해 무리한 이익 창출을 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사원들은 부적절한 회계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명문 기업 경영자라는 중압감이 자부심이 아닌 권력욕으로 작용했을 때 도시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명문 업의 후계자는 스스로의 외부 활동과 권력욕에 대해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5년에도 도시바는 파산 직전의 위기에 몰린 적이 있다. 이 때 68세의 나리로 사장으로 취임한 도코 토시오 회장은 상사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사에 대한 도전의식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응답하는 도전과 응전을 강조해 조직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강화했다. 그 결과 아래로 부터의 경영 개혁을 이루어 생산 체제의 확립과 기술 개발 강화, 판매 체제의 정비 등의 성과를 이루어 도시바를 위기에서 건져 냈다.

도시바는 바로 지금 도코 토시오 회장이 했던 것처럼 아래로부터의 개혁, 아래로부터의 도전을 통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50년 전의 위기와 같은 상황에 놓일지 모른다. 지금은 상사의 압력으로 인한 부적절한 회계로 도전을 할 때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이루어지는 도전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