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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고비 맞은 아베노믹스

루지에나 2016. 5. 15. 15:03

중대 고비 맞은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가 출범 3년 만에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201212월 아베 2차 정권이 수립된 이후 3개의 화살(금융완화 재정 확대 구조 개혁)이라는 알기 쉽고 명확한 목표를 내세워 승승장구하던 아베 노믹스가 올 들어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에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중대고비를 맞게 된 것은 아베노믹스의 최대 후원자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일본은행은 아베 2차 정권이 수립된 후 두 차례에 걸친 양적, 질적 완화를 통해 급격한 엔저를 유도했고 현재는 연 80조 엔(800조 원)에 달하는 통화량을 시중에 풀고 있다.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덕분에 아베 정권 수립 이후 달러당 엔화 값은 50% 이상 절하됐고 닛케이지수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일본은행의 양적 완화가 이상 징후를 보인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의 경기 둔화와 원유 가격 급락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이 흔들리면서 부터다.

 

 

효력 약해진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마법

올 들어 중국의 경기 둔화와 주식 시장 붕괴, 원유 가격 급락 등이 겹치면서 일본 주식 시장과 엔화 값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 주식 시장은 연 초에 전후 가장 긴 기간 동안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내내 120엔 안팎을 오갔던 달러당 엔화 값은 115엔까지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일본은행의 역할을 기대했고, 일본은행은 129일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를 빼들었다. 일본 은행은 이미 지난해 12월 소비와 생산에 이상 조짐을 감지한 후 추가 금융완화를 대비해 국채 평균 잔존 기간을 최대 12년까지 늘리는 등보완 조치를 해 놓은 상태였다.

마이너스 금리는 시중 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대해 이자를 주지 않고 오히려 보관 수수료를 매기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은행의 돈을 중앙은행이 아닌 말 그대로 시중으로 돌려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한 이후 달러당 엔화 값은 121엔까지 하락하며 약세로 전환됐다. 그때만 해도 달러당 엔화 값이 3개월 내에 125엔까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지난 2013년과 2014년 그랬던 것처럼 일본은행은 마법처럼 시장의 분위기를 바꿔 놓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일본은행의 마법이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주말을 지내고 2월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금융 시장은 더욱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중국을 필두 한 신흥 시장의 경기 둔화와 원유 가격 급락이라는 불안 요인이 상황에서 이번에는 유럽 주식 시장에서 도이체 방크를 비롯한 금융주 주가가 추풍낙엽으로 떨어지면서 금융위기 분위기 마져 감돌았다

투자자들은 주식과 신흥 시장에서 돈을 빼 안전 자산인 일본 엔 국채로 몰렸다. 엔화 값은 바로 치솟았다. 2월 들어 불과 10일 만에 10엔 이상 치솟으며 110엔까지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당연히 주식 시장도 폭락을 거듭했다. 2월 초, 중순에 닛케이 지수 폭락은 2000년대 초반 거품 붕괴 이후 단기간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떨어졌던 국채 금리는 2월 들어 일본 역사상 처음으로 장기 금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10년물 글 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자 대신 수수료를 내더라도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1~2월에 금융 시장에서 벌어진 현상은 엔저를 기반으로 상장기업의 경쟁력과 실적을 높이고 이를 통해 투자와 임금 인상을 유도해 결국 소비 증가와 물가 상승률 상승을 통해 디플레에서 탈출하겠다는 아베노믹스의 기본 프레임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일본 은행의 금융완화 효과에 의구심이 제기 되면서 이제 아베노믹스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아베노믹스 화살 과녁 벗어나나

사실 아베노믹스에 있어 일본 은행의 제 1 화살, 금융완화는 강력한 무기이기는 하지만 일본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아베노믹스는 잘 알려져 있듯이 금융완화라는 제 1화살 외에 재정 확대라는 제 2화살, 구조개혁이라는 제 3화살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재정 확대는 엄청난 국가 부채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매년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는 있지만 규모도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실효성이 없는 지방 교뮤금 등으로 사용돼 바마라키(예산 뿌리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문제는 아베노믹스의 최종 목표이자 가장 중요한 구조 개혁(3화살)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수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베노믹스 3년 동안 아베 정권이 과거 민주당 정권 3년은 물론 자민당 정권 시절에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법인 세율을 20%대로 낮추고 도쿄, 오사카 등 대도시 권역을 전략특구로 지정해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도 원스톱으로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또 무인차, 드론, 로봇 등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와 규제완화를 선제적으로 진행 중이다. 2020년을 목표로 했던 관광객 2000만 명 달성은 지난 해 거의 목표치에 도달할 정도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연 30만 명 가까이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고령화된 나라의 체질을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어느 때보다 구조 개혁을 발 빠르고 대대적으로 추진해 왔지만 아베노믹스 3년 만에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사회 구조상 무리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구조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아베노믹스의 기초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구조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기간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버팀목이 돼 온 일본은행의 금융완화가 대외 환경 악화에 충격을 맞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아베노믹스에는 중대 고비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은행은 향후 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연 80조엔에 달하는 양적완화 규모를 최대 연 100조 엔까지 늘리거나 현재 마이너스 0.1%로 시작된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외 환경이 과연 일본은행이 감내할 수준 이내로 안정될 것인지, 신뢰를 잃어버리고 있는 일본은행의 정책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힐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일본은 올해 여름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고 내년 4월에는 소비세율 10% 인상이 예정돼 있어 강력한 구조개혁이 쉽지 않은 것도 난관이다.

 

구조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아베노믹스의 기초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구조개혁이 제대로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 기간이 더 필요한 상화에서 버팀목이 돼 온 일본 은행의 금융완화가 대외 환경 악화에 충격을 맞아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은 아베노믹스에는 중대 고비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