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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상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UMASS-로웰) MSIITE 학장

루지에나 2016. 7. 2. 13:57

윤은상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UMASS-로웰) MSIITE 학장

과학과 비즈니스가 만날 때, 혁신은 탄생한다.

 

 

원래 학문은 하나였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이란 두 관점은 그리스 시대에는 하나였지만 르네상스 이후부터 점차 분화되어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최근 통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바로 창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PSM( Professional Science Master)이 그것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세계 경제 속에서 이제 담을 넘지 않으면 새롭고 창의적인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경각심에서 시작된 PSM( Professional Science Master)은 미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며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 51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SK 게스트하우스에서 혁신경영의 세계적 석학 윤 은상 매사추세츠 주립 대(UMASS-로웰) MSIITE 학장을 만나 과학과 비즈니스가 만날 때 탄생하는 혁신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혁신경영 분야의 세계적 구루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데 최근 관심 있는 경영 키워드를 뽑아 주신다면?

 

첫 번째 키워드는 PSM이에요, PSM은 미국에서 초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그만큼 성공 사례도 많이 발굴됩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3년 정도 됐는데 창업 붐이 일면서 PSM 벤치마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또 하나는 기업가 정신인데 사실 창업은 결국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이에요. 창업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이 워낙 다양해서 벤치마킹이 쉽진 않아요. 똑같은 비즈니스모델로 어제는 성공했지만 오늘은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그래도 계획이 중요하고 실행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벤치마킹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적 벤치마킹을 위한 리서치 방법을 소개해 주신다면?

 

첫 번째는 성공과 실패 사례 연구에요. 창업에서 성공 확률은 보통 20%라고 해요, 성공 사례가 1개 있으면 실퍠 사례가 4기는 되죠. 우리가 배워야 할 소스는 성공과 실패 둘 다예요. 이 두 사례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과거 연구 자료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례들을 연구하는 겁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료와 분석법이 다양해지면서 미래 예측 사례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것도 역시 두 가지 요소를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관련 분야와 비관련 분야 사례를 연구하는 겁니다. 특히 비관련 사례 연구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벤치마킹 리서치 방법이에요. 자동차 기업이 오일 기업에 가서 배우고 전자 회사가 화장품 회사에 가서 배우기도 하죠. 서로 관련이 없는 산업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트렌드처럼 활성화되고 있어요. 물론 쉽지는 않아요. 이밖에도 국내와 해외 사례 연구, 세대 간 사례 접목 연구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과학 비즈니스 융합 전문가인 PSM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립니다.

 

PSM은 과학이 비즈니스와 만나는 지점이에요. 과학자들에게 경영을 과학적으로 가르치자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죠. 과학도들이 대학원 관정에서 자기 분야 연구는 그대로 하고 마지막에 옵션으로 비즈니스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를 통해 창업을 기반으로 한 신산업과 신 시장, 고용을 창출하며 더 나아가 국가의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합니다.

미국에서는 1997년에 시작돼 올해 20주년이 되는데 그 사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어요. 이러한 성장 뒤에는 1960년에 설립된 국립과학재단(NSF)1930년대 만들어진 슬론 파운데이션 이 두 재단의 지원이 컸습니다.

 

 

- 미국에서 PSM이 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미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고 우수한 과학자들을 미국으로 데리고 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미국으로 건너온 과학도들이 창업하기 시작했는데 자꾸 실패하는 거예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왕연구소도 결국 실패한 것처럼 입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게 됐어요.

실패 원인을 분석해 봤더니 과학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 부재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어요. 그래서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과학자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향상하는 작업을 시작했고, PSM도 그 중 하나입니다.

 

 

결국 과학과 비즈니스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과학이 그동안 혼자 하다 보니 부족한 점을 느꼈고 그래서 비즈니스를 배우자는 취지예요. 그런데 마찬가지로 비즈니스 역시 과학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어요. 과학과 비즈니스는 항상 같이 가죠. 탁월한 과학기술과 우수한 엔지니어는 비즈니스 성공의 원동력이니까요.

예를 들어 세계적인 저널인 매니지먼트 사이언스, 마케팅 사이언스, 엔진이어링 매니지먼트 등의 이름은 모두 과학과 비즈니스가 연결되어 있죠. 이미 과학과 비즈니스는 연결되어 있는데 두 분야를 융합한 PSM 과정이 개설되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급성장하고 있어요.

 

 

- PSM 성공의 핵심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결국 성공의 밑거름은 정부, 기업, 지역, 학교 간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입니다. 특히 대학에서 PSM 프로그램을 개설해 졸업생을 배출하고 얼룸나이(Alumni)를 통해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 주며 투자도 하는 선순환 구조가 잘 유지되고 있어요.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고용까지 창출하니 앞으로도 더욱 성공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사추세츠 주립 대(UMASS-로웰)에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주립 대(UMASS-로웰)은 슬론 파운데이션의 펀딩을 받아 2009PSM 프로그램이 개설됐고 매사추세츠 주에서 핵심적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양공학, 기술, 건축기술, 의과대학 학생들이 주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만 66명이 공부를 했고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모든 과목은 온라인으로 개설되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기업가 정신, 펀더멘털 등을 가르치고 있어요. UMASS-로웰뿐만아이라 일리노이대, USC, 뉴욕 주립 대(SUNY), 유타 대에서도 PSM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창업 열풍은 뜨겁지만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에 돌아와 보니 연세대, 한국과학 기술원 등 많은 학교에서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창업가들을 육성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아직도 과학과 경영이 서로 많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과학과 경영은 원래 같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PSM 프로그램처럼 과학과 경영을 같이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죠.

UMASS-로웰의 경우, 1997년부터 PSM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미국 전역에서는 2010년 기준으로 250개 과정을 진행했습니다. 2010년에 111개 대학이 PSM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올해 162개 학교가 진행하고 있어요. 포화상태에 이른 게 아니라 아직도 급증하고 있고 그 성장 속도로 굉장히 빠릅니다. 한국도 PSM 프로그램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뉴턴, 레오나르도 다빈치, 정약용처럼 시대적 현자는 모두 통섭 형 인간이었습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어떤 인재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업이나 연구소에 가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물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더군요. 회사에는 크게 경영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있고 과학을 담당하는 과학자들이 있는데 이 두 분야, 즉 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그리고 과학자들이 스스로 리더가 될 수 있고 디자인과 마케팅, R&D 등 혁신을 계속 리드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대답했어요. 보통 과학자들은 프로젝트 초기에 투입됐다가 나중에는 빠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리고 재무지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골고루 갖춘 통섭형 인재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PSM 프로그램이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도 통섭적 역량을 갖춘 졸업생들이 배출됐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최근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되찾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고견 부탁드립니다.

 

저는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은 이미 넘어섰다고 생각해요. 3~4년 전만 해도 일본 교수님들이나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정치가 문제다, 젊은 사람들이 일을 안 한다. 일본의 폐쇄적인 문화가 문제다 등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많이 바뀌었어요. 30~40대 일본인들이 자신의 세대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책임져야 한다고 너선 거죠. 그렇게 책임지려고 하는 세대가 일어났기 때문에 이제 일본은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본에서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어요. 일본 여성들이 빠르게 비즈니스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프로젝트 리더가 대부분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이런 점들을 볼 때 일본이 다시 재도약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선진국 반역에 올라가야 되는데 아직 취약한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잠재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뒷받침을 잘 해 준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어려움에는 빠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주 한인 이민사의 첫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보빙사절단을 소개하신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보빙사절단의 개척자정신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주도인 보스턴은 미국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하버드대, MIT 등 명문 대학들이 있는 세계 최고의 교육 중심지입니다. 또 지금으로부터 120여 년 전 한미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우리 정부가 민영익을 전권대사로 보빙사절단을 파견한 것이기도 해요.

보빙사절단은 188392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 시카고를 거쳐 918일 뉴욕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인 아서를 접견하고 국서를 봉정했어요. 이후 보스턴으로 가서 외국 박람회와 공업 제조기관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을 시찰하고 다시 뉴욕과 워싱턴으로 돌아가 정부 각 기관을 방문하는 등 미국 제도와 산업 시설에 관한 각종 지식을 접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당시 파견된 사절단들이 유길준을 비롯해 20대 청년들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신학문을 매워 어지러웠던 나라를 부강하게 해보겠다는 개화의 신념 하나만 가지고 새로운 곳을 탐험한 개척자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개척자 정신이야 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고귀한 정신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