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시대

전자, 조선, 히노마루 연합군이 뜬다.(일본)

루지에나 2016. 12. 17. 03:18

전자, 조선, 히노마루 연합군이 뜬다.(일본)

 

 

일본의 이른바 히노마루(일장기) 연합군이 디스플레이, TV 등 전자 분야와 인공지능(AL),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분야는 물론 장치 산업인 조선업까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일본 업종별 기업의 연합전선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이나 국내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전자업체인 파나소닉과 소니는 공영방송사인 NHK와 함께 8K TV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했다. 이들 3사는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8K TV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목표 아래 데이터 고속 처리 등의 기술 공동개발에 나선다. 이번 협력 체제에는 후지쓰와 파나소닉이 대규모 집적회로 사업을 통합해 설립한 소시오넥스트 등 주요 부품업체들도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쓰비시 중공업이 일본 최대 조선업체인 이마바리 조선은 물론 3위 업체인 오시마 조선, 4위업체인 나무라조선과 상선 관련 제퓨 협상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최근 보도 했다. 이들 4사는 공동 수주는 물론 부품 공동 조달, 첨단 선박 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일장기 아래 뭉친 민관 연합군

일본의 기업들이 하노마루 아래 뭉치는 연합군 결성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 밀린 잃어버린 20년 동안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단독으로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뭉쳐서 기술 개발에 나서는 방식으로 새롭게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그 배후에는 정부가 다양한 지원에 나서면서 사실상 민관 연합군 성격을 띠고 있다.

하루마루 연합군이 부쩍 눈에 띄고 있는 분야는 삼성과 LG에 밀려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전자 산업이다. 파나소닉, 소니, NHK가 연합군을 결성한 TV 시장은 한국과 중국의 독무대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은 8K 라는 새로운 기술에다 도쿄올림픽 이벤트를 결합해 TV 시장에서 존재감을 되찾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첨단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일본 주도의 연합군이 결성 될 조짐이다. 최근 샤프의 다이정우 신임 사장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에서 재팬 디스플레이(JDI)와 협력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샤프는 애플 아이 폰을 위탁생산하는 폭스 콘의 모회사인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에 인수됐는데 홍하이의 궈타이밍 회장은 대만과 일본이 힘을 합쳐 삼성을 타도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닐 만큼 반한 파다. 그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다우정우 사장은 한국과 경쟁할 수 있는 히노마루 연합을 맺을 것이라며 연합군의 타깃이 한국 기업들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JDI는 일본 전자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해 설립한 회사로 일본 정부 산하의 산업혁신기구가 대주주다. 구조 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으니 이제는 타사와 연합전선을 형성해 세계 시장에서 부활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이번 연합군 결성은 스마트 폰용 중소형 OLED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를 겨냥한 것이다. 샤프와 JDI는 각각 2018년에 OLED 패널을 양산하기로 하고 준비 중인데 투자 능력 등이 삼성에 뒤떨어진다고 보고 연합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일본 주도의 연합 세력이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정회계 문제로 인해 상당기간 구조조정의 늪에 빠져 있던 도시바는 얼마 전 웨스턴디지털과 3차원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밝혔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미에현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재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과거에 잃어버린 전자 시장뿐 아니라 새롭게 떠오른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토요타, NEC 등이 일본 최대 연구소인 이화학연구소 등과 힘을 모아 인공지능 공동연구에 들어가기로 했다. 정부가 100억 엔을 지원하고 기업들도 수억 엔씩 부담해 차세대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른 AL 기술을 공동으로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단독으로 투자할 경우 부담이 큰 데다 미래 산업인 만큼 방향 설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자사 특성에 맞게 응용해 AL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예를 들어 토요타 등 제조업체들은 AL가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이 발견하기 힘든 고장이나 징후를 파악하는 시스템 개발로 응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소니 등은 AL 가 제조업 현장에서 사람이 발견하기 힘든 고장이나 징후를 파악하는 시스템 개발로 응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소니 등은 AL 기초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조선업까지 확장 ... 경계 필요

히노마루 연합군은 전자에 이어 조선까지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미쓰비시 중공업과 조선사들의 협력이다. 이들 4개사의 협력은 공동 수주, 부품 공동 조달, 첨단선박 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수주, 설계한 선박을 건조 기술력이 뛰어난 나머지 3사에 위탁 건조하는 방식도 검토되고 있다.

이번 제휴는 글로벌 무역량 감소로 상선 발주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자국 기업들 간에 저가 수주 경쟁을 피하고 분업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일본 국토 교통성에 따르면 이들 4사의 지난해 선박 건조 량을 합치면 511만 톤으로 세계 1위인 현대 중공업(626만 톤)에 이어 두 번째다. 한국과 중국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버린 조선업체들이 전자 산업과 마찬가지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한 후 연합군으로 대항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실제로 조선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을 키웠다.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2013년에 JFE 홀딩스와 IHI는 산하 조선 사업을 통합해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를 출범시켰다. JMU는 한국의 조선 3사에 이어 세계 4위의 건조량을 보유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미쓰비시 중공업과 이마바리 조선은 대형 액화 천연가스 운반선 시장 공략을 위해 합작회사인 MILING를 설립하기도 했다.

 

전자, 조선의 구조조정과 연합군 결성은 아베 정권의 든든한 지원 아래 이뤄지고 있다. 아베 정권은 2차 정권이 수립된 이후 산업 경쟁력 강화법을 제정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들에게 세제 혜택 등 힘을 실어 줬다.

전자 부문에 있어서는 정부 산하의 산업혁신기구 주도로 구조조정을 마친 후 연합군에 참여하는 등 정부가 강력하게 주도하고 있는 분위기다. 아베 정부는 AL, 드론 등 새로운 성장 동력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해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과거 일본의 반도체 사업이 통합해 출범한 엘피다 파산 사례 등을 감안할 때 히노마루 연합군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대담한 금융완화를 통한 엔저 정책과 규제 완화 등 강력한 정부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와는 주변 환경이 상당히 다른 만큼 경계가 필요하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