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와 경제

더 강해지는 독일 제조업

루지에나 2017. 5. 8. 01:09

더 강해지는 독일 제조업

 

 

괴테의 철학, 바흐와 베토벤의 음악, 아인슈타인의 과학이 살아 숨 쉬는 나라가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 마이스터의 나라, 제조업 강국으로 더 잘 알려진 독일, 최근 세계 경기 침체기에도 유럽에서 홀로 빛나는 경제성과를 보이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BMW, 비스프, 아디다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대기업은 물론, 숨어 있는 강자를 뜻하는 히든 챔피언 전 세계 2734개 가운데 무려 1307개가 독일에 위치하고 있다.

정부와 민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국가, 니치 상품 시장에서도 과감한 기술 투자를 통해 1위를 놓치지 않는 국가, 독일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독일은 세계 제조업 경쟁이 심화되자 제조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인더스트리 4.0을 시행하고 있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들의 성공 비결과 미래 청사진에 대해 살펴보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통일 국가를 다시이룬 지 25주년, 기나긴 통일 후유증의 터널과 세계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은 올해, 주요 경제연구소들은 경제 전망 연합 보고서를 통해 독일이 1.9%의 실질 GDP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것은 지난해 0.4%의 성장률에 비해 무려 1.5% 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기관들은 그 원인을 선진국의 완만한 제조업 경기 상승과 유럽이 위기 상황을 점차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독일이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안정적인 노동 구조와 기술력, 튼튼한 제조업 기반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블레어 전 총리가 한번은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당신들은 어떻게 이런 경기 침체기에도 그렇게 좋은 경제 서와를 얻을 수가 있었습니까? 메르켈 총리가 답했다.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만들잖아요. 독일에서 자국의 제조업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일화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국내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이 10%를 살짝 넘는 반면, 독일은 아직까지도 20%를 상회하고 있다.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 경제성장을 유지하면서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는데 결국 그 원인은 수출에 기반한 제조업 경쟁력에 있다.

중국에 비록 1위 자리는 내주었지만 독일은 연간 15000억 달러의 수출액을 자랑하는 수출 강국이다. 이러한 강한 경쟁력 뒤에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폭스바겐 지멘스 등 대기업과 더불어 니치 시장 분야의 강자 미텔슈탄트는 주로 500인 이하의 고용 규모, 5000만 유로 이하의 매출액 규모를 지닌 중소기업을 의미하는데 독일의 360만 개 기업 가운데 99%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미텔슈탄트는 자국 경제 부가가치의 52%, 전체 기업 매출의 37%를 차지하고 있어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 경영에 의한 일관되고 장기적인 기업 정책, 기술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숙련된 노동자를 지니고 있는 것이 미텔슈탄트의 주요한 특징인데 이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혁신적 일등 상품을 다수 배출하고 있다.

특히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분야의 니치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아 이들을 특히 히든 챔피언이라 지칭한다.

명품 세탁기로 잘 알려진 밀레, 484년간 최고의 단추만 만들어온 프륌, 레이저 공작기계 분야 일인자 트룸프 등 일등 상품을 보유한 독일의 숨은 강자는 수없이 많다.

히든 챔피언의 저자 헤르만 지몬에 따르면 일반적 기업이 전체 매출 대비 3% 가량을 기술개발에 투자한다면 글로벌 톱 100기업은 약 3.6%, 히든 챔피언은 6%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기업은 20년에서 30년 이상의 장기 숙련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어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된다.

또한 수출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대부분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세계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이러한 동기 부여가 빠른 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기기 전문 기업인 카쳐의 경우 1980년대만 해도 불과 일부 국가에 10개 지점만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기술 경쟁력과 동시에 글로벌화를 역점적으로 추진한 결과 현재는 100여 개국에 100개가 넘는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대표 주가지수인 DAX를 구성하는 30개 기업을 살펴보면 독일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인다.

명품 자동차 기업인 BMW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폭스바겐 등 자동차 회사, 글로벌 초우량 화학 기업인 바스프나 머크, 생산 기술 및 유틸리티 분야 선두 기업인 지멘스나 에오엔, RWE 등 분야 별 독일의 대기업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금융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우수한 실적을 이어 가며 이후 독일 주식 시장의 고공행진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의 역사는 대부분 1,2차 세계대전 시절까지 민영화 과정을 거쳐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 이제는 독일 기업이라기보다 다국적 기업에 가까울 만큼 글로벌화를 이루었다.

매출의 구성도 이미 74%가 독일 이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이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인 55% 가량은 유럽 이외 지역, 특히 신흥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뿌리를 내리는 등 뛰어난 글로벌 진출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진출의 배경에도 미텔슈탄트와의 끈끈한 협력이 바탕이 되어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수투트가르트, 뮌헨, 최근에는 구 동독지역의 드레스덴까지 수만 가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부품 클러스터와 대기업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고 대학과 연구단지 등도 밀집해 있어 기술혁신을 주도한다.

하지만 독일도 신흥국의 빠른 추격, 미국, 일본, 한국 등 기술 강국과의 경쟁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독일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제조업 부가가치 비중의 하락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제조업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19958.9%에서 20116.5%로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불과 4.4%에 달하던 비중이 21%까지 상승했다. 수출 시장점유율 또한 2000년대 중반 9.5%를 유지하던 것에서 20118.7%까지 하락했다.

중국의 빠른 성장에 기인한 면도 없지만 고령화 인구 구조, 이에 따른 노동 비용 상승 등 향후 지속적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는 사회구조적 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독일은 제조업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다.

 

통일 후 달라진 독일

통일을 꿈꾸는 우리나라로서는 독일에 대한 시각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1989119일 권터 사보스키 동독 공산당 대변인의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조치 발표를 계기로 동독의 인파가 동독 자동차의 상징 트라비를 몰고 브란덴부르크문 옆을 경적을 울리며 통과한 지 25년이 흘렀다. 한때 유럽의 병자로까지 취급을 받던 통일 독일은 유럽의 심장으로 별칭이 바뀔 만큼 눈부신 성장을 이루고 있다.

통일 당시 동독의 경제력을 터무니없이 과대평가해 당시 경제 규모로는 서독의 12% 노동 생산성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동독의 화폐를 서독의 마르크와 11 환율을 적용했다. 이는 결국 동독 지역의 임금 상승과 상품 가격 인상, 제품 경쟁력 상실을 초래했고 화폐 가치가 높아진 동독 지역의 임금 상승과 상품 가격 인상, 제품 경쟁력 상실을 초래했고 화폐 가치가 높아진 동독 지역의 임금상승과 상품 가격 인상, 제품 경쟁력 상실을 초래했고 화폐 가치가 높아진 동독 지역 주민들이 품질 좋은 서독 지역 제품을 소비하게 됨으로써 동독 경제가 더욱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어지는 동독 지역의 기업 사유화와 졸속 매각, 청산 위주의 기업 민영화는 동, 서독 간 경제 격차에 더욱 깊은 골을 초래했다. 일자리를 찾아 서독 지역으로 물밀 듯이 밀려간 인구만 통일 당해에 383200명에 이르렀다. 25년이 흐른 지금 서독 지역의 80%까지 따라잡았다. 노동생산성은 통일 당시 서독의 30%에 불과하던 수준에서 현재 80%까지 향상되었다.

하지만 동독 출신의 철의 여인 메르켈을 배출했음에도 아직까지도 동독 지역은 2등 국민이라는 잠재적인 의식과 사회 갈등이 남아 있을 정도로 완전한 통일은 현재 진행 중이다. 40여 년의 분단에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25년 이상이 걸리고 있는데 분단 69년을 넘기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욱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의미에서 독일의 통일 과정에 대한 면밀한 관찰은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국가별 히든 챔피언 수

독일

1307

프랑스

75

미국

366

중국

68

일본

220

영국

67

오스트리아

116

스웨덴

49

스위스

110

네덜란드

29

이탈리아

76

폴란드

27

한국 :23 13

 

독일

제조업의 근간, 과학, 교육, 물류, 금융, 노동

 

 

과학/

국가 전체가 거대한 R&D센터

 

천연자원을 보유한 정도에 따라 국가의 부가 정해지던 중세에만 해도 자원 빈국에 속하던 독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특유의 근면성과 철저함, 손재간을 밑천으로 실용성 있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것뿐이었다.

실험실과 같은 공작소 안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던 이러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산업화 과정 이후 독일의 전통이 되어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1941년 이미 미국의 하버드- 마크 1보다 3년 앞서 인류 최초의 컴퓨터 Z3를 개발한 콘라트 추제, 지구상 모든 엔진의 기원이 된 오토, 반켈, 디젤 엔진을 개발한 니콜라스 아우그스투스 오토 그리고 발전기, 전차, 엘리베이터를 발명한 베르너 지멘스, 이 외에도 인류 최초의 로켓, TV 브라운 관, 전자 현미경 등 독일인들의 기술 개발이 인류에 기여한 제품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만큼 독일은 과학기술에 대해 자부를 하고 있고 본인들의 미래 먹거리도 이로부터 시작된다는 믿음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독일 정부도 2006년부터는 국가의 미래 산업기술 육성책을 하이테크 전략 2020에 담아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의학과 식품, 모빌리티, 보안, 커뮤니케이션 등 5대 분야에 이산화탄소 저감, 신재생에너지, 의약 기술, 지속가능한 이동수단, 인더스트리 4.0 10개 액션플랜을 수립해 미래 변화에 누구보다 앞서 먼저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2012년부터 내년까지 84억 유로 규모의 예산을 책정해 기술 개발을 위한 다양한 산, , 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국내 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가 4.36%에 달했다. 이는 이스라엘(4.38%) 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자 독일의 2.88%에 배해서도 1.5%포인트에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기술 무역 최하위 적자 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상품 무역과 기술 무역에서 둘 다 흑자를 기록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그만큼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가 사회화로 이어져 투자의 효율이 높다는 의미이다.

대학과 연구소는 국가 경쟁력을 구성하는 기본 바탕이다. 독일은 막스플랑크, 라이프니츠, 헬름홀츠 등 기초과학 연구소와 프라운호퍼 같은 응용연구소, 아헨공대, 하이델베르크대와 같은 대학 연구소가 전국에 퍼져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움직이며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R&D 센터를 이루고 있다.

 

 

교육/

실용 학문 교육으로 인재양성

 

독일의 4대 연구 재단 중 하나인 헬름홀츠는 주로 비용이 많이 드는 생명공학, 우주, 항공, 에너지 등 거대 기초 연구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국 18개소에 총 36000명이 소속돼 있고 이들 가운데 과학자와 공학 엔지니어는 9700명에 이른다.

또 산업전선 가까이에 위치해 기업의 실질적 응용 연구를 돕는 프라운호퍼의 경우에는 독일 전역에 무려 66개의 연구소, 22000명에 이르는 연구원이 속해 있다. BMW나 지멘스, 트룸프, 티센크루프 등과 수십 년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질적 제품개발에 필요한 응용 연구를 수행하고 하나의 연구소에서만 연간 200~300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로 바쁘게 움직인다.

프라운호퍼의 연구소장들은 지역 대학 교수를 겸임하는 구조이며, 기업 연구 과제 발굴을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이어서 실용 학문을 몸소 실천하는 만능인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아헨공대로 더욱 유명한 RWTH대의 경우에도 총 38000명의 종합대학 학생 가운데 공대생만 3만여 명에 이르며 기계공학 전공 졸업생만 연간 1200~1500명을 배출해 낸다. 학부생 시절부터 연구실 생활을 시작해 현실 적용 가능한 응용 기술 연구에 매진하도록 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연구소 내 기술 중개 기업 운영을 통해 기업과의 직접적인 기술 거래나 협력 연구 등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기술 발굴로부터 개발,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결국 기술의 성공 확률을 높이고 투자에 대한 경제적 효과로 돌아오게 만드는 핵심적 요소가 된다.

 

 

물류/

탄탄한 물류 인프라 구축

 

독일의 발명품 중 우리가 익히 아는 한 가지는 바로 아우토반이다. 인류 최초의 고속도로인 아우토반은 1907년 독일에서 열린 빌헬름 황태자배 국제 자동차 대회를 계기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비록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1921년에 이르러서야 베를린에서 포츠담을 잇는 10Km의 자동차 교통 연습도로가 완공되었지만 이후 독일의 아우토반 건설 계획은 나치 정권을 거치면서 본격화되어 현재는 총 연장 13000Km에 이른다.

이러한 세계적 명성을 지닌 아우토반과 라인강, 마인강, 도나우강을 잇고 북해와 흑해까지도 연결되는 1000Km가 넘는 RMD운하, 고속철도 ICE와 세계적 철도물류 기업 도이체반으로 대표되는 철도망이 독일의 물류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성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유럽의 물류 중심 도시에 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워프)가 각광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그 중심이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독일이 유럽의 심장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경제, 지정학적으로 통합 EU의 중심지이자 세계 2위의 수출 국가인 독일이 그 명성을 이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리테일러 아마존은 독일 남부 지역에 11m2 규모의 신규 물류 시설을 구축하고 있고 UPS, 이케아 등 물류 중심의 기업들이 독일을 유럽의 헤드쿼터로 지정해 물류 허브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독일 우정국을 근간으로 1990년 민영화된 도이체 포스트는 택배 및 소포 사업을 본격 추진하면서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수백억 달러의 투자로 세계 제일의 특송 업체인 DHL, 포워더 업체인 단자스, 미국의 AEI항공, 특송 업체 에어 본을 인수하며 무섭게 성장했다. 초기 적자 경영을 벗어나 현재는 독일을 대표하는 DAX30 지수에 당당히 자리하며 세계적 물류 기업으로서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국적 항공기인 루프트한자를 운항하는 루프트한자그룹은 화물 운송량에서 세계 1, 2위를 수년째 기록하고 있다. 특히 무게 기준으로는 전체 국제 교역량의 0.5%에 불과하지만 그 가치로는 전체 교역양의 35%를 담당하고 있어 항공사들 사이에서 고부가 물류의 모범 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반영하듯 최근 발표된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물류성과지수는 4.12로 세계 1위이다. 한국은 3.6721위를 차지해 그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 최근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친환경 물류 부문에서 DB는 회원제를 통해 친환경에너지를 이용한 기차 편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고 루프트한자는 4l 비행을 표방하며 승객 1명이 100Km를 날아가는데 키로진 4l 이하로 이용하는 목표를 세워 그린 수송 분야에서도 한 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금융/

리스크 분담하는 안정적 자금조달

 

한국의 중소기업은 늘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기업 대출이 쉽지 않고 혁신적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하더라도 그 규모나 명성이 미미하면 은행을 설득하기가 그 만큼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반면 독일은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 지원 제도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은행 시스템 자체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 있고 지역을 기반으로 인접한 기업과의 관계에 의한 거래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등 글로벌 규모의 금융사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실제 독일 금융 시장 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출액 기준 30%에 불과하다. 423개의 저축은행이 41%, 1091개 지역 신용협동조합이 16%를 담당한다. 대형은행이 대형 고객과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면 저축은행과 신협은 지역 경제를 담당하는 3-필러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저축은행과 신협은 장기간 지역의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온 탓에 사업의 내용이나 그들의 신용도에 대해 별도의 증빙자료 없이도 평가가 가능한 수준이다. 공적 성격 또한 강해 중소 기업인이 방문해 사업 내용만 설명하면 일정액까지 신용대출이 가능하다.

8100만 명의 독일 인구 가운데 신협고객은 2600만 명 조합원은 1700만 명이라고 하니 인구의 절반이 지역 신협과 관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서민금융을 담당하는 신협과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저축은행과의 거래를 통해 중소기업인 미텔수탄트와 히든 챔피언이 자금 걱정 없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이다.

다양한 금융사의 존재로 인해 독일은 중소기업에 유리한 금융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사업이 다른 은행에 가서는 다른 금융 모델로 대출이 가능해 문턱이 낮아지는 구조이다. 결국 지역 내 금융사와 중소기업의 장기적인 관계를 통해 상호 리스크를 분담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인데 이는 자본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이 리스크를 지는 형태의 미국식과는 차별화되는 요소이다.

다만 그 운용이 매우 보수적이고 안정적 사업만을 추구하는 탓에 신생 기업에게는 불리한 요소가 많고 다수의 은행이 난립해 효율이 저하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비해 독일은 온 렌딩(On Lending)을 통해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지역은행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의 수를 대폭적으로 줄이고 있다.

 

 

노동/

내적 유연성으로 고용 안정화

 

최근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와 관련된 정부 정책에 관심이 많다. 아이를 키우는 주부, 반나절만 일하고 반나절은 대학 교육을 이수하고픈 학생들에게는 매력적인 일자리로 보인다. 다만 초과 근무 등이 많은 한국의 현실에서 한 사람의 일자리를 여럿이 나누어서 한다는 개념은 아직 생소해 기업 현장에서 적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오전 근무만 하고 오후에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루의 절반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든지,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밤에는 활동적인 예술 활동을 병행하는 이중의 삶을 추구하는 인구도 늘어 절반의 급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급료는 반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200410%를 상회하던 독일의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사상 최저인 5.2%까지 내려갔다. 다양한 시간제 일자리의 도입으로 일자리를 나눈 탓에 유럽 17개국의 평균 실업률인 12.1%와도 사뭇 대조적인 수치를 보였다.

특히 월 450유로 이하의 봉급을 받는 대신 소득세와 사회보장 부단 금을 대부분 면제 받는 저임금 단시간 근로를 의미하는 미니 잡 근로자는 2012740만 명으로 전체 고용의 20%를 차지하며 고용 율 상승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위기 시에도 독일의 제조 경쟁력이 유지되었던 비결 중 하나는 임금의 안정화에 있었다. 구조조정을 통해 사람 수를 조정하는 외적 유연성 대신 노사의 적극적 협의를 통해 근로 시간을 단축해 인건비를 줄이는 내적 유연성을 추구한 것이 고용도 줄이지 않고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미니 잡에 대한 소요가 많은 것을 악용해 고용주가 임금 자체를 낮게 책정한다든지 남편은 고임금의 풀차임 직장을 통해 가족 전체가 사회보장을 받고 부인은 미니 잡을 통해 사회보장에 대한 세금을 면제 받아 실질적 사회, 경제적 효과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를 낳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아 지속적 개선 과정에 있다.

 

 

 

 

 

독일 제조업의 역사를 잇는 마이스터

 

기술 장인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과 대접

각종 기술연구소에서 개발된 첨단기술을 생산 현장에서 제품의 완벽한 품질로 완성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독일을 대표하는 기술 장인 마이스터이다. 독일의 학생들은 이미 우리나라의 초등학교 5학년 나이가 되면 인생의 첫 중요한 진로 결정을 하게 된다.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 김나지움을 갈지,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레일슈레를 갈지 선택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어떤 학교를 나오든 생활수준이나 사회 명성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달리 기술 장인에 대한 자부심과 대접 또한 남다르기 때문에 마이스터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이스터 칭호를 얻게 되면 월 평균 1000유로 정도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으며 후학 양성 정비 사업을 할 수 있는 인증서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사회생활에서도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직장 생활과 직업 교육 병행하는 이중 교육 시스템

비중으로 보면 김나지움 진학률이 37% 전일제 실업학교 12% 직장 생활과 직업 교육을 병행하는 이중 교육 시스템인 듀얼 VET(Dual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시스템이 51%에 해당한다. 듀얼 VET 시스템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기업들로부터도 특히 호응이 좋은데 높은 임금 수준에도 롤스로이스와 같은 기업들의 제조 현장이 독일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주일에 1~2일은 학교에서 3~4일은 기업 현당에서 교육을 받는 이 교육 제도는 별도의 훈련 과정 없이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배치될 수 있어 대학 졸업 이후에도 현장 교육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체계와는 대조적이다. 독일 미텔슈탄트의 공장에서 흔히 10대 후반의 젊은 청년들을 목격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에게는 철저한 현장 중심의 교육과 도제식 학습의 과정을 거쳐 마이스터에 이르기까지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최근에는 전기 차 마이스터 교육도 시작되어 기업에서 요구하는 첨단기술 트렌드에 맞추어 교육 과정도 발전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메이드인 Germany에 대한 무한 신뢰가 형성되고 생산국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데에는 이러한 체계적 교육 체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제조업 강화 위한 4차 산업 혁명, 인더스트리 4.0

인더스트리 4.0은 독일이 추구하고 있는 제조업의 차세대 패러다임이다. 4차 산업 혁명이라고 까지 일컬으며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차원에서 세일즈하고 있는 이유는 미래 제조업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기기에 컴퓨터를 심어 지능화하는 임베디드 시스템과 가공 기술, 자동화 분야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은 장기적 미래 관점의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국가 차원의 마스터 플랜을 수립했다. 신흥 시장의 원가 경쟁력과 미국, 중국, 한국, 일본 등 기술 강국의 빠른 추격이 위기의식을 심어 주었고 이들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 간의 경쟁이 아닌 생태계 조성을 통한 경쟁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ICT와 제조업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사람의 힘에 의존하던 생산 방식에서 18세기 증기기관의 탄생으로 자동화 생산의 기초를 다지게 된 1차 산업혁명을 지나 19세기 컨베이어벨트의 등장과 전기 도력의 도입으로 분업과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인류는 2차 산업 혁명기를 마주하게 된다. IT 기술과 로봇, 컴퓨터의 도입으로 공장 자동화가 진화되고 있는 현재는 3차 산업혁명기에 해당한다.

그 다음 제조업 패러다임을 의미하는 인더스트리 4.0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에 기반한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란 사람과 기기 등이 속한 현실 세계와 온라인 쇼핑 시스템, ERP(전사자원관리) 시스템, 날씨, 정보 시스템 등 인터넷 서비스가 존재하는 가상 세계를 이어 주는 매개체를 지칭한다. 구글의 무인 자율 주행 자동차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 의사결정하고 엔진과 조항 장치를 조직해 주행한다.

이와 유사한 개념을 생산 현장에 적용하면 과거 중앙 집중 제어식의 경작된 일관 공정을 벗어나 모듈 단위의 분산 제어 체계로 유연한 생산 공정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개별 단위의 소재나 부품, 생산 기기가 스마트 메모리, 컴퓨터의 부착으로 지능화되고 모듈단위의 공정 설계로 레고 블록처럼 쉽게 조립과 분해가 가능한 공장의 실현을 추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기 간 통신과 제어 설계 구조 등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독일 인공지능연구소(DFKI)는 기업체, 대학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카이저스라우턴 지역에 스마트 팩토리 시범 공장을 설립해 지능형 공장 표준 모델을 제안하고 통신, 소켓, 제어 아키텍처 등의 표준화를 위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멘스, 보쉬 등 혁신하는 기업들

인더스트리 4.0은 사이버 물리 시스템이나 사물 인터넷과 같은 특정 기술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제조업의 시대적 전환에 대한 포괄적 개념 정의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3D 프린팅과 빅데이터 기술, 가상, 증강현실 기술, 친환경 에너지 기술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인 지멘스는 이미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공정 설계, 가상현실 상의 시물레이션을 통한 검증과 공장 운영이 가능하도록 개발을 완료했다. 인더스트리 4.0에서는 IT와 제조업의 융합이 특히 중요한데 이를 반증하듯 지멘스는 연구개발 인력 3만여 명 가운데 절반인 15000여 명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해 혁신 융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보쉬, 비텐슈타인 등 자동차 부품 및 자동화 생산 기기 기업에서도 RFID를 이용해 수만 가지 제품 조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고객에게 생산 현황 정보를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제조업의 구체적 미래상 가진 독일

미국 중국, 일본도 나름의 제조업 혁신 전략을 구상하고 있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다. 하지만 이미 많은 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구체적인 미래상을 독일만큼 그려 놓은 국가는 없다.

기업 간에 협업을 통해 표준을 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효율적인 생산 체계를 구현, 고품질, 고부가의 제품을 생산해 제조업 경재력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잡겠다는 독일의 야심찬 계획이 현실화되면 한국도 미래 제조업의 청사진을 그려 차근차근 한걸음씩 밟아나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