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와 경제

일본 장주기업의 경영 비밀

루지에나 2017. 4. 20. 22:41

일본 장수기업의 경영 비밀

 

장수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라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국민들의 평균 수명도 길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수가 25000개가 넘고 수명이 200년 이상인 기업이 3937, 300년 이상인 기업은 1938, 500년 이상의 기업은 147개가 있다. 그리고 무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초 장수기업도 21개나 있으며 이들은 모두 현재에도 건재하다. 장수기업이 많다고 알려진 독일의 200년 이상 된 기업의 수가 1850개인 데 비하더라도 일본의 장수기업 숫자는 가히 압도적이다. 이 정도 되면 일본의 기업이 이처럼 장수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 1000년 이상 이어지는 일본 장수기업의 비결을 하나 파헤쳐 보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일본의 장수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일본 기업의 장수요인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경제가 1980년대의 엔고와 1990년대의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소재와 부품 분야에서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장수기업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경제의 오래된 불황을 극복하는 데 공헌하는 장수기업의 존재는 현재 불확실성 속에 놓인 전 세계 기업들의 관심 대상이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 가운데 설립한지 100년이 넘은 기업은 두산, 동화약품, 몽고식품, 광장, 신한은행(조흥은행), 우리은행(상업은행) 6곳이며 이 중 최장수 기업은 117년의 역사를 가진 두산이다.

 

세계 최다 장수기업 보유국, 일본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을 통틀어서 볼 때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이 일본처럼 많은 나라는 드물다. 그리고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일본의 근대화와 고도 경제성장을 이끌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긴 불황을 극복하는 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오늘날 기업에게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가운데 장수기업은 일본의 정체성을 살린 경영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글로벌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장수기업의 역할에 주목하면 주목할수록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술노하우를 축적해 나가고 그 노하우를 후매에게 계승하는 교육 체계가 필요하며 그 기술이 활용 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함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그들만의 기술을 오랜 세월 동안 잘 이어 왔고 그러한 기술을 더욱 개발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덕분에 현재에도 그 기술들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점점 더 일본 장수기업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일본의 장수기업은 단순히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일본이 제조업을 활성화하는 산업 구조를 갖추는 데도 기여했으며 기술 분야에서 일류 국가의 지위를 점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일본의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이루어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장수기업에게는 그들만의 독특한 기술력 그 자체뿐 아니라 그들만의 기술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고 시대의 변화 관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해 낸 집념이라는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 집념이라는 것은 스포츠에서나 인내심과 끈기를 평하는 데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서는 부정적인 고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집념이 너무 강한 경영자라면 변화의 시기에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없고 오히려 오만하고 현장 직원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문제점도 나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장수기업의 경우는 경제 성장의 과정에서 직면한 변화의 필요와 천재지변과 전쟁 같은 정치적 사회환경적 위기를 잘 극복하는 요소로서 집념이라는 정신적 요소를 활용해 왔다. 즉 일본의 장수기업의 특징은 세대를 이어 온 기술 개발과 집념이 라는 두 가지 측면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장수기업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그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는 전근대적인 기업 모델이라는 것이다.

비판의 배경에는 기업이란 본래 소유자와 경영자가 바뀌면서 존속하는 것이 선진적인 모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주식 성장이 기업 평가의 지표로 여겨지면서 기업은 경영자의 소유물이기보다는 주주의 것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그러다 보니 소유자와 경영자가 일치하는 장수기업과 같은 형태는 전근대적인 혹은 보수적인 기업 모델로 취급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수기업은 비록 낡고 오래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반대로 비즈니스에 일관된 가치관을 가지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 가면서 공유해 온 흐트러지지 않는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단순히 보수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독자적인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오랜 세월 동안 유지해 온 많은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메이지유신과 제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경제대국으로 재생하는 과정,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의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일본 경제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신뢰와 믿음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보면 장수기업은 보편적인 기업의 평가 기준이 아닌 장수기업 나름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장수기업은 다른 나라 기업들과 다르게 독창적인 부분이 많다. 과연 어떤 부분이 특별하게 평가받는 것일까. 먼저 일본의 장수기업이 얼마나 많은지 일본과 외국의 장수기업 수를 비교하면서 일본에서 장수기업의 의미가 왜 중요한지를 확인해 보자.

2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을 가진 58개국을 비교해 보면 일본이 3937개로 전체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1850개로 21.6%를 차지하한 독일로 일본과 독일이 전체의 3분의 2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영국이 467개 프랑스가 376개이다.

이같은 수치를 보면 일본을 제외하고는 산업 혁명 이후에 근대화를 주도한 서구 국가에서 장수기업들이 다수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일본의 경우 아시아에 있으면서도 훨씬 오래 전부터 장수기업을 형성해 왔다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장수기업 수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사회주의 경제 체제 하에 있는 중국조차 200년 이상 된 기업이 75개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동아시아 국가로서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깊은 연관을 가진 한국에서는 왜 장수기업이 많이 성장하지 못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식민지 지배를 받고 한국 전쟁을 겪은 사회,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면 한국에서 해방 후에 장수기업이 커 나가기에는 어려웠던 것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점에서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장수기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한번쯤 고민해 보아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중국과 한국의 경영자들이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기업을 경영해 장수기업으로 키워나가고자 한다면 말이다.

 

 

위기 후에도 장수 대열 합류 기업 증가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는 지금, 그리고 여러 차례의 금융위기를 겪은 지금에도 일본에는 새로이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기업의 대열에 합류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차 세계 대전 패전, 지진 등의 자연재해, 금융위기와 시장 변화 등을 겪으면서도 어떻게 해서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을까.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수기업의 실태 조사 결과에 근거해서 장수기업의 특성을 살펴보자.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일본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기업은 26144개이다. 그 중 지난해 새로이 1410개가 장수기업의 대열에 합류했는데 주요 기업으로는 스미토모화학, 이와나미서점 등이 있다.

새로 가입한 장수기업들을 포함해서 어떤 업종의 회사들이 장수기업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장수기업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는 일본 고유의 술인 청주를 제조하는 주류회사로 707곳이었다. 장수기업 증에 청주를 제조하는 회사가 가장 많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생활에 친근하고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안정된 산업으로서 자리 잡고 있었으며 다른 기업들의 진입 장벽이 컸기 때문이다.

또 하나 특징적인 업종은 주유소 경영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초창기에는 식용유 같은 다른 종류의 기름을 취급하는 소매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업종을 바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외에도 포목이나 아동복, 여성복 소매업 등 생활필수품과 소비재 관련 소매업이 두드러지는데 이것은 지역 경제에 뿌리 내린 기업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지역의 소비자로부터 지지를 얻어 장수기업으로 성장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장수기업을 업종별로 분류해보면 지역의 소비자와 밀착되어 있고 특정 기술이 있어 다른 기업들이 쉽게 진입하기 힘들며 시장 환경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일본 장수기업들의 기업 규모를 살펴보면 대부분 중견, 중소기업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업원 수 10명 미만의 기업이 16287개로 전체의 62.3%, 10명 이상 50명 미만이 6480개로 24.7%를 차지한다.

한편 장수기업은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도 있을 정도로 오래되다 보니 410년의 역사를 가진 수도 도쿄에 편중되어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오사카 상인과 코노에 상인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예전부터 상업에 강한 지역성을 가지고 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일본 장수기업의 지역별 구성을 파악하기 위해 장수기업의 배출 비율을 보면 교토부가 3.96%(1139)로 가장 높았다. 그 이유는 제 2차 세계대전의 피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서 경미했고 절 등이 많아 불교계로부터 많은 지원을 얻을 수 있었으며 문화적 풍토와 전통공예를 지키고 기르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 장수기업을 육성하기에 적합했다.

다음으로 장수기업 배출 비율이 높았던 야마가타 현, 시마네 현과 니이가타 현의 경우에는 옛날부터 교역의 중심지로 상업과 지역 산업이 번성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반면 오키나와 현의 장수기업 배출 비율이 가장 낮은 것은 제 2차 세계대전 중 격전지로서 많은 피해를 입어 기업을 육성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었다는 점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한편 대표적인 장수기업의 이름을 떠 올릴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기업들 중에서 578년에 설립된 콘고구미는 오사카부에서 587년에 시작한 이케노보카도카는 교토부에서 배출되었다. 이를 통해 초기 일본의 기업들은 오사카나 교토처럼 불교가 발달한 지역에서 그 지원 혹은 문화적 풍토에 근거해서 시작되었고 그러한 지역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왔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아베 정부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는 기업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장수기업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일본의 경제와 산업 정책에 있어서도 장수기업의 가치가 반영되고 있으며 일본 경제의 지지대로서 인식되고 있다.

런던정경대의 로날드 도어 교수는 일본의 장수기업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장수기업이 일본 산업의 중요한 지축임에는 분명하지만 일본 정부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심한다면 외구그이 펀드들에 적대적 방식으로 인수합병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곧 일본의 장수기업은 일본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이상의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일본 정부나 기업 그리고 고객이 장수기업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류의 일본판 쿨재팬과 장수기업

일본의 장수기업 혹은 시니세라고 불리는 기업들은 최근 일본 문화의 글로벌화를 이끈 주역으로서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5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토라이는 요우캉(양갱)을 초콜릿처럼 인식시키며 한류의 일본판인 쿨 재팬 전략의 선봉장으로서 파리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토라야를 시작으로 일본의 동네나 각 지역에 점포를 둔 식품 관련 장수기업들은 자신들의 화 과자를 초콜릿과 같은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국격을 넘어 꼭 일본에 오지 않더라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며 유럽 과자의 중심지이자 초콜릿의 나라인 프랑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토라야의 쿠로카와 시장은 일본이 개국을 선택해 외국 문물을 받아들여 외국의 과자를 당연하게 먹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파리에 진출하는 것은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보다. 과거 일본처럼 외국 손님들도 먼 거리를 와야만 일본의 화 과자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까워서다 화 과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외국 사람에게 맛볼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진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토라야 시장의 이러한 생각이 바로 일본 경제 산업성의 주도로 일본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소프트파워 전략인 쿨 재팬의 든든한 지주이자 파워이다. 그리고 지금 장수기업에 내재된 이런 무형의 가치에 일본 정부를 비롯해 많은 연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장수기업의 조건 전통과 혁신의 공존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생활 습관을 지양하고 운동을 하고 근검절약하며 노후를 계획하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맞는 경영 이념을 계승하고 지역 사회와 함께 공존하는 등 다양한 노력 없이는 100년 이상 그 명맥을 이어 오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힘든 시련을 극복하고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며 성장해 온 장수기업들의 필수 조건을 살펴보자.

 

경영 이념의 공유 통한 강한 결속력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체 기업의 97%, 장수기업 중에는 99%가 패밀리 비즈니스이다. 일반적으로 패밀리 비즈니스는 창업가의 영향력 하에서 경영되는 기업으로 정의된다.

패밀리 비즈니스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등의 경제발전 정도에 따른 차이없이 전 세계적으로 8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출 등의 실적 면에서도 패밀리 비즈니스 형태를 가지지 않는 일반 기업보다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때문에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에서는 점차 패밀리 비즈니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친족이라는 관계 자체가 아닐 장수기업의 오랜 역사를 이끌어 온 패밀리 비즈니스이 특성이며 이러한 특성을 우리 기업의 결속력을 다지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이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구조적인 문제는 패밀리라는 그 자체, 즉 친족에 대한 감정적인 유대관계가 강해서 합리적인 결정과 판단을 요구하는 비즈니스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면 반대로 소유와 경영의 통합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루어 냄과 동시에 책임 소재를 뚜렷이 함으로써 시대의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오늘날 패밀리 비즈니스 기업의 실적이 일반 기업보다 월등히 우월한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적응력과 의사결정의 신속함 그리고 책임 소재의 명확함이 친족 간의 감정적 유대라는 문제를 넘어설 정도의 효율을 발휘하고 있어서다.

특히 장수기업에 있어서는 이러한 변화 적응력과 의사결정의 신속함 외에도 위기 시의 단결, 가훈과 같은 경영 이념의 공유, 여성의 기업 활동 참여, 가족 외 사위나 우수 직원을 양자로 받아들여 경영 이념을 계승하는 개방성 등을 기업 경영에 반영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기업 내에서 패밀리의 의미를 혈연 및 세대를 뛰어넘어 확장하기 위해서는 경영 이념의 공유와 계승이 중요하다. 일본 장수기업의 경영자들이 말하는 노렌으로 상징되는 경영 이념을 창조, 계승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장수기업이 실제로 오랫동안 존속해 온 것은 장수기업만이 제공해 온 상품과 서비스에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독자적인 가치는 다른 외부의 유혹이나 말들에 흔들리지 않는 그들만의 경영 철학과 이념이 존재했기에 빛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맛김을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 개발해 판매하는 식품 기업 야마모토노리텐의 경우 회사명에 노리 즉 김을 명기해 장기간에 걸쳐 본업을 추구하는 정체성을 강조한다. 단순하게 전통을 지기거나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않은 채 본업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전통의 계승을 실천하고 있다.

일본의 장수 기업들은 경영 이념을 통한 기업 내부의 결속력 강화뿐 아니라 외부 지역 사회와의 유대에도 적극적이다. 지역 사회에 대한 각종 기부를 비롯해 문화 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 미술관과 자료관 등의 운영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대부분 지역=상권이라는 등식 아래 지역과 깊은 관계를 구축하며 성장해 왔다.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시되기 이전부터 지역 주민과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기업의 사명으로 여겨 실천해 온 것이다.

 

 

상품의 질 외에 총체적 차별화 전략

기업의 기술 개발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추진해 가는가 하는 점도 장수기업의 중요한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일본의 장수기업은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단순히 질 좋은 물건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조, 판매, 유통 그리고 애프터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이타로소혼보는 화 과자 제조업체로서 1875년에 창업했다. 화 과자를 만들기 위한 팥은 홋카이도에서 공수하며 제품의 질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면 전국 어디에서든 재료를 조달한다. 또한 기후에 따라 재료의 질이 다를 수 있으므로 환경적인 부분까지 고려하고 솜씨 좋은 장인들과 오랜 기간 질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화 과자를 가장 좋은 상태로 고객들에게 배달하고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철저하게 애프터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장수기업의 기술 개발이란 좋은 제품, 독창적인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에이타로소혼보의 경우처럼 만들기 이전의 소재 확보와 가장 좋은 제품을 만드는 환경을 준비하는 것 그리고 제조와 판매, 애프터케어까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이 모두 장수기업의 기술 개발에서 중요한 조건이다.

한편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자사의 브랜드파워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오히려 소소한 차별화를 중시한다. 성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오랫동안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립해 나간다.

1615년 창업한 무라타간쿄호는 황실의 안경을 제작하는 장수기업이다. 고객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이 회사는 고객이 맞춘 사이즈의 안경을 하나 더 제작해 항상 보관한다. 언제 찾아와도 가장 최적의 안경을 판매할 수 있도록 준비해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또 센다가야소혼텐은 고급 과일만을 취급하면서 설명서를 붙여 고객이 가장 맛있게 먹을 시기를 알려준다. 택배로 배달할 할 때는 배송 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엄선해서 발송한다.

어떻게 보면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설명서를 붙이는 것 같은 작은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그러한 서비스의 감동이 차곡차곡 고객이 가슴에 모여 고객이 다른 곳과는 다르다고 느끼도록 만든다. 이처럼 먼 훗날을 내다보고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일본의 장수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수 있는 것이다.

 

 

핵심 자원을 중시하는 혁신

일분의 장수기업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 중의 하나가 분수에 맞는 규모의 경영이다. 내일로 이어지는 본업에 충실한 기업이라는 경영 이념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일본어로는 미노타케의 경영이라고 하는 기업의 분수에 맞는 절제의 경영을 중시한다.

대부분의 장수기업은 여러 대에 걸쳐서 창업주가 소유와 경영을 계속해 온 동족 기업이다. 앞서 설명했듯 동족 기업으로서 패밀리 비즈니스를 할 때 장기적인 시점에서 보면 위험성이 큰 사업에도 대부분의 장수기업은 리스크를 안으면서 대담한 투자를 하는 것 보다 본업에서 이탈하지 않는 경영 이념을 충실히 지켜 왔다.

1980년대 거품경제에 따라 천정부지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 너도나도 부동산에 투자했을 당시에도 투기적인 사업과 본업에서 축적한 지식을 적용할 수 없는 분야에까지 사업을 가각화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1834년에 창업해 고급 과일 제품을 소매업으로 유명한 센비키야 소혼텐의 경우, 1980년대 당시의 사장이 부동산 투자를 권유 받았으나 본업과 무관한 사업이라고 절대로 투자를 하지 않았다.

물론 신규 사업에 진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에이타로소혼보는 화 과자를 만드는 본업과 관련한 화 과자 전문 찻집을 경영하고 있고 센비키야소혼텐은 과일을 재료로 하는 카페를 경영해 과일 젤리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뛰어든 신규 사업은 어디까지나 본업에서 쌓은 지식을 토대로 그들의 제품을 맛볼 수 있는 마케팅의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기업의 핵심이 되는 본업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 개인 개혁과 혁신의 반대 개념은 아니다. 장수기업이라 하더라도 위기에 직면하기 마련인데 그러한 경우에 개혁과 혁신은 위기 극복의 중요한 키워드로 활용된다. 장수기업의 경영자는 특히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사업의 구조적 개혁과 혁신뿐 아니라 여기에 한 가지 더 정신적인 사고의 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츠코시 백화점의 전신인 기모노 상점 에치고야의 사장은 변화해야 할까, 그냥 그대로 가야 할까 망설일 때는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지 못하고 도산한 경영자의 대다수는 위기에서 우왕좌왕하며 냉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결국 지금까지 축적한 기업의 능력과 가능성마저도 부정해 경쟁 회사의 전략을 그대로 모방하는 길을 선택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의 장수기업처럼, 경영자들은 어떠한 시장의 변화와 위기 상황에 직면한다 하더라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자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냉정하게 판단하는 심적 여유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지속적, 합리적 인재 양성

종업원과 후계 경영자를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육성하는 것도 장수기업의 중요한 조건이다. 장수기업의 종업원 육성책을 살펴보면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투자한다. 전승되어 오는 기술을 핵심으로 하고 있어, 그 기술을 유지하고 개발하며 승계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노력한다.

또한 도제 제도를 갖추어 단순히 기술만을 전수하는 것이 아닌 기술에 대한 정열과 이념, 즉 혼을 계승하는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중도 채용보다 신입사원을 채용해 처음부터 사풍을 포함한 모든 것을 가르쳐 나가는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에치고야는 기모노 판매원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일본의 와라는 정서를 이해시키는 교육에 힘을 기울였다. 그러한 정서를 가지고 있는 정도의 차이에 따라 종업원의 기모노에 대한 접근과 판매 방법도 달라지고 고객과의 신뢰 관계도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즉 장수기업에서는 제품의 내용만이 아닌 감성적인 부분까지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종업원의 교육에 있어서 오랜 시간을 두고 훈련해 나가는 특징이 있다. 또 한 가지 장수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대를 이어 기업을 유지하는 만큼 후계 경영자를 어떻게 양성하는가 하는 점이다.

장수기업은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을 들인다. 또한 아무리 장자가 있더라도 경영 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자질이 뛰어난 외부 인재를 영입해 후계자로 책봉한다. 도쿄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장수기업이 후계자 선정 시 가장 중시하는 조건은 경영 능력 및 경영 의욕(60.4%)이라고 한다.

장수기업이 후계자를 양성하는 과정을 보면 크게 두 단계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후계자가 스스로 회사를 이어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는 심적 동기부여이며 두 번째는 외부에서의 경험을 축적해 보다 포괄적인 시야로 사내 문제를 파악하고 그 후에 사내에서 경험을 쌓아 경영자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외부의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지식과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는 선대 경영자와는 다른 시점에서 사업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무엇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인가, 어떤 점을 버려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자사의 강점을 더욱 더 강화하고 약점이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외부에서 경험을 쌓는 것부터 시작하게 된다. 자사의 비즈니스가 어떤 시스템으로 편성되어 운영되고 어떻게 자금이 흐르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필수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비록 패밀리 비즈니스 기업이 아니라도 직원들을 리더로 양성하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최근 일본의 경영학계에서는 장수기업, 즉 시니세를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 정도로 자수 기업은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지축을 넘어 문화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장수기업이 일본인의 자부심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 몇몇 자수 기업이 제품의 위조 표기로 도산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장수기업 스스로 그러한 부분에 더욱 엄격해져, 그 때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이렇듯 일본의 장수기업은 질투가 날 정도로 배울 것이 많다.

우리나라도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생기고 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지금은 100년 기업, 100년의 가게라는 TV 프로그램에 감탄하지만 언젠가 우리의 후세들은 1000년의 기업, 1000년의 가게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