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팅

협상력, 설득력

루지에나 2017. 5. 27. 17:13

협상력, 설득력

실패는 경영의 자산

 

어느 나라의 기업이든 인수 합병, 가격 교섭, 부동산 거래, 정부 규제, 노사관계 등 수 많은 분야에서 협상력에 의해 비즈니스의 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을 맞곤 한다. 이처럼 비즈니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협상이지만 충분한 노하우를 갖고 있을 법한 기업들도 다양한 이유로 협상력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협상력의 부재로 인해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 사례를 통해 기업에서 협상력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세계 최고의 협상 기술 전문가이며 구글과 페이스 북, 미군 특수부대, 마이크로소프트, 세계은행에 자문을 하고 있는 수튜어트 마디아몬드는 사람들 사이의 협력과 투명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협상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라고 말했다. 즉 인간관계야 말로 협상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협상에 있어서 인간관계가 중요한 것일까.

그것은 인간과계의 형성은 신뢰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협상에서 협력과 신뢰가 없으면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며 협상에서 협력과 신뢰가 없으면 서로 경계하고 의심하며 협상 과정이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협상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스튜어트는 한 가지 더 협상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협상에 참여하는 자세를 들고 있다. 흔히들 협상이 라고 하면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협상의 유리한 위치를 선점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오히려 그 반대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찾아내 그 장점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것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긍정적인 관계 형성이야말로 성공적인 협상을 이끄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즉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로 설득력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 상대방에게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즉 설득하고자 하는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수긍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자신의 입장이 되어 그 상황을 이해하고 납득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기상 상황이 악화되어 비행기의 이륙이 취소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기상이 좋아져서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운항이 재개되었는데 이미 몇 편의 비행기가 결항되다 보니 당장 탑승할 수 있는 승객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항공사 직원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꼭 타야 하는 이유부터 구구절절 말한다. 하지만 협상력에 관한 전문가들은 자신이 타야 하는 이유를 먼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이 자신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도록 먼저 관계를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나이대의 직원에게라면 일상적인 이야기를 잠시하며 본인의 에상대로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지를 확인하고 당신이 나처럼 내일 아이의 졸업식이라면 어떻겠어요? 라며 상대방의 자신의 입장에 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협상의 첫 단계는 철저한 준비

이처럼 협상에 있어서 설득력이란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상대방을 자신의 입장에 공감하도록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협상력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협상 테이블에 도착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을 가리킨다. 사실 기업들이 협상을 위해 하는 준비의 단계는 협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협상의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협상의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협상의 흐름을 확인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협상 예상 시간을 관리하고 협상 팀을 만들고 변호사를 선정하고 협상 시나리오를 여러 패턴으로 만들고 배트나(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를 만드는 등 해야 할 일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물론 협상 타이밍이 있기 때문에 이 준비 과정은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여유도 없다. 그래서인지 많은 기업들이 협상의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을 준비 단계라고들 말한다. 또 대부분 시간의 촉박함 때문에 준비 부족으로 실패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일본의 기업만은 다르다. 반대로 과잉 준비 때문에 협상에 실패한 다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준비 단계에서 모든 변수를 고려해 완벽을 기할 정도로 에너지를 소모한다. 결국 협상이란 상대방의 주장과 관심사가 자사의 주장과 어느 정도 합치되는 요소가 있기 마련인데 일본 기업들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협상 과정에서 버려야 할 것도 챙기다 보니 결국 혼선을 초래해 협상을 실패로 만든다.

그런데 과잉 준비는 또 한 가지 부수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준비에 완벽을 기하다 보니 준비 피로가 생기는 것이다. 협상 준비는 어디까지나 협상 테이블에서 설득의 단계를 추진하기 위한 예비 단계이다. 따라서 준비 단계에서 모든 힘을 쏟아 붓고 모든 변수를 고려했으니 이제 안심이라며 긴장감을 늦추는 순간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완벽을 기했다고 생각한 준비 단계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이 나오는 경우에는 당황해 상대방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최악을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지적 재산권을 둘러싼 협상을 예를 들어 살펴보자. 특허 라이선스 협상의 경우 협상 상대의 특허 분석, 자신의 특허 분석 들 다 중요하다. 물론 이 분석 작업은 준비에 엄청난 시간이 소용되는 작업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의 특허 분석에 중점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고 바릴 것은 버리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 완벽한 작업을 바라는 기술 담당자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의 준비 단계란 바로 이러한 사내의 반발을 조율하는 즉 사내 정치의 과정인 것이다. 협상을 위한 준비 단계에서의 이 사내 정치가 적절히 이루어져야만 과잉 준비 혹은 준비 피로에 빠지지 않고 협상 테이블에 최상의 상태로 앉을 수 있다.

 

설득을 위한 세 가지 원칙

준비 단계가 끝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면 다음 단계로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설득이다. 설득 단계는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과 마주해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설득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다음의 세 가지 원칙에 근거한 주장을 전개하는 것이다.

 

첫째, 비전의 공유이다. 설득 단계에서의 결정자는 협상 상대이나 설득의 성공 여부는 상대방이 추구하는 비전과 자신의 비전이 얼마나 동일한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비전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 상대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비전에 공감하도록 이해의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과학적 분석과 자요에 근거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협상의 과정에서 사용 가능한 정보량은 오늘날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오늘날과 같이 복잡한 이해관계가 엇갈린 사업 환경에서 또는 다양한 협상 상대가 존재하는 경우 태스크포스 체제 아래에서 설득을 진행하는 것이 유용하다.

특히 설득 단계에서는 시간적인 제약이 심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상당한 훈련을 쌓은 협상가도 예상치 못한 실패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능력 있는 태스크포스 팀을 구성한다면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사내에 이러한 팀을 두고 있다. 적은 수의 멤버지만 외부 파트너 대리인(법률사무소)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협상 팀 역시 공격 팀과 방어 팀으로 나누어 각각 리더를 두고 각종 소송에 항시 대비하고 있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 주의할 사항들

이 세 가지 요소에 근거한 설득의 단계가 진행된다면 복잡한 협상 과정에서도 상대방과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협상은 사람과 사람이 진행하는 일이다 보니 아무리 준비 단계에서 완벽을 기하고 설득 단계에서 세 가지 요소를 충실히 지키더라도 실제 진행 관정에서 인간관계에 의해 대립과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협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협상과 흥정을 구분하는 것이다. 협상이란 비전, 과학적 분석에 근거해 합의 가능 여부를 타진하고 적절한 관정을 밟아 진행해야 한다. 협상을 하고자 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감정에 따라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타진하는 흥정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둘째, 협상 과정에서는 협상 상대자에 대한 좋고 싫음의 감정과 협상 시 다루어야 할 문제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협상의 대상은 사람이다 보니 주제의 타당성에 의해 판단을 내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마음에 든다, 들지 않는다는 감정적 판단에 의해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다.

셋째, 상대방과 서로 이익이 되는 해결방안을 항상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협상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문제점을 찾아 비판하려는 의식이 작동하다 보니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항상 이익이 되는지를 파악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해결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협상 당사자가 상대방을 어떻게 해서든지 단시간에 설득하기 위해 허세를 부리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준비 단계에서 마련한 자료와 설득 단계에서 사용하던 과학적 분석 자료의 신뢰를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협상 과정에서는 항상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에 근거하는 진행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과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의 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상호 이익이 되는 해결 방안과 객관적 기준에 근거한 해결책이 협상을 성사시킨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신문사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신문 이외의 다른 사업에 손을 뻗치는 경우가 많은데 두 회사의 경우 신문사로서의 역사적 전통과 각각 일본,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지라는 자부심을 지키고 싶다는 목적의식에 공감하면서 협상을 통해 합병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객관적 분석에 근거해 서로의 독자층을 합쳤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의 협상 결과가 항상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은 어느 한쪽이 불만스럽게 끝난다든지 아니면 양자가 모두 불만스러운 결과로 끝나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때로 기업을 위기 상황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다음 장에서는 협상력의 부재로 인해 기업 상호간의 협력이 아닌 갈등의 나락에 빠져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시사점을 찾고자 한다.

 

 

 

 

 

 

 

 

 

 

 

 

 

 

 

 

 

 

 

 

 

 

 

 

 

 

 

 

협상, 설득 실패 사례

 

 

비즈니스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협상이지만 충분한 노하우를 갖고 있을 법한 기업들도 다양한 이유로 협상 패배의 쓴잔을 마신다. 그들은 왜 협상에서 실패하는 것일까. 당장 눈앞에 놓인 이익만을 보는 좁은 시야가 협상력과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에서 설득을 넘어 상호 납득이라는 행복한 결말을 얻기 위한 예안은 없는 것일까. 협상에 실패한 기업 사례를 통하여 역으로 그 답을 찾아보자.

 

협상에 특히 강한 민족이 있다. 바로 유대인들이다. 유대인들은 3000년 동안 나라 없이 떠돌며 비즈니스 분야에서 수많은 협상을 통해 부를 축적해 왔다. 야베 마사키가 쓴 유대인들의 협상 술이라는 책을 보면 그들의 협상력은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 번에 바다를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되고 우선 시냇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처음부터 큰 목표를 향해 덤비지 않고 확실히 달성 가능한 목표부터 챙겨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독단 혹은 편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항상 거시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파악하려고 한다. 유대인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꽃양배추에 사는 벌레는 꽃양배추가 전 세계라고 생각한다는 격언에 근거해 협상에 임하는 것이다.

설사 협상을 추진하다 실패하는 경우에도 유대인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음의 출발을 위미한다. 그렇다. 협상력을 기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음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협상에서 실패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협상력을 기르기 위해 주목해야 할 새로운 관점을 파악하고자 한다.

 

 

막대한 비용만 지불한 이베이의 스카이프 인수

스카이프 테크놀로지가 미국 이베이에 26억 달러에 인수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왜 온라인 경매 회사가 스카이프처럼 수익을 올리기 애매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가지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베이는 스카이프를 인수한 지 2년이 지나 협상 관정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당시 이베이는 스카이프가 이베이의 경매 사업 부문과 함께 이베이의 핵심 사업 부문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스카이프는 이베이에 인수된 후 흑자를 내기는 했지만 그 폭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수 시 계획했던 대로 스카이프를 경매와 페이팔 같은 이베이의 서비스와 융합할 방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베이는 스카이프를 통한 경매 진행을 고려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았다. 오프라인 경매와 다른 인터넷 경매의 장점은 실시간에 경매 현장에 없더라도 24시간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인데 스카이프를 활용하려면 결국 오프라인 경매처럼 정해진 시간에 인터넷 전화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베이가 스카이프를 인수하던 당시 꿈꾸었던 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쟁 상대의 등장으로 스카이프의 수익 모델이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무료 인터넷 전화 사업에 야후와 MS 같은 대형 기업 외에도 많은 인스턴트 메시지 서비스 벤처 기업들이 참여했다. 경쟁 상대가 늘어나다 보니 당연히 스카이프 인수 당시 예상했던 수익을 만들어 내기 어려웠다.

세 번째 문제는 이베이스가 스카이프를 인수할 당시에 가입자 수 22000만 명 중 실제 이용자가 20%에도 못 미쳤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IT 전문 시장조사 업체 텔레지오 그라피에 따르면 스카이프 가입자 중 20~30%만이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결국 이베이는 이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비싼 금액을 내고 스카이프를 인수한 것이다. 실제로 이베이는 10억 달러 이상 비싼 금액에 스카이프를 구입했다고 분석했다.

 

준비, 비전 공유도 없는 예견된 협상 실패

이베이는 왜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굳이 스카이프를 인수한 것일까? 당시 이베이는 구글과 MS의 뒤를 쫓아 인터넷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나서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스카이프를 인수해 수입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한 후 다른 부가가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카이프 인수 후 뚜껑을 열어 보니 유선전화 발신 종량제를 사용하는 유료 이용자가 1개월에 지불하는 요금은 평균 12~13센트에 불과했다. 스카이프를 이용한 다른 수익원을 찾으려해도 이베이로서는 어떤 서비스를 개발해야 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그런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스카이프를 가장 잘 아는 창업자 등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자 결국 이베이는 스카이프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막대한 인수 비용만 떠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베이가 스카이프를 인수 하는 협상 과정에서 10억 달러라는 비용을 더 지불하고 인수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준비 단계에서의 문제다. 이베이는 이미 구글과 MS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스카이프를 인수해야겠다는 결론을 낸 상태였다. 때문에 협상 상대에게 그 속내가 드러났고 결국 스카이프가 부르는 가격에 맞추어 인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두 번째는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비전의 공유를 간과했다. 이베이는 스카이프와 자사의 경매 사업 부문을 융합할 구체적인 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양사가 융합했을 때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틀을 만들 비전이 제시되어야 상호 납득하는 협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베이는 인수 자체에만 열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스카이프는 조금이라도 비싸게 매각하려고 이익만 따졌고 이베이는 무리해서라도 스카이프를 인수하려는 목적만 실현하려 했기에 서로 아무런 비전의 공유 없이 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이베이와 스카이프의 협상 과정을 보면 이베이에게는 10억 달러라는 비용 지출만 오점으로 남았고 스카이프에게는 10억 달러에 기업을 매각했다는 사실만 남았다. 고객만족이나 인터넷 사업의 새로운 방향 제시 같은 협상의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태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협상력 부족으로 홍하이 정밀공업의 먹잇감 된 샤프

최근 샤프가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에 넘어갔다. 이는 일본 제조업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게 될 사건이다. 일본 경제계에 있어서는 제 2의 샤프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들까지 나온다. 샤프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들까지 나온다. 샤프는 어떻게 경영위기에 몰렸고 홍하이 정밀공업의 먹잇감이 되었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무기력하게 협상에서 실패했을까,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액정 패널과 태양전지 개발로 한때 세계를 리드하고 액정 TV 상용화에서도 앞장섰던 샤프가 파산 직전의 궁지에 몰린 궁극적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샤프는 자신들의 기술을 너무나 과신했다. 기술력에서는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다 보니 경쟁사의 움직임에 대한 충분한 조사 분석 없이 자사의 페이스대로 사업을 전개했고 그 결과 시장이 어떻게 재편되는지 파악하지 못한 나머지 뒤처지게 된 것이다.

둘째, 기업의 성장에 발맞추어 경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경영자에게 회사를 맡기지 않아 기업의 상황과 경영자의 능력 사이에 격차가 깊어졌다. 즉 규모 확대에 따라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는 사업을 다룰 수 있는 경영자가 샤프 내에는 부재했던 것이다.

당시 샤프는 우수한 제품을 만들면 언제든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단순한 믿음에만 의존한 나머지 시장의 요구와 경쟁사의 동향을 경시하는 회사 운영을 했다. 그 동안 샤프의 경영자는 샤프에 입사해 샤프에서 성장한 토박이 사원이 대부분이어서 특정 사업 부문만 실적을 올렸을 뿐 회사 전채를 통솔할 능력 있는 경영자는 거의 없었다.

셋째,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투자로 9000억 엔이 넘는 손실을 낸 것이다. 샤프는 2004년 미에현 카메야마시에 거대한 액정 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2006년에도 제 2 공장을 완공했다. 4000억 엔 남짓한 비용을 들여 카메야마 모델을 브랜드로 하는 액정 TV 사업을 추진했고 일본 국내 시장에서 해당부문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 후에도 샤프는 액정 TV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이때 카타야마 미키오 전무가 사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49세의 나이로 최연소 임원이었던 카타야마 시장은 오사카의 사카이시에 4300억 엔을 투자 해 신공장 건설에 나섰다. 60인치 대형액정 패널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최첨단 액정 공장과 세계 최대의 태양전지 공장을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2008년 리먼 쇼크 후 카타야마 사장이 60인치 대형 TV를 판매하려 했던 미국 시장이 불황에 빠졌다. 중간 크기의 제품은 한국의 삼성전자 등에 밀렸다. 전반적인 부진에 빠진 샤프는 결국 엄청난 재고를 안게 되었고 적자 폭 또한 늘어났다.

카타야마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샤프의 기술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신하며 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샤프는 지속적으로 기술을 연구한 한국과 대만의 기업에 기술력으로도 밀리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거액의 적자를 내게 되자 카타야마 사장은 오쿠다 타카시 상무에게 최고 경영자 자리를 양보했다. 최고 경영자의 교체 소식이 보도된 후 샤프는 경영 재건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과 자본 업무 제휴를 단행했다. 협상 과정에는 샤프의 액정 부문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마치다 카츠히코 회장과 퇴임을 앞두고 있던 카타야마 전 사장도 협상에 참여했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에 동석한 마치다 회장과 카타야마 사장은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계속해서 옥신각신 다투었다. 홍하이 정밀공업 측에서는 샤프의 경영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두 경영자의 대립은 심각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본 지원을 받게 되 샤프는 중점 사업 부문을 스마트 폰과 태블릿용의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중소형 액정 패널로 옮겼다. 그리고 생산된 제품을 스마트 폰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던 샤오미에 공급했다.

그런데 샤오미가 점점 제품 가격대를 낮추기 시작하자 샤프는 협상에서 주도권을 샤오미에게 내주고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미 샤프의 액정 사업이 샤오미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니, 도시바, 히타치 같은 경쟁 기업들이 액정 사업에 진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샤프는 더 이상 샤오미와 오랜 시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할 수도 없었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 서둘러 샤오미의 요구를 받아들이다 보니 샤프는 액정 제품이 팔려도 수익은 오히려 늘지 않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결국 부채만 지속적으로 증가해 심각한 채무 초과에 빠지고 말았다.

이 위기를 탈출할 책임을 지고 최고 경영자의 자리에 앉게 된 다카하시 사장은 홍하이 정밀 공업으로부터 충자를 받는 형식으로 홍하이 정밀공업이 샤프를 인수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 경영 위기에 빠진 샤프의 구제를 위해 일본 경제 산업성의 지원을 받은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샤프의 해외 매각을 막을 수 있는 구조조정안과 업계를 재편성할 새로운 지원책을 제안했다. 하지만 샤프는 산업혁신기구와 홍하이 정밀공업 양쪽을 비교하다 결국 홍하이 정밀 공업의 지원 아래 재생을 도모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달콤한 제안에 빠져 잘못된 선택

샤프의 이러한 결정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 이유는

첫째, 일본 전자 산업의 중책을 담당해 온 유력 기업이 외국 자본에 의해 최초로 인수되었다는 것이고

둘째, 산업혁신기구에 의한 공적 지원을 뿌리치고 민간 기업의 지원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산업성은 일본의 기술이 외국 기업에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우리를 표했다.

샤프의 경영진은 도대체 왜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는 산업혁신기구가 아닌 홍하이 정밀공업을 택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홍하이 정밀공업이 사프에 투자하기로 제시한 3888억 엔이 산업혁신 기구의 지원 금액에 비해 훨씬 많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하이 그룹 경영자의 리더십과 경영 수완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샤프를 인수한 홍하이 그룹의 궈타이밍 회장은 매출액 약 15조 엔, 종업원 약 100만 명의 세계 최대 전자기기 제조회사의 창업자로서 의사결정도 행동도 빠른 카리스마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샤프의 다카하시 사장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홍하이 정밀 공업과의 협상 과정에서 홍하이 정밀 정밀공업과의 협상 과정에서 궈타이밍 회장의 진행 속도와 추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며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홍하이 정밀공업에 기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협상에서 키를 쥔 것은 샤프도 홍하이 정밀공업도 아닌 은행이었다.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밖에 없는 샤프의 상황을 파악한 궈타이밍 회장은 협상의 해답은 은행에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후 샤프의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 은행과 미츠비시 도쿄 UFJ 은행과 직접 협상하며 샤프의 인수에 협력을 요청했다.

샤프를 오래 전부터 관리해 오던 두 은행에게 홍하이 정밀공업은 어떤 부담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협상 테이블에서 샤프를 압박해 나갔다. 그리고 인수 계약 직전에 이르자 샤프의 3500억 엔의 채무 목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 체결을 연기했고 향후 이 금액이 부채가 될 수 있다며 재협상을 요청했다.

재협상으로 홍하이 정밀공업의 샤프에 대한 출자금액은 당초보다 1000억 엔이 적어졌다. 산업혁신기구라는 라이벌이 없어진 상황에서 홍하이 정밀 공업은 샤프에게 당초 협상 시 제시했던 7000억 엔 규모의 자금 지원, 샤프 경영진의 유임, 액정 사업 및 기타 부문의 일정 기간 현상유지 등 모든 내용들을 바꾸기 시작했다. 결국 샤프는 홍하이 정밀공업의 협상력에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다 기술과 자금 모든 면에서 주도권을 뺏기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샤프는 왜 협상에서 홍하이 정밀공업에 모든 것을 내주어야 했을까. 한 마디로 달콤한 제안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기술 가치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해 주고 대신 경영진부터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형태로 구조조정을 추진해 샤프를 재건하려 한 산업 혁신기구의 협상안보다 홍하이 정밀공업이 제시한 눈앞의 이익이 더 커보였던 것이다.

샤프 정도의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이라면 경영진의 보신과 눈앞의 이익보다 기업이 가지는 일본 내에서의 지위를 우선시하고 경영진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했다. 하지만 샤프는 금전적인 이해관계에만 몰두하다 보니 협상의 상대를 잘못 파악했고 상대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전부 내보임으로써 협상에 실패했다.

협상이란 단순히 단기적인 이익 혹은 돈만을 보고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협상이 기업에게 주는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의미를 지키는 즉 샤프의 경우라면 일본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이라는 가치를 지키위해 자사의 노하우를 중시하는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

 

 

유연하지 못한 협상으로 노조 장악 실패한 버라이즌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통신 기업으로 미국 동부의 대표적인 통신업체이다. 그런데 최근에 버라이즌이 노사 대립으로 창업 이래 최대의 사내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노사 갈등은 가정에 공급되는 유선 전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자 회사 측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파업에 참여한 직원 4만 명 중 대다수가 전화 연결 배선공사 관련 종사자이거나 콜센터 상담원이다.

파업 참가 노동자들은 회사가 수백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임금이 낮은 하청업체와 해외 콜센터를 사용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는 협상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 대신 향후 3년 동안 의료보험 및 연금 관련 급 부금을 삭감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해 회사의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37000여 명의 유선전화 부문 직원을 대표해 협상에 임한 미국 통신노동조합과 국제전기 노동자협회는 고용 보장 및 연금액의 상향 조정을 요구하며 회사와 맞섰다. 뿐만 아니라 의료보험 비용 삭감안 철회와 노동조합 조합원이 맡고 있는 업무에 한해서는 외부 계약 및 아웃소싱을 할 수 없다는 조항을 회사에 제안했다.

이렇게 팽팽하게 대립된 양자의 협상안은 서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0개월에 걸친 파업으로 이어졌다.

노조는 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결정하면서 자신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공정한 계약체결을 위한 진지한 협상을 거부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반면 회사 측 협상 팀의 총책임자 마크리드는 지난 6주 동안 우리는 성실 교섭을 하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과 새로운 합의에 도달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노조에 유감을 표했다.

이처럼 양측이 서로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을 떠넘기는 가운데 파업은 10개월이나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노조와 회사, 모두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모두를 비판하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기업 이미지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매뉴얼에만 의존해 노조에 주도권 내줘

그런데 호사와 노조의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하더라도 파업이 10개월이나 진행되는 상황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을까? 협상 전문가들은 회사가 협상 준비 단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조직을 응에 업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 다녔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의 직원 196000명 중 3분의 2가 넘는 135000명이 비조합원이었다.

물론 해당 구조조정을 하는 고정 네트워크 부문 직원의 절반은 노조원이었지만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가 중점사업으로 전개 중인 무선 인터넷 부문은 대부분 비조합원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조합원들이 업무 거부를 한다고 해도 회사의 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게다가 유선전화 회선도 자동화되어 있어 노조 파업의 여파가 크지 않았으며 다만 문제가 있다면 수리 및 설치 작업의 지연 정도였다.

이처럼 내막을 보면 무리한 요구를 해 오는 노조에게 끌려 다닐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는 왜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긴 것일까. 문제는 노사 협상 대응 매뉴얼에만 의존해 협상을 진행한 것에 있었다.

협상 준비 단계에 중점을 두는 기업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가 바로 협상 매뉴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협상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협상 상대방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 후 상대방과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한 후 상대방의 특성에 맞추어 유연하게 설득의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사관계 혹은 계약처럼 빈번하게 일어나는 협상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 일일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매뉴얼을 만들어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협상에 대처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즉 협상 과정에서 스스로가 범할 실수에 미리 대비하고 협상을 하는 인적자원이 도중에 대체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 매뉴얼이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마치 지켜야만 하는 절대적인 원칙으로 여겨지면 유연한 협상의 진행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의 경우도 노사 협상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협상 전략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오히려 매뉴얼이 악재로 작용했다. 따라서 협상에 있어서 위기 대응을 위해 마련한 매뉴얼이 다양한 형태의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것을 방해하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협상로봇 선두 기업 인수에 성공한 테라다인

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 테라다인은 최근 협동로봇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덴마크 기업 유니버설로봇을 인수했다. 테라다인이 주목한 유니버설 로봇의 협동로봇은 품질 향상과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 노동자와 함께 작동하는 로봇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로봇을 프로그램밍 할 수 있는 것이 이점이다. 이 로봇은 기계, 포장, 접착, 도장, 연마, 부품 조립 등을 자동화해 산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사실 이처럼 시장성 있는 협동로봇 분야의 선두 기업인 유니버설로봇을 인수하기 까지 테라다인으로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유니버설로봇의 직원들은 2005년 창업 이후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경영 상태에 만족하고 있었고 굳이 미국의 대기업에 인수되어 얻는 이점이 적다고 판단했다. 테라다인은 유니버설로봇을 인수하기 위해 자신들과 합병을 하면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매출의 시너지 효과와 재무건전성 향상, 글로벌 판매망 확대 등의 이점이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러한 이점을 유니버설로봇에 호소한 것은 테라다인의 인수합병 전문 태스크 포스 팀이었는데 이들은 조직적으로 전 세계의 인수합병 대상 기업을 오랜 기간 조사해 합병을 성공시켰다. 협동로봇 산업이 연간 5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산업용 로봇 자체도 1억 달러 규모의 큰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해 이 분야의 리더 격인 유니버설로봇의 인수에 전력을 쏟은 것이다. 그리고 인수를 성공시키기 위한 결정적인 설득 재료로 태스크 포스 팀은 테라다인의 기업 규모와 세계적 납품 실적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테라다인은 산업용 로봇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유니버설로봇에 관한 정보 수집과 분석 그리고 윈윈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팩트의 발견을 수행해 낸 태스크포스 팀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유니버설로봇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처럼 상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제시할 근거가 마련되어야만 협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생기며 그러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로 능력 있는 조직의 힘일 것이다.

 

 

일본전산, 협상 전문팀 구성해 M&A에서 승승장구

PC 등에 사용되는 하드디스크용 구동 모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일본전사은 높은 기술력뿐 아니라 뛰어난 M&A 협상력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전산은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을 차례차례 인수해 순식간에 재생시키는 M&A 전략을 바탕으로 겨우 4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창업 35년 만에 직원 13만 명, 140개 계열사, 총 매출 7421억 엔, 시가총액 1졸 원 이상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런데 일본전산의 창업주이자 CEO인 나가모리 시게노부가 추진하는M&A의 성공 방정식은 닛산르노자동차의 카를로스 곤과 같은 경영자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고난을 극복하는 방법과는 다르다. 나가모리 회장은 인수한 모든 적자 기업을 구조조정 없이 재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인수할 기업을 모터와 같은 구동형 제품을 제조하는 기업에 한정함으로써 동종 기업으로서의 친근감을 이용해 오랜 시간에 걸쳐 상대방이 납득할 때까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인수한 회사는 절대로 다시 팔아넘기지 않고 직원들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다.

이러한 나가모리 회장의 협상과 설득의 원칙은 수많은 기업들을 인수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지켜왔고 지금은 일본전산과 협상을 진행하는 기업은 굳이 이 원칙을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전산은 협상 과정에서 약속한 것들을 지키면서 어떻게 구조조정 없이 기업을 재생한 것일까?

먼저 직원들의 의식 개혁을 유도하는 방법을 도입한다. 예를 들면 철저한 경비 삭감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회사의 예산 작성 시 1엔 단위까지 세세하게 작성하게 하고 전등도 최소한의 전구만 남기고 나머지는 떼어 버린다. 그리고 직원들이 출근시간에 민원 전철 등에서 느끼는 피로나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조기 출근제를 도입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일본전산은 히타치의 자회사인 일본사보를 인수한 후 단 11개월 만에 회사를 재생하기도 했다. 나가모리 회장의 협상력은 바로 이러한 탈구조 조정에 따른 신뢰관계의 형성과 의식 개혁으로 이루어 낸 조직관리의 성과일 것이다. 흔히 기업이 힘들어지면 먼저 구조조정에 손을 대기 마련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기업의 인수합병 협상 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재생하겠다는 원칙이 있으면 협상은 훨씬 용이해지고 협상 시 서로 감정 대립에 따른 피로감도 줄어들 것이다.

 

 

협상에서 느림의 미학

협상력의 부재로 실패한 기업의 사례들을 살펴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계약, 가격 협상, 노사 협상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협상에 협상을 거듭하고 있고 그 협상의 과정에서 분명히 어느 한쪽이 이익을 보고 어느 한쪽은 손해를 본다. 이번 호에 소개한 실패 사례에서는 이베이, 샤프 그리고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가 패자였다. 왜 이들 기업은 협상에서 질 수밖에 없는 공통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득이 협상에서 판단의 기준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라이벌에게 뒤처지면 안 된다는 심리가 협상에서 보다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전산의 성공 사례에서처럼 협상에서 설득을 하거나 설득을 당하지 않고 양자 모두 납득이 가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느린 협상이 필요하다. 즉 상대방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이는 쉽지 않다. 샤프와 같이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부채비율이 높아질 텐데 언제까지 협상만 하고 있을 수 없다며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조급한 생각 자체가 이미 협상의 무대에서 스스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샤프는 한정 된 시간 안에서 천천히 생각할 수 있는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했다. 결국 느린 협상은 주어진 상황에서 되도록 느림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긴장의 연속인 협상 테이블 위에서도 납득이 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협상을 실패로 몰고 가는 3가지 실수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실수는 무엇일까? 협상력에 관한 연구에서 언급되는 것으로 다음의 세 가지가 있다.

 

첫째, 협상의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너무 많이 제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협상에서 양자가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선택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많은 대안이 있으면 상대방이 그 중 하나에 합의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선택의 역설이라는 이론처럼 상대방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결과에 빠지게 되거나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적어도 불만 많으면 포기라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티셔츠를 구입할 때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제품 20장 가운데 선택하는 것이 3장 중 선택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부담스럽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어느 티셔츠인지 결정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택의 역설에 빠지지 않도록 적절하게 선택의 폭을 준비 단계에서 한정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확신에 찬 주장을 하는 것이다. 앞서 이베이와 스타이프의 협상 사례에서 이베이는 스카이프를 인수하면 반드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10억 달러나 비싼 가격에 인수하는 결과만 초래했다. 즉 협상 시 확신에 찬 의견이나 주장이야 말로 냉정히 시간을 가지고 제고해야 할 요소이다.

셋째, 협상의 시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협상 분야의 일반적인 의견을 따르는 것이다. 과거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협상의 궁극적인 목적이었을 때는 단시간에 명확하게 답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서로 납득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시간은 장기적으로 보면 투입한 비용 이상의 이익으로 환원될 만큼 가치가 있다. 따라서 협상에 들어가는 시간에 대한 관점을 제고해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협상력, 설득력을 위한 인사이트

1, 설득을 넘어 납득으로 가는 법

협상 과정에서는 준비 단계 이후 설득 단계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협상은 상대방에게 제안한 내용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납득시키는 것이다. 협상에 있어 설득과 납득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설득은 이쪽의 생각을 상대에게 이해시키려고 하는 움직임이다. 이 경우 자칫하면 자신의 논리로 압도하려는 뉘앙스를 풍길 수 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인 상대방의 감정에 멍이 들어 깊은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단적인 에로 위기 극복을 위해 합병 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다고 가정하자 논리적으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은 당했지만 받아들인 당사자의 가슴속에는 깊은 상처와 불신이 남는다. 뿐만 아니라 설득은 협상 시간이 상당히 길어지는 단점도 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설득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군가에게 설득되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록 상대방의 설득을 받아들였다. 하더라도 거부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거부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반면 납득은 설득과 달리 상대방이 제안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 전산의 인수합병에서 자주 보이는 형태로 일본전사에 인수합병 당한 기업들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회사의 재생을 위해 여러 가지를 제안한다. 협상의 과정을 수없이 진행해 오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준비 단계에서 철저히 분석하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그리고 상대방이 공감하고 따르고 싶은 제안을 만드는 것이 납득에 이르는 방법이다. 따라서 협상의 완성형은 준비 설득이 아니라 준비 납득이 될 것이다.

2, 고객을 설득하는 법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계약은 일상적인 일이다. 그만큼 빈번하게 계약을 위해 협상을 하다 보면 협상 담당자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했다고 자부하게 된다. 특히 실적을 많이 올린 담당자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바로 이 시점에서 항상 실수가 발생하고 중요한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고객을 설득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고 여기는 순간을 가장 주의해야 한다. 또한 어떤 고객에게도 맞는 제안을 궁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에 모든 협상 담당자들의 협력이 필수불가결하다. 이때 만약 자신의 방식이 타당하다고 믿고 있다면 조직 내에서 고객에 맞는 제안을 위한 자유로운 논의가 어려워지므로 우선 자신의 노하우를 배제하고 백지 상태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

3,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는 협상력

협상을 진행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일정 선에서 타협하고 싶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이다. 100% 원하는 결과가 아니더라도 70%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결론을 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때 타협의 이유가 기업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편안함을 위한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종업원의 경우 협상이 길어지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타협을 위한 구실을 만드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협상을 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를 양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기업이 협상에서 타협이 아닌 납득이라는 결과를 얻어 최상의 이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수한 협상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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