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와 경제

일본 불황 극복의 비결은 생활자 발상

루지에나 2017. 10. 13. 11:55

일본 불황 극복의 비결은 생활자 발상

 

 

최근 우리나라가 경기침체와 고령화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일본 형 장기 불황의 조짐이 보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장기 불황을 극복한 일본 기업들의 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닌 1124KMCA와 하쿠호도 제일이 주최한 생활자발상 학원 세미나에서 비마모토 타츠시 하쿠호도 생활종합 연구소장이 제시한 생활자 발상법을 통해 일본 20년 장기 불황 극복의 핵심 노하우를 배워보자.

 

일본은 오랫동안 안전적인 성장기가 끝나고 1990년대부터 일어버린 20년이라고 불리는 긴 경기침체에 빠졌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기업들은 고민이 많아졌다. 이에 글로벌 광고대행사 하쿠호도는 생활자 발상과 파트너주의를 기업 철학으로 내걸고 장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창조했다.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이한 하쿠호도는 1981년 생활자 발상을 표방하며 플래그십 기관으로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를 설립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 연구소는 소비자 생활자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을 더 크고 다면적인 존재로서 연구하고 있다.

 

인간을 통째로 보자.

생활자 발상에서 생활자는 일본어로 세이카츠샤 라고 부르며 생활을 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가 자주 쓰튼 소비자란 단어는 생산자에 대응하는 경제 용어이지만 이 표현이 널리 사용되면서 우리는 소비 중심의 틀에 같혀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신청자이고 주민이며 유권자이다. 또한 남성이나 여성이고 직장인이나 주부이고 지역사회의 일원이다. 이는 소비자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이런 생활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기 위해 하쿠호도는 생활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을 소비자의 측면에서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을 영위하는 존재로서 다면적인 360도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생활자 발상의 기본이다. 인간을 전방위적으로 관찰해 사람의 마음을 기점으로 미래를 생각하는 방법론인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시장의 경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터넷과 모바일의 발달로 손쉬운 네트워크와 발신 수단을 가진 새로운 생활자들이 정보의 주도권을 잡은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자 주도 사회의 시작은 온 세상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률 세계 상위 수준인 한국은 세계를 리드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경제의 저 성장기와 인구의 고령화를 돌파하기 위해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한 생활자 발상이 필요하다.

 

생활자 발상의 3가지 방법론

사람의 깊숙한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점과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 하나의 창을 통해서만 보면 그 사람의 단면만 보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01, 시대 흐름을 파악하는 정점 관측

생활자 발상의 첫 번째 방법론은 정점 관측 즉 거래한 시대흐름으로부터 사람을 이해하는 접근 방법이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높은 관점에서 어떠한 시대적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22년 간 약 1500 항목의 생활자 관측 데이터를 모았다. 데이터는 주로 의식주, 교제, 교육, 가족 관계, 건강 등에 대한 생활자들의 의식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축적한 것이다. 데이터를 관찰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면서 응답률이 상승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하락하는것도 있다. 또 시대가 밖뤼어도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쌀을 하루에 한 번 먹지 않으면 만족스럽지 않다는 문항에 대해 일본인들은 1994년에는 69.4% 정도가 하루에 비율이 53.5%까지 떨어졌다. 즉 쌀에 대한 수요가 계속줄고 있다는 의미이다. 반면 피자를 좋아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99835.4%에서 지난해 47%로 증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조사는 연말 선물은 매년 빠뜨리지 않고 주고 있다는 문항이었다. 일본에서는 여름과 겨울에 신세진 사람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풍습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조사였다.

응답자들은 1994년에는 61.8%가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지난해에는 34.3%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면 자신에게 포상의 의미로 선물을 샀던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199829%에서 지난해 44.9%까지 늘었다. 이 응답률을 통해 일본에서는 앞으로 선물에 대한 정의가 바뀔 것이란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제 선물은 남에게 주는 것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주는 것까지 포함하게 된 것이다.

이 밖에 마음 편한 지위와 책임 있는 지위 가운데 어느 것이 좋은지 묻는 문항에서는 1998년에는 마음 편한 지위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78.5% 책임 있는 지위가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21.5%였으며 이는 지난해에도 각각 79%21%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즉 시대가 변해도 마음 편한 지위가 더 좋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계열 조사를 통해 시대를 관측하는 방법이 바로 정점 관측이다. 장기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02, 생활현장에서 관찰하는 현장 검증

두 번째 방법론은 현장 검증 즉 실체 사정으로부터 사람을 파악하는 접근방법이다. 정점 관측에서 시계열 조사가 포괄적 관점에서 시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라면 현장 검증의 생활 사진 조사는 생활 현장에 뛰어들어 생활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생활자의 집에 들어가서 관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생활 사진 조사 방법을 개발했다. 테마를 정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의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 한 것이다.

하쿠호도 생활 종합연구소는 생활자의 집에 들어가서 관찰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생활 사진 조사 방법을 개발했다. 테마를 정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의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 한 것이다.

20133월에는 독신 생활을 하고 있는 전국의 20~ 49세 남녀 545명에게 냉장고 안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혼자 사는 독신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조사였다.

조사결과 26세 남성의 냉장고은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식료품이 없는 39세 남성의 냉장고, 캔맥주뿐인 46세 남성의 냉장고까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60대 이상 여성의 냉장고였다. 필요 없는 음식, 유효기간이 지난 음식 등으로 꽉 채워져 청소가 필요한 상태였던 것이다.

60대 이상이 되면 뭔가를 비축하고 저장해 놓고 싶어 한다. 감기라도 걸리면 2주 정도 집밖을 못 나가기 때문에 대비를 해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어려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아깝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필요 없는 것들로 꽉 찬 냉장고라고 모순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기업에게 중요한 인 사이트를 제시한다. 기업은 생활자들이 가지고 있는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통기한을 알려주는 냉장고를 개발하거나 한 끼 식 자료를 택배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만들 수 있고 아니면 냉장고를 개인의 집이 아니라 지역의 소유물로 공유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활 현장에서 혁신을 생각하는 것이 바로 생활자 발상이다. 앞서 설명한 정점 관측의 큰 흐름을 파악하고 현장 검증을 통해 생활 현장을 디테일하게 바라보는 균형적인 시각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03, 마음속 숫자를 밝혀내는 마음이 계량

세 번째 생활자 발상의 방법론은 마음의 계량이다. 이것은 숫자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접근 방법이다. 사람의 마음을 숫자로 바꿀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일상 대화에서 그거 진짜 옛날이야기이지? 라고 할 때 과연 그 옛날 이라함을 몇 년 전인 것일까?

이런 단어는 사람에 따라 굉장히 다른 수치로 표현될 수 있다. 따라서 마음속에 있는 이미지를 수치화함으로써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수치화하는 것도 인간을 이해하는 데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지난 해 1월 수도권의 15~69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음식과 연령의 관계를 숫자로 나타낸 생활 연령 조사의 결과(평균값)는 다음과 같았다. 라지 사이즈 의류를 주문할 수 없는 연령은 405개월, 무한 리필 뷔페에 가도 본전을 뽑을 수 없다며 가지 않게 되는 연령은 461개월 그리고 고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져 먹고 싶지 않게 되는 연령은 514개월이었다.

또 지난 1월 전국의 15~ 69세 남녀 3600명을 대상으로 평상시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는 말을 숫자로 고치는 마인드 스코어 조사 결과(평균값)도 재미있다. 가볍게 한 잔이란 48.3분 이내, 신혼이란 결혼하고 나서 1.7년간 근처란 집으로부터 472m 범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근처란 집에서 몇 미터의 범위까지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연령대에 따라 달랐다. 10대는 435m 20대는 425m 30대는 403m 에서 60대는 200m 까지는 점차 가까워지는 수치를 나타냈다. 이를 통해 노인들을 위해 콤팩트 시티의 콘셉트가 탄생했고 사람의 마음이 마을이나 도시를 만드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해답은 생활자 안에 있다.

과제는 ( )안에 있다는 문장이 있다. 이 괄호 안에 어떤 말이 들어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나 매출 성장, 이익 증대 등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깊이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럴까.

기업이 이익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팔든지 콘텐츠를 고도화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물건을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주인공은 바로 생활자이다. 생활자 안에 꿈과 동경이 있고 불안과 갈증이 있으며 또 소원이 있다. 기업들은 생활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보통 경영 성과 측정 기준으로 기업의 순이익을 투자액으로 나누어 구하는 ROI(투자수익률: Return on Investment)를 사용하곤 하는데 기업들이 ROI를 올리기 이전에 먼저 올려야 하는 ROI를 올리기 이전에 먼저 올려야 하는 ROI가 있다. 바로 생활자 ROI이다.

생활자 ROI란 소비지출 대비 행복을 나타내는 말이다. 생활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투자함으로써 행복이라는 성과를 얻고자 한다. 자동차를 구매하는 데 투자를 해서 가족과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해졌는지를 생각하고 해외여행에서 돈을 쓴 대신 가족과 멋진 추억을 만들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즉 생활자들은 자신의 행복을 높여 줄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원한다. 따라서 생활자 발상은 생활자의 행복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ROI를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일본은 20여 년간 저성장기라는 장기 불황을 거쳐 왔다. 행복을 찾기 어려운 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계속 성장해 온 기업들은 다른 발상으로 보면 다른 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행복을 길러 왔다.

경제가 저성장한다고 해서 행복도 저성장해야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행복의 질이 바뀔 뿐이다. 생활자 발상을 통해 일하는 행복, 젊음의 행복, 늙음의 행복, 혼자 사는 행복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해 무한대의 행복을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