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팅

기업 신 성장의 조건

루지에나 2017. 9. 24. 16:02

기업 신 성장의 조건

 

 

한국 경제는 고도성장이 당연시됐던 시대와 작별했다. 한정된 일자리를 두고 부자 세대가 경쟁하고 갈등하는 고뇌의 세월을 힘겹게 감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기적 저성장의 시대로 접어든 우리 경제의 활로는 없는 것일까. 곳곳에서 발견되는 저성장의 증거를 파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일 년 간 연중기획에서 다뤘던 주요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업 신성장의 조건에 대해 종합적으로 모색해 본다.

 

지난 2011년 하버드대 동아시아 센터장을 지냈던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한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성장률이 5%대로 돌아간다면 제 2의 한강의 기적이 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간 우리는 경제 부흥기였던 1980년대를 향해 응답하라 1980을 외쳤지만 안타깝게도 기적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부활은커녕 지금 이 순간까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저성장이란 낯선 상대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저성장이 낯선 것은 우리 경제가 그동안 수없이 겪어 왔던 불황과는 성격과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소득이 추계되기 시작한 1953년부터 2008년까지 55년간 한국 경제는 연평균 6.7%씩 성장해 왔다. 물론 그 기간 동안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고 IMF 등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의 급류에 휩쓸린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저성장은 시질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거나 매년 5%대로 성장하던 국가가 장기적인 3%대 성장을 지속하는 상태 등을 말한다. 그러니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한강이 기적을 이루는 동안 우리에게 저성장이란 환경은 존재하지 않았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면서도 고도성장은 꾸준히 이뤄졌고 그것이 당연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그 동안의 단기적 불황과는 차원이 다른 지속적 저성장 상태와 정면으로 직면해 있다.

물론 저성장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에게만 드리워진 것은 아니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와 유사한 경제사의 서사 구조를 가진 중국 경제 역시 급격한 변화를 절감하고 있다.

자타가 공인했던 세계의 공장 중국이 외치고 있는 화두 신창타이는 고도성장의 종언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상장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판단 아래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거대한 저성장의 늪이 밀려온다.

그렇다면 전 세계는 왜 아무도 반기지 않는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게 된 것일까. 국제 통화 기금은 지난 7월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주요 선진국은 물론 중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들도 저성장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그 원인을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 생산성과 기술 혁신의 둔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노동과 자본 그리고 기술의 3가지 요소에 총체적으로 브레이크가 걸렸고 그것이 지엽적 사안이 아닌 모두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는 얘기다.

IMF는 지난 11월 터키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내놓은 보고서에서도 글로벌 경제 전망이 지난 5년 동안 계속해서 하향됐다면서 세계 경제가 수용 불가능한 수준의 높은 빈곤과 실업률 속에서 평균 이하의 저성장 늪에 장기적으로 빠질 분명한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IMF는 세계 경제의 3대 위험요인으로 미국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의 통화 정책 정상화 임박, 상품 가격 하락, 중국의 경기 둔화를 손꼽았다. 이 정도면 저성장이 한국 경제만의 화두가 아닌 세계 경제의 공통된 고임임이 증명된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의 일기예보는 어떨까.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수출은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10월에는 6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정부가 발표한 3.3%의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달성은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행,IMF 등이 유사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대 경제연구원, LG 경제연구원 등 보다 많은 기관들의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다가오는 새해가 어쩌면 본격적 저성장 시대의 개막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저 출산, 고령화, 고부채로 인한 저성장

이제 세계 경제는 물론이고 우리 경제 역시 구조적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뉴노멀 패러다임에 맞춰 체질을 개선하는 적응기를 거쳐야 한다. 저성장의 전조는 이미 지난 2009년 이후부터 진행돼 왔다고 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 다퉈 출산율 저하와 생산 가능 인구감소, 고령화 추세, 과도한 부채 등으로 인한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 될 것이란 비관적 예상을 쏟아 낸 바 있다.

실제로 IMF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생산 가능 인구 증가율은 1.3%로 하락한 반면 고령화 비율은 30%로 하락한 반면 고령화 비율은 30% 이상으로 증가했고, 전 세계 실물경제 대비부채 비율은 167.3%로 상승했다.

또한 앞으로 전 세계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은 각각 3%2% 이하가 장기간 지속되고 한국 역시 이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저성장기 우리 경제엔 어떤 현상들이 벌어질까.

우선 저물가와 저성장에 따른 금리인하로 인해 저금리가 고착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여기에 주가와 부동산 수익률이 저하되고 상품 가격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제로 금리뿐 아니라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1.25%까지 인하된 이후 2017년 상반기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는 미국 셰일 오일에 따른 공급 과잉 지속으로 배럴당 60달러 이하가 장기간 유지되고 달러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 준비에 따라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저성장이 지속되면 기업들의 경쟁이 격화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원가 절감과 수익 구조 다변화, 신 성장 동력 확보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질 것이다.

 

저 성장을 먼저 경험한 국가들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저성장이란 낯선 세계는 두려운 존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극복 못할 대상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소비와 상생의 정신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느냐이다.

영국,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들은 고도성장을 거쳐 선진국의 반열에 등극했고 우리보다 앞서 저 성장의 고통을 경험했거나 진행 중에 있다.

저 성장 시대에도 불구하고 일본 기업들은 도전과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과 인재경영, 차별화된 글로벌 전략, 기술 중심의 M&A로 위기를 극복한 선례가 있다. 20년 장기 불황 속에서도 자신만의 핵심 역량으로 지속 성장한 일본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어둠이 짙을수록 별이 빛난다는 진리를 증명한 것이 아닐까.

그런가 하면 불안정한 경제 구조와 세계 경제의 선도 국가란 위상이 흔들렸던 미국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스마트 그리드, 풍력, 바이오 연료 등) 기술 분야에 대한 유례없는 투자를 시도했다. 이로써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 석유 의존 종결 등의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 존 금융위기로 촉발된 유럽 사회전반의 경기침체는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파로 다가왔다. 하지만 그런 위기 속에서도 유럽은 R&D 투자만큼은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 바탕 위에 유럽 각국은 혁신 정책을 통해 첨단기술 및 유망 분야를 신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면서 이를 통해 인력 수용 창출과 고용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아울러 유럽 각국이 유망 분야의 경쟁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신산업 영역의 창출과 성장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독일의 연방교육연구부가 첨단 기술 전략 2020의 실행에 있어 기후 및 에너지, 보건, 이동성, 안전, 정보통신 등 5대 분야 미래 시장 개척에 초점을 맞춘 것이나 영국이 기반 기술 계획을 통해 미래 영국 경제의 중심축이 될 산업으로 첨단재료, 바이오, 전자 ., 정보통신 4가지를 선정하고 기업혁신기술부를 통해 적극적 지원과 육성책을 시행 중인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보다 앞서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국가들은 적지 않다. 한때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이었으나 막대한 국가 부채로 인해 유럽의 재정위기를 몰고 온 장본인이란 눈총을 받고 있는 이탈리아도 속도를 들여다보면 국가 부채보다 심각한 것이 10여 년 이상 지속돼 온 저성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정치는 경제를 외면한 채 공전을 반복했고 결국 이탈리아는 유럽 경제의 블랙홀이 되어 갔다.

스웨덴도 1990년대 초반 극심한 경기 침체로 저성장의 위기를 겪었다. 당시 불거졌던 핵심 문제는 연금 제도였다. 하지만 고령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개혁을 지향한 스웨덴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저성장을 막아 냈다. 기업과 노조, 고령층과 청년 세대, 도시와 농촌 모두가 공공의 선을 위해 한발씩 물러나는 시민의식을 발휘했고 그 결과 합리적 연금 개혁을 이룰 수 있었다.

과연 우리는 누구의 뒤를 따른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한국 경제의 추락 기점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곤경에 빠진 원인은 외환위기가 아니라 외환위기 극복 이후 현실에 안주한 채 세계 경제의 장기적 흐름을 읽지 못한 안이함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주어진 진정한 위기는 저성장이라는 낯선 환경이 아니라 이를 대하는 우리의 안이한 태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