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컨설팅

까칠한 직원 vs 우직한 직원

루지에나 2017. 10. 13. 11:58

까칠한 직원 vs 우직한 직원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은 신입직원을 채용하면 몇 주에 걸친 집단 합숙훈련을 실시한다. 회사가 기대하는 생각이나 행동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회사의 문화와 관행에 잘 순응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무조건적인 순응은 오히려 기업에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은 저성장 기조 속에서 신사업을 찾기 위한 전략으로 조직 쇄신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유연하고 열린 조직문화로 무장해야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성을 살리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하지 않다. 지난해 초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 기업 77%는 조직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상명하복 식 문화, 지속적인 야근, 비생산적 회의 등 후진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을 좀 먹고 있다는 평가였다.

 

까칠한 직원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

한국 기업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기업문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점을 물어보면 할 일이 없는데도 책상에 계속앉아 있는 것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할 일 없이 회사에 오래 있는 건 사회적으로도 손해지만 한국 직장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순응해 왔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직한 사람을 좋아하지 눈치 없는 까칠한 직원은 환영받지 못했다.

순응적 문화나 관행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이 성공적으로 진화 발전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지켜야 할 규칙을 준수하는 것과 업무 성과를 제고하는 데 필요한 (기존 규칙을 깰 수 있는)자유 사이의 균형을 깨뜨릴 필요가 있다.

물론 순응의 문화는 정도의 문화는 정도의 문제이지 우리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심지어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직원들의 반항적 행동을 정기적으로 촉진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테일러가 과학적 관리법을 창안한 이후 이 원칙은 수십 년간 직장을 지배해 왔다. 경영자들은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설계해 직원들이 이를 따르도록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이제 규칙 준수가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분석하고 건설적인 불응, 즉 규칙이나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허용하고 심지어는 불응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할 때가 도래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신사업도 새로운 동파구도 찾을 수 없다. 우직하고 말잘 듣는 사원도 필요하지만 할 말은 하는 까칠한 직원이 더 많이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순응이 만연하게 된 이유

프란체스카 지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에서 순응적 관행이 일반화된 데에는 세 가지 원인이 존재한다.

첫째, 사람들은 사회적 압력에 약하다. 우리는 사회적 규범에 따르는 것이 이득이라는 사실을 학습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집단의 일부가 됨으로써 우리는 안도감을 느낀다.

직장에서의 순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문제는 순응이 구성원 자신이 가진 가치관과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무력감 혹은 상실감을 느끼게 만들고 일에 대한 몰립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둘째, 사람들은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변화를 선택했을 대 누릴 수 있는 잠재적 이익보다는 현 상태를 벗어났을 때 입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더 민감하다. 그러나 현상 유지는 몰락을 초래한다. 변화를 저해하고 혁신 창출에는 방해가 되기도 한다. 블랙베리, 폴라로이드, 마이스페이스 등은 한때 성공적이었지만 전략적 전환이 늦어져 실패한 기업들이다.

셋째, 사람들은 자기 입맛에 맞는 정보만 수용한다. 인간은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우선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결과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보도 간과하게 된다. 심지어는 예상치 못한 불편한 정보를 위협으로 간주하고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경향까지 있다.

 

건설적 불응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

일부 선진 기업들은 직원의 반항적 행동을 허용하는 것을 넘어 적극 권장한다. 건설적 불응은 혁신을 촉진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지노 교수에 따르면 집단행동에 반하는 행위는 스스로를 독특하고 차별화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어 창의력과 고성과로 이어진다. 그는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통해 직장 내에 건설적 불응 내지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6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01, 자기 정채성을 찾도록 독려하라.

인도 IT 회사인 위프로는 특이한 신입직원 교육을 실험했다. A 그룹 직원들에게 30분 동안 자신에게 독특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무엇 대문에 그렇게 느끼는 지 그것을 일터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생각해 보도록 했다.

이후에 기존 신입직원 교육을 이수한 직원들과 비교해 보았다. A그룹 직원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실제로 모색했다. 회사 매뉴얼대로 일하기보다는 스스로 더 좋은 판단을 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은 더 많이 일했고 성과도 좋았으며 재직기간도 길었다.

이처럼 자신의 자아를 직장에서 발현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더 헌신적이다. 회사는 직원들이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자아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승진, 배치전환, 연말 성과 리뷰 등 업무를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도록 만들 수 있다. 단 방법은 직원에게 맡기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만 말하라.

미국 남부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팔스 서든 서비스는 린 원칙이라는 것을 운영한다. 근로자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직원은 문제가 발견되면 프로세스를 중단시킬 수 있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필스의 신입직원은 평균 135시간의 엄청난 교육을 받는다(업계 평균은 약 2시간). 이를 통해 후런트 라인 직원들을 스스로 의사 결정하는 법을 배운다.

이러한 팔스 드라이브 뜨루의 자동차 1대당 서비스 시간은 18, 3600건 당 서비스 실수는 1(업계 평균 15)에 불과했고 고객만족도 점수는 98%에 달했다. 부 매니저급의 이직률은 2% 미만이며 30년 동안 총지배인 중 회사를 떠난 사람은 7명뿐이었는데 그 중 2명은 은퇴자였다.

 

02, 강점을 찾도록 격려하라.

미켈란젤로는 조각품을 만드는 과정을 돌덩어리에서 이상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묘사했다. 리더의 임무는 직원들이 강점을 발휘해 자신의 직업을 조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페이스 북은 회사에서 현재 필요한 직위와 관계없이 늘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고 강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그에 따라 직무를 설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 세계 50대 레스토랑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한 이탈리아 모데나의 미슐랭가이드 3성급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는 대부분의 레스토랑 과 달리 직원 채용 시 엄격한 기준 대신 개인 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유주이자 수석 주방장인 마시모 보투라는 인턴 사원을 최소 몇 달 동안 여러 직책에서 일하게 한 다음 자신의 강점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03, 현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라.

현상 유지에 의문을 제기 하는 리더는 직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며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아이디어를 촉발시킨다. 회사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라.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공동 창립자이자 회장이 에드 캣멀은 픽사가 이룬 엄청난 성공 때문에 신입 직원들이 기존 관행에 도전하는 것을 실패 사례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며 조직은 절대로 완벽하지 못하다고 강조함으로써 직원들이 건설적 불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기본에 충실하라고 일상적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해 깊이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현 상태에 대해 건설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것은 팔스가 신입직원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의 수석 주방장 보투라가 혁신적인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전 요리기술에 정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04, 도전 관제를 창출하도록 지원하라.

다양성이나 도전성이 떨어지는 일을 하는 직원들은 지루해하기 쉽다. 지루한 업무는 직원의 창의적 업무 수행 동기를 약화시키는 반면 도전적 업무는 몰입도를 향상시킨다. 새로운 일, 위험한 일을 시도하는 것은 동기를 부여하고 뇌에서 도파민을 방출을 촉진한다.

개인 학습 및 성장 기회를 제공하라. 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따르면 신입직원 교육 과정에서 성과에만 집중할 때보다 학습 및 성장 기회를 강조할 때 컨설턴트의 참여와 혁신적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직원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라. 토마토가 공업체 모닝스타에서는 직원들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새로운 장비가 필요한 경우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더라도 구입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나 프로세스를 발견하면 필요 시 추가적인 인재를 채용할 수도 있다. 그들은 영항을 미칠 동료들(장비를 사용할 다른 직원들)과는 사전에 상담해야 하지만 상사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모닝스타에는 직책이 없기 때문에 동료가 내린 의사결정의 질을 다른 동료들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05, 더 넓은 시각을 가지도록 하라.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관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관점에만 얽매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우리의 자아는 강해진다. 직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라. 리더는 직원들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도록 유도함으로써 자기 중심적 경향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샤프에서 자주 언급되던 격언으로 가자미가 아니라 잠자리가 돼라는 것이 있다. 잠자리는 한 번에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복합적인 안구를 가지고 있는 반면 가자미는 한쪽 머리에 두 눈이 있어서 한 번에 한 방향만 볼 수 있다.

다양한 관점의 사람들을 고용하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일하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며 창의력도 키울 수 있다. 스타트업 캐차파이어의 CEO이 레이첼 청은 취업 후보자를 인터뷰할 때 도전과제를 설명하고 지원자들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는지를 주의 깊게 살핀다. 또 혁신과 새로운 접근법을 장려하기 위해 픽사의 캣멀은 저명한 외부 인사를 고용해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06,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장려하라.

우리는 종종 신념에 일치하는 정보만 찾아내고 생각을 고착화시킨다. 그러나 우리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는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데이터가 오히려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불일치 증거 찾기가 필요하다.

아리엘인 베스트먼트의 시장이자 드림웍스 이사회 의장인 멜로디 홉슨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당신들이 옳지 않아도 된다고 늘 상기시킨다. 단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져와야 한다. 올바른 결정은 구성원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의견을 만들어라. 리더는 특정 개인에게 반대 견해를 갖도록 요청함으로써 회의 중에 토론을 장려할 수 있다. 반대 의견이 토론에 포함되도록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도 있다.

팔스는 직원들이 새로운 메뉴 아이템에 대한 유망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아이디어는 세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 평가한다. 아이디어를 좋아하는 사람들, 아이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 확고한 의견이 없는 사람들(중립자)이 서로 토론한다. 이를 통해 CEO의 결정에 도움을 준다.

용감한 반대자를 만들어라. 반대하도록 권유받았을지라도 검을 먹은 직원들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대 의견이 더 환영 받는다는 것을 보여 주면 점점 더 반대 의견을 편하게 제시하기 시작할 것이다.

 

한국적 장점 살리되 자유로운 비판문화 보완해야

외국인들은 한국의 직장문화가 꽉 막히고 경직됐다는 점에 대해 자주 비판한다. 한국 회사를 시키는 일만 하는 군대에 비유하기도 한다. 구성원 개개인의 다양성을 살릴 수 있는 수평적인 문화로 바꾼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 기업문화에도 장점이 있다. 따뜻한 정이 스며들어 있는 직장문화는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 기업 특유의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직장 동료를 가족처럼 대한다고 말한다.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것은 물론 주말에도 함께 여가 활동을 즐기며 친목을 다진다는 것이다.

업무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는 위아래 보지 않는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까칠한 문화를 업무가 끝나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가족 같은 따뜻함을 잃지 않는 우직한 문화를 만들 방법을 찾을 때이다.